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gh is Good
내가 맥 밀러(Malcolm James McCormick)의 존재를 알게 된 'step-by-step'이란,
1) 아리아나 그란데의 남친이었던 맥 밀러가
2) NPR Music의 Tiny Desk 미니 콘서트를 봤더니 라이브적 측면에서 상당히 귀를 끄는 매력이 있었고(언플러그드를 통해 끌리는 뮤지션의 스튜디오 앨범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도 많다. 맥 밀러의 경우 라이브와 레코딩 이 두 개의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큰 차이가 없는 안정된 질감을 보여준다)
3) 요즘 최애하는 엠넷 '고등래퍼 2' 출신의 풋풋한 스무살 래퍼 김하온(HAON)이 좋아하는 래퍼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4) 음악을 다시 듣자는 생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VIVE'에 가입하자마자 맥 밀러의 마지막 앨범이자 유작이 되어버린 [Swimming]을 듣고 맥 밀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92년생인 맥 밀러가 약물 남용으로 2018년 9월 7일 사망한 이후 두 달 지나 Tiny Desk를 통해 맥 밀러의 라이브를 접하고 한동안은 Tiny Desk에 죽치고 앉아(?)있었다.
맥 밀러가 언플러그드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건 특유의 '긁는' 느낌을 주는 아날로그적 질감의 목소리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위적인 느낌은 아니다. 맥 밀러를 보면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떠오른다. 약물 중독으로 힘겨워한 점이나, 세상을 일찍 떠난 것 등 비슷한 면이 있지만, 무엇보다 두 아티스트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면 '날 것'의 느낌을 본능적으로 가장 멋지게, 쿨하게 '사운드화' 시킨다는 점이다. 커트 코베인의 그 유명한 MTV 언플러그드(이 라이브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권총 자살했다. 그러나 사인은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있다)도 생각난 김에 찾아본다.
맥 밀러에 대해 찾아보면서 흥미로운 사실도 늦게나마 알았다. 유대인 어머니와 기독교인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교육을 받으면서도(가톨릭 학교를 다니고 풋볼과 라크로스를 하는 호사도 누렸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까지 터득한 천재적 기질을 지니면서 음악, 특히 힙합에 대한 비전을 10대때 키워온 그가 만든 믹스 테잎 중 'Donald Trump'라는 곡이 있다. 한 쇼에 나와 트럼프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원하게 때려박는 일침은 'Rough is Good'의 절정이다(물론 이 캐치 프레이즈는 맥 밀러를 생각하며 떠올렸으며 딱히 존재하는 문구는 아니다).
맥 밀러의 앨범을 좀 더 찬찬히 들어봐야겠지만 2018년 8월에 발매한 스튜디오 정규 앨범인 [Swimming]은 소프트하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힙합 모더니즘'의 느낌이다. '난 너무 히~입합은 부담스럽다'라고 느끼는 청자에게도 부드럽게 안착한다. [Swimming]은 61회 그래미 '베스트 랩 앨범' 부문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Swimming]이 전작만큼 평단의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다. 피치포크 리뷰의 후반은 다음과 같이 앨범을 평하고 있다.
그럼에도 [Swimming]은 나같은 '힙알못'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장르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즐겨찾기로 귀에 오랫동안 머무를 앨범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탈장르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운드적 시도(중간에 클래식 연주 차용이라든가)도 간혹 눈에 띈다. [Swimming]을 접한 청자라면 맥 밀러라는 한 뮤지션의 삶과 이전 음악 경력에 꽤 관심을 가질만하며, 약물 중독의 덫에 벗어날 듯 결국 벗어나지 못한 맥 밀러의 음악적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랩 가사에 대한 해독이 필요하고 상당한(어쩌면 영원히 못할수도...) 시일이 걸릴겠지만, 가사를 모른다고 사운드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듯, 이전보다 대중적으로 귀에 착 감기는 정제된 러프(Rough)함이라고 아티스트의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놀랄만큼 재능 넘쳤던 뮤지션의 거침없는 랩은 거칠지만 거칠게 들리지만은 않은 오묘한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타고난 세련됨에 "Shout Out"을 외치는 게 아닐까.
*Mac Miller [Swimming] / released on Aug. 3rd, 2018 / Warner Bros.
|
2020년 2월 14일 금요일
Mac Miller [Swimming]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