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어의 새 앨범이자, 솔로로는 세 번째 앨범인 [Continuum]을 집어 든 뒤 가장 먼저 했던 일이란 ‘Continuum’이라는 단어 뜻 찾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꽤나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존 메이어의 팬들이라면 이번 앨범의 표지를 보고 대략 난감했을 게 뻔한, 짙은 회색 바탕에 견고한 글씨체로 대개 모를 그 단어만이 새겨져 있으며, 그 밑으로는 ‘MUSIC BY JOHN MAYER’라는 덧붙임이 사진을 대신한다.
‘Continuum’의 사전적 의미는 분리될 수 없는 연속성을 지닌 무엇을 일컫지만, 이는 4차원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대체 어쿠스틱 기타와 4차원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면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그 누구보다 감성을 자아내는 멜로디와 목소리로 특히 소녀들, 여성이 된 그 소녀들을 팬으로 거느리고 있는 그의 앨범 타이틀은 항상 형이상학적이었다. 1집 [Room for Square], 2집 [Heavier Things], 그리고 이번 앨범에 이르기까지. 놀랍게도 그의 족적을 찬찬히 따라가보면, 존 메이어의 음악은 제목의 흐름을 정확히 따르고 있다. 그리고 [Continuum]은 비로소 어쿠스틱, 블루스라는공간과, 팝과 메시지라는 공간을 절묘하게 쌓은 견고한 존 메이어만의 건축물 같다.
이 앨범이 나오기 이전에도 그는 꾸준한 앨범 작업을 통해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John Mayer Trio’가 그렇다. 그는 존 메이어 트리오 앨범을 통해서 [Continuum]에 실려있는 ‘Vultures’와 ‘Gravity’를 미리 선보인 바 있다. 이런 프로젝트 앨범에서 감지되는 것은 ‘어쿠스틱 감성의 지존 존 메이어가 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는 트리오를 통해 그간 자신이 갖고 있던 블루스와 로큰롤의 한을 풀어버린 듯했다. [Continuum]은 1집의 ‘Neon’같은 필살의 어쿠스틱 넘버를 좋아하는 팬들이 원하는 것과, 존 메이어가 원하는 것의 적절한 교차점을 찾아낸다. 굳이 표현한다면 1집과 존 메이어 트리오의 합성세제랄까. 단, 거품은 그리 많지 않은 담백한 멜로디가 지친 밤을 걷어낸다. ‘I Don’t Trust Myself(with Loving You)’나,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같은 곡들이 그렇다. 어린 기타리스트 지망생들의 넘버원 카피곡인 ‘Neon’과 대등하게 사랑 받을 만한 곡이 있다면 ‘Vultures’가 되지 않을까 점쳐본다. 지미 헨드릭스 커버곡인‘Bold as Love’에서는 자신감에 충만한 연주가 흐르고, 첫 번째로 싱글커트된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에서의 정치적인 메시지(‘우리들의 이웃들을 전쟁에서 구해낼 힘만 있다면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놓치지 않을 거야’’관심 없는 게 아니야, 그저 우리는 싸움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지.’)도 예전에 자내 뭇 블로거들에 의해‘최악의 가사’로 선정된 1집 수록 곡인 ‘Your Body is a Wonderland’에 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나는 내가 [Room for Square]였던 것을 사랑하고, [Heavier Things]가 되어가는 과정을 사랑했으며, 지금 내가 [Continuum]인 것을 사랑한다."라는 존 메이어의 말은 [Continuum]을 듣고 난 뒤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특히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과 재킷 디자인까지 겸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다시 한 번 그 투박한 재킷을 눈여겨보게 된다. 사진 속 존 메이어보다는‘CONTINUUM’이라는 단어 하나에 무수히 많은 존 메이어가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안현선
jjorang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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