2020년 2월 14일 금요일

재주소년과 말을 주고받다: 현재 진행 중, <꿈의 일(一)부>

3집이냐는 말이 무섭게 국내 대형 레코드샵에선 재주소년의 벌써 3집이라던 <꿈의 일부>가 베스트 코너에 모셔져 있었고, 가판대엔 몇 장이 채 남지 않은 그들의 씨디를 집어 든다. 그리고 ‘이를 어째, 큭큭큭’거리면서 그들의 난장에 가까이 다가간다.
재주소년과 말을 주고받다
-현재 진행 중, <꿈의 일(一)부>
오랜만이에요. 요즘 뭐하고 지내나요?
멤버 상봉군이 지난 6월에 입대를 해서 혼자 외롭게 지내다가 앨범이 나와서 방송이나 여러 홍보활동을 하고 있고요. KBS 라디오 중 김동률의 뮤직 아일랜드에서 ‘그리고 음악이 있었다’ 라는 코너를 9월 한 달 동안만 하게 되요. 특별하게는 9월 16, 17일에 3집 활동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하는데, 토요일 7시, 일요일 6시. 장소는 홍대 앞 사운드홀릭이에요.
상봉 씨가 군대 가서 혼자 하고 계신데, 힘들지 않아요?
저도 9월 말에 군대를 가거든요. 군대 갈 걸 생각하니까 지금 이렇게 잠깐 하는 거 즐거워요. 군대 가면 더 암담하니까. (웃음) 군대 가기 전까지는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려 하고 있어요.
군대간 뒤로 만나본 적 있으신지?
연말에 면회 다녀왔어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좀 말랐어요. 그게 안타까워요. 하필 녀석이 헌병으로 착출되서…(웃음)
혼자 활동하면서 힘든 건 없고요?
정작 무대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라디오에서 얘기하는 게 많았지. 라디오에서 혼자 기타 치면서 라이브 하는 게 좀 힘들었어요. 상봉군이 오부리라도 들어주면 참 좋을 텐데 하면서. (웃음) 둘이 나가면 둘이 어리버리해서 디제이가 질문하면 한 템포 늦고 디제이들이 싫어했거든요. 근데 저 혼자 있으니까 말을 바로 받아 쳐서 말주변은 느는 것 같아요.
3집 <꿈의 일부>가 나왔어요. 앨범엔 만족하는지?
결과물에는 만족을 하는 편이에요. 작업하면서 너무 많이 들어서 질리긴 한데…(웃음) 만족의 수준을 따져보면 1집, 2집보다는 더 좋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곡을 쓰면서 만든 노래가 많이 있거든요. 그것들을 추리면서 군대 가고 나오면 발표하기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들은 거죠. (웃음) 특히 군대를 간다는 생각 때문에서인지는 몰라도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많이 들였죠.
앨범을 보면 에필로그 형식으로 각 곡의 뒷담화가 적혀있어요, 재밌던데요.
둘 다 같이 그렇게 동의해서 한 건데, 상봉군이 먼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비슷한 앨범들이 몇 개 있어요. 그걸 보고 하자 하는 얘기가 나왔었죠.
에필로그 서두를 보면, 두 사람이 앨범에 들어갈 곡을 뽑으려고 어느 늦은 밤 포장마차에서 아주머니에게 펜을 빌려 곡들을 추려나가기 시작했다고 나와요. 팬들이 좋아할 만한 곡을 넣기 위한 일종의 노력일까요?
그런 건 아니었어요. 우리가 만족하는 곡들을 넣자는 취지였거든요. 음악성은 저희 소신껏 생각했고, 대중성의 경우는 들었을 때 멜로디에 훅이 오느냐 따져가면서 추렸죠.
그러니까 재주소년 1집이 나오기 전부터 있었던 곡들, 1집의 ‘귤’이나 2집 ‘이분단 셋째줄’ 같은 곡도 원래는 당시 앨범 작업하면서 넣지 않으려고 했던 곡이었어요. 고등학교 막 졸업하고 대학교 1학년 재수시절이 다작 시기였어요. 전 제주도에 있고 상봉군은 일산에 있으니까 MSN으로 신곡을 주고받았었는데, 그 일 년 사이에 많은 곡이 쌓이더라고요. 내 것 어때 네 것 어때 개념보다는 신곡이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를 너무 설레이게 하는 거에요. 그 놀이가 너무 재밌었던 거죠. 뭐, 제주도에 친구도 없었고. (웃음) 그런 신곡을 받으면 저도 자극 받아서 더 좋은 곡 쓰고……
그런데 재주소년이 술을? 술은 자주 하는 편이에요?
술은 요즘에 와서 잘 하기보단 가끔 마셔요. 그리고 사실 둘이서 마신 적은 그 때 밖에 없어요. (웃음) 주로 언니네 이발관의 전 기타 능룡이 형이랑 마이 앤트 메리 형들, 델리 형들과 같이 주로 마셔요. 뭐, 술을 마셔도 대부분 뒤풀이 자리인 경우가 많고요.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 씨 결혼식 때 축가를 불렀다던데. 그건 어땠어요?
축가 부르는 게 예상 밖으로 떨렸어요. 상봉군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하는 공연이었고, 그래서 좀 애를 먹었죠. 그래도 나름대로 감동적이었던 건, 신랑, 신부를 마주보면서 부르는데 신부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민규형은 따라 부르는 거에요. 매우 좋았죠.
보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 안들었나요?
그런 생각은 전혀…… (웃음)
앨범 얘기를 할께요. 첫 번째 곡 ‘마르세유’는 잔잔한 기타 연주로 일관하다 갑자기 서풍이 불 듯 다양한 악기들과 함께해요. 사운드가 보다 더 풍성해진 느낌이랄까요?
피아노는 VST를 썼고, 베이스는 믹서에 연결해서 편곡 시도를 했어요.‘마르세유’같이 어쿠스틱 말고도 다른 악기를 넣고싶은 욕심이 언제나 있었어요. 대부분 그런 곡들이 용량이 큰데 다 포맷으로 날린 곡들이거든요. 그래서 재주소년 2집에 뜻하지 않게 어쿠스틱이 많아져서 안타까웠죠.
혹시 음악하면서 ‘이런 악기는 꼭 넣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없었나요?
신기한 악기를 보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들어요. 댕댕댕 거리는 시타라든가, 타악기 중에서도 물소리가 난다든지 하는 그런 굉장히 신기한 것들. 근데 생각만 하지 막상 녹음할 때 옆에 없으면 안 쓰게 되죠. 있는 거 라곤 실로폰, 탬버린 정도? (웃음)
근데‘마르세유’를 들어보면 마르세유라는 공간과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이국적인 느낌 때문에 아무 이유없이 선택했어요. 외국에서 연인이 돌아오는 내용인데, 그냥 외국의 어떤 도시에서 돌아오는 그림을 떠올려보니 마르세유가 생각나더라고요.
'Alice' 에서 조규찬 씨와 함께 작업하셨죠?
예전부터 조규찬 선배님을 많이 존경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땐가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그리고 여름방학 이든 겨울방학이든 탐구생활만 하고 있으면 그 시간에 라디오에선 ‘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가 나왔거든요. 도대체 누가 불렀나 궁금해 하다 고등학교 말쯤에 다시 관심을 가졌죠. 그래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도 알게 된 거고. 특히 조규찬 씨의 7집을 듣고 음악적 영향을 받았어요.
조규찬 씨 말고도 재주소년의 특별한 ‘그들’이 있을까요?
저희가 기타를 막 치고 놀 때 루시드 폴과 이한철 씨 음악을 많이 들었죠. 그걸 들어보면 작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다 나왔어요. 루시드 폴은 훌륭한 작곡 선생님이었죠. 카피도 많이 해봤고…
'Alice'는 방향감각에 의존해서 곡을 만들었다고 그랬죠. 발상이 참 특이했어요. 근데 그게 정확히 곡에 있어서 무슨 의미인지?
만약에 서울인데 좋아하는 사람이 제주도에 살고 있어요. 뒤를 돌아서면 아무 생각 없는데 남쪽 하늘을 바라보면 감정이 생기는 거죠. (웃음)
지금 동쪽이든 서쪽이든 그 곳을 향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까요?
잘 생각해보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겠죠.
구체적으로 언급을 안 하시네요.
(말없이 웃음)
연주곡 ‘Profile’은 재주소년의 기존 사운드와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부담 없는 컨템포러리 재즈 같기도 했거든요. 근데 잠깐씩 노라 존스가 부르는 노래 중 ‘애프터눈’이라는 대목을 따로 샘플링 했더군요.
네네 맞아요. 이거 알면 안되는데… (웃음) 각자 닉네임이 있어요. 상봉 씨는 ‘사보’, 경환 씨는 ‘애프터눈’. 재주소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훨씬 전부터 둘이서 MD 녹음한 1집과 2집도 있었는데 그 제목이 ‘사보와 오후 한때 소나기’였어요. 그게 왜 그런가 하면, 밀림닷컴 싸이트 내에서 활동할 당시 상봉이는 사보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저만 닉네임이 없는 거에요. 마침 상봉이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일기예보에 ‘오후 한때 소나기’라고 예보가 나왔어요. 그래서 ‘오후 한 때 소나기’라고 닉네임을 지었고, 시간이 지나‘애프터눈’으로 줄었죠.
애프터눈 하니까 오후체질인가 했어요.
맞아요. 전 진짜 밤 체질이에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그렇게 안 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쓴 가사들이 몇 개 있어요. 수록 곡‘선데이’를 보면, 일요일인데 오후 늦게 일어나고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인지 몰라 아마도 일요일이겠다 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내용이죠.
'비밀소년'도 경쾌하니 좋았어요. 비밀소년이 누굴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인데…
비밀소년은 저에요. 그냥 비밀에 둘러 싸여 있고 싶어서 제가 이름을 붙인 거죠. 사실 뚜렷하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고 듣는 사람 마음대로 생각해도 괜찮아요.
제주도에는 오름이 많이 있는데 오름이랑 바닷가가 붙어있고 거기에 방파제가 있으면 그 동네는 완전 요새가 되거든요. 그 동네에 제가 살진 않았지만 거기에 누군가 살고 있겠지 하는 상상을 하면서 제가 그 주인공이 되고픈 거죠. 서울에 있을 때 제주 도민들 보면 그런 모습이 신선 놀음 하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출항, 낮과 밤/아버지의 배/분주한 아침’은 클래식의 형태를 취했어요. 그런 시도를 한 계기가 있을까요?
상봉이가 그렇게 하고 싶어했어요. 상봉이가 클래식 기타 전공인데, ‘빌라노 보스’라는 클래식 음악가의 음악을 들으면서 영향을 받은 듯해요. 예를 들자면, 숲속 어떤 작은 마을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동물 무리가 묘사되는 1악장, 그런데 갑자기 확 변하면서 사냥꾼이 나타나고 그러다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일종의 전개가 있는 거죠. 그런 음악을 연습하다가 이런 곡을 썼어요. 하나로 이어지는 듯 하면서도 악장이 나눠지는 곡을요.
혹시 음악 속 그 선원은 누구인지?
상봉군의 아버지가 선장님 이세요.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무역선을 타시는데 굉장히 큰 배에요. 집에도 2년에 한번 오실까 할 정도로 뜸하시죠. 그 배를 한 번 타본 적이 있어요.
'군대송’이 아마도 재주소년의 심경을 표현한 좋은 예인 것 같네요. 멜로디가 쓸쓸해요. 인트로만 들어도 상봉씨가 훈련소로 저벅저벅 들어가는 모습이 연상되던걸요.
곡은 상봉이고 썼고, 가사는 예전에 저희 매니저로도 활동하시고, 지금은 라디오 작가로 계신 김동영 씨가 쓰셨어요. 그 분께서 델리 스파이스의 ‘엔진을 켜둘게’라든가, 이한철 씨 노래 작사도 하셨죠.
군대를 간다는 것에 대한 비장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국가가 있으면 개인이 있고 뭐 이런 비장한 생각으로 군대를 가야하고. 그런 느낌이 들도록 VST에서 오케스트라 샘플들을 찾아 넣었어요.
아무도 없는 깊은 숲으로 들어가고 싶어(날 찾을 수 없게)’라는 가사가 있는데, 혹시 탈영인가요? (웃음)
깊은 숲이 군대인 거죠. 탈영은 하면 안되죠. (웃음)
'전쟁과 사랑’에서는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처럼 하나의 곡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소설이나 음악을 접하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작업하다가‘이런 식으로 해 보는 건 어떨까?’ 하면서 시도해봤어요. 사실 옛날에 쓴 곡을 지금의 작업물과 섞어서 ‘전쟁과 사랑’이 나왔어요.
소년 소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소년이 소녀를 업고 어둠을 헤치는 게 대강의 줄거리인가요?
두 번째는 남녀가 아니에요. 앞부분은 사랑 얘기고 뒷부분이 전쟁영화의 한 장면같이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사실 CCM 개념으로 만들어봤거든요. 앞부분은 주님의 뜻대로 살지 않고 담배피고 술 마시는 반항의 삶을 그린 거고, 그 뒤로 어둠에 갇힌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 그를 업고 산 속을 헤쳐나가는 거죠. 그 누군가는 바로 ‘신’이고요.
'전쟁과 사랑’이 곡의 설명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이야기 했는데, 문학 작품이나 그 외의 매체가 곡을 쓰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나요?
저는 일상생활 하다가 드는 감정이 모티브가 되는 것 같아요. 그 당시의 감정 상황, 그 당시의 생각들. 그게 작업을 하면서 점점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전에 읽었던 소설이라든지 영화에서 따오고 싶은 이미지들을 생각하는 거죠. 어쨌든 그런걸 생각해내려면 영화나 소설이 도움이 되긴 해요. 주변에서 추천하는 작품도 읽어보지만,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고, 국내 소설 중에서는 은희경 씨의 글을 좋아해요.
영화는 고등학교 막 졸업하고 예술영화를 일부러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물론 이해는 못했죠. 기억이 남는 게 코헨 형제와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같은 영화들… B급 영화도 좋아했어요. 영화 곳곳에 나오는 디테일이 재미있거든요.
이번 3집 중 싱글처럼 보이는 얇은 두 번째 씨디는 우리가 알고있던 재주소년을 단박에 깨뜨립니다. 첫 곡부터가 심상치 않았죠. ‘미워요’에서 서민적이고 구성진 목소리는 누구던가요?
상봉이가 불렀어요. 전 ‘아아아~’ 이런 코러스만. 상봉이가 더 맛깔 나게 부를 수 있으니까 상봉이가 했죠. 자칭 트로트계의 신개념 교과서랄까…(웃음) 강진 씨의 ‘땡벌’이라는 곡이 있어요. 언젠가 버스타고 가다가 이택림 씨랑 노사연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듣고 꽂혀서 1집 때부터 카피해서 부르고 다녀요. 트로트 곡을 쓰기도 하고 저희 노래를 트로트로 바꾸기도 하고, 공연 때 부르기도 하고… 트로트를 사랑해요.
재주소년 노래 중에서 가장 쇼킹하면서 과격한 노래가 아마 ‘돼지국밥’일텐데, 한 맺힌 사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재수시절, 제주도 한바퀴를 돌았죠. 하루는 자전거가 고장 나는 바람에 길가에 주저앉아 쉬고 있는데, 때마침 남녀 일곱 여덟 명의 무리들이 즐겁게 지나가면서 자기네들끼리 돼지국밥 먹을까 하는 거에요. 근데 우리는 쓰레빠도 찢어지고, 자전거는 고장 나서 주저 앉고… 서러웠죠. 그 자전거 여행을 테마로 데뷔 전에 저희끼리 만든 앨범도 있어요.
재주소년의 수줍은 모습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을 텐데 놀라지 않을까요?
앨범 전반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노력이 들어있어요. 어떤 식으로 반응이 올지 궁금했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기왕이면 저희가 재밌고, 즐거운 음악을 하는 게 좋죠.
혹시 쎈 음악-가령 메틀이라든지-도 듣나요?
가끔씩 그런 음악이 듣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요즘에는 재주소년 앨범 듣고, (웃음) 최근에는 민규 형한테 씨디를 왕창 빌렸어요. 특히 비치 보이즈랑 에어가 좋아요. 또 60년대 훵크 음악도 자주 듣고… 가능하면 골고루 들으려 해요. 알고 있는 음악이 적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많이 알아 가려고요.
'오사카’를 들으면서 역시 재주소년이 겨울에 애착이 많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더군요.
오사카에 가본적은 없지만 이 배경이 오사카가 되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겨울의 짝사랑 이야기를 그렸죠. 겨울이 춥잖아요. 추울 때 되게 쓸쓸한 감정이 있는데, 그게 음악으로 표현하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아요. 물론 봄과 여름의 발랄한 감정도 느끼지만 표현하기 버거웠는지는 몰라도 곡으로 승화시키기가 훨씬 어려웠던 것 같아요. 묘하게 앨범 발매 시기도 겨울 전이었고요. 근데 이번 앨범을 보면 그다지 겨울에 치중되어 있지 않아요.
저는 상봉이 영향을 많이 받아가지고… (그런데 갑자기 유상봉에게 전화가 왔다. 인터뷰 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박경환은 그의 전화를 무척 반가워했다. 물론 이들이 함께한 시간이 있으니 지극히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 갔다.)
양반은 못되시네요.
그러게요. (웃음)
오사카라는 게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책의 캐릭터이기도 한데, 상봉이가 워낙 만화
를 좋아하니까 이것저것 추천해줬어요. 음악을 그린 만화들, ‘BACK’, ‘나나’같은…
‘벌써 3집까지 내게 되리라고 상상해 본 적 있나요?
그런 때가 있었어요. 상봉이의 세이클럽 아이디가 ‘내꿈은뮤지션’이었던 때가요.
3집 앨범까지 나온 게 마치 꿈을 다 이룬 것 같지만 가야 할 길이 많고 이게 아직 일부일 뿐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의 제목이 <꿈의 일부>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죠.
문득 상봉군을 떠올리며 상기되는 추억이 있을까요?
제주도에 저 혼자 있을 때 상봉이가 보낸 편지들이 있어요. 웃긴 내용들이 많지만 굉장히 짠했죠. 상봉이와의 추억에는 항상 겨울의 이미지가 깊이 남아있어요. 추운 겨울에 항상 초라하게 돌아다니고, 고등학교 시절 그 추운 겨울에 이펙터 교환하고, 악기라든가 액세서리 사고 팔고 하면서 같이 돌아다녔던 게 떠올라요.
상봉이가 군대 가고 저 혼자 남았을 땐 이루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왔어요. 나는 혼자 남아서 뭐하나 싶기도 했고 나도 빨리 군대 갈걸 하는 생각과, 갔다 와서 상봉이와 계속 하게 될까 하는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이젠 제가 군대 갈 날이 얼마 안 남으니 그냥 담담하게 날짜만 기다리고 있죠.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음악만 하고 있어요.
군대 가기 전에 해 보고 싶은 건 없어요?
상봉이 마음도 이랬을 것 같은데, 한 달 남으니까 특별히 해보고 싶은 건 없어요. 지금 상황에서 그냥 있다가 들어가고 싶어요. 여행을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제주도 공연을 여행삼아 가야죠. 그러고 나면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휴가 나와서 하면 되니까. (웃음)
*인터뷰에 응해주신 재주소년 박경환 씨와 더불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문라이즈 한상훈님께 감사 드립니다.
인터뷰 및 정리_안현선(jjorang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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