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홍빈 [Last Date]

델리 스파이스의 자질을 물려받다

스스로 달아 놓은 부제 치고는 꽤 맘에 든다. 설령 ‘자질’ 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이 맘에 걸린다 할지언정, 칭찬에는 틀림이 없으니 인디 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맛보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시라. 인트로를 듣고 '챠우챠우‘라 착각할 수도 있으나, 부침 없는 희망적인 멜로디를 두 번째 트랙에 넣은 영리한 이들은 변화와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록밴드가 그들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같은 스타일과 장르에서 일단락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여홍빈은 다르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보사노바를 이용하고, L7(전원 여성 멤버로만 이루어진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과도 같은 라이엇 걸(Riot Girl)이 되기도 한다.

멜로디의 전형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부분은 나름대로 모던 록 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별적인 감수성인 셈이고, 변화무쌍한 스타일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원하는 것을 들려주는 뚝심에 호감이 간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만든 이들의 앞으로가 더욱 더 주목된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