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글 신이 내린 것은 아닌데 산만했던 책상 정리를 하고 오디오의 위치를 바꿨더니 노트북 앞에 앉아서(메모리 문제로 반복적으로 재부팅을 하면서) 이것저것 쓰고 싶어졌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허울 좋은 핑계로 먹고 사느라 바빴고, 좀 더 솔직하자면 게을렀고, 더 솔직하게 말해서 쓰고 싶은 게 없었다. 밖에서 멍 때리며 떠올린 생각의 뭉치들을 붙잡다가도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기억은 기억 안에서만 존재했다. 그걸 어떻게든 실체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야 했고, 그건 생각이 나면 바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말 귀찮았다. '나중에, 나중에'는 정말 나중에 가 돼 어서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무능한 글치(?)'가 된 기분이었다. 언제나 마음만 있는 그 마음이 싫었다. 맥주가 마시고 싶을 땐 편의점으로 바로 달려가는 그런 실천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구글 닥스(Google Docs)에 연습 삼아 쓰다가 마음에 안 들어 지우고 결국은 백지에 커서만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나의 네이버 블로그 서로 이웃이자, 글쓰기와 더불어 음악 및 영화 등 고른 문화 섭취(?)의 실천력을 보여주는 미모의 누님과 이런 부분(글과 음악)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눈다. 일상과 이상을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누님은 내게 있어 좋은 본보기이자 자극제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중앙일보에서 윤종신의 인터뷰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중 윤종신이 한 말이다.
“남들이 돌아보지 않는 곳에 의외로 많은 정답이 있다"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대중에게 우기면 창작자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걸 분석해서 만들면 업자죠. ‘월간 윤종신’도 회사 입장에선 당장 수익이 나진 않지만, 돈이야 내가 벌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였거든요. 저는 계속 창작자로 살고 싶어요.”
'계속 창작자로 살고 싶다'라는 말에 최면이 걸린 듯 머릿속에서 연신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이젠 그 키보드를 꺼내 진짜를 쓸 때가 된 것이다. 사실 창작과 정보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시대에 정말 제대로 된 글을 써야만 한다고 다그치지만 일단 나에게 관대해지고, 글을 누르는 손가락만큼은 조금은 과감하기로 했다. 아직 이렇다 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지는 못해도, 막연한 아이디어들을 글로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 운운하며 하루하루 불안하게 사느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게 어떨지 싶다. 알파고도 내 속은 모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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