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4일 금요일

Nick Lachey [What’s Left of Me]




















사랑, 그 이상의 아이러니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다. 특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들의 사랑은 더욱 더 흥미롭다. 사람들은 디테일까지 알고 싶어하며, 수많은 타블로이드가 이들이 모르는 사실까지 까발린다. 사랑을 하는 입장에선 전혀 흥미롭지 못한 사랑의 굴곡이 드나든다. 마치 갓 공장에서 구어 낸 시끄러운 러브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날조되어 위조 지폐 같은 결혼을 낳는다. 가수 제시카 심슨(Jessica Simpson)과 결혼하여 MTV 리얼리티 쇼인 ‘Newlyweds’까지 출연하며 사랑을 과시하던 닉 러쉐이의 파혼도 이러한 프로세스가 한몫 했다. 남은 거라곤 무성하게 자란 말들과, 이별의 아픔을 담은 그의 솔로 앨범이다.

사람의 마음은 청개구리 같다. 울고 있는 내 옆에서 누군가 실컷 울라며 종용하면 눈물을 그치고, 울지 말라고 위로하면 서럽디 서러운 눈물이 막을 수도 없이 흐른다. 닉 러쉐이의 처세술은 놀랍게도 청개구리의 이면을 지녔다. 제시카와의 재산 문제로 시끄러웠을 때도 담담하게 그녀를 감쌌으며, 자상한 남편이 되고 싶어했고,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던 일등 남편감인 그로서는 팬들과 여론의 동정표를 얻어내기 쉬웠다. , 눈물에 면죄부를 부여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섰다.

지극히 단조로 일관하는 이번 앨범에서는 내내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다. 제목만 봐도 그렇다. Whats Left of Me, I Cant Hate You Anymore, Shades of Blue’ 등 모두가 이별과 사랑에 관련된 내용이다. 혀에 마쉬멜로우가 녹아 내려가는 닉 러쉐이 특유의 보컬 스타일도 보이지 않는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재기를 다짐하는 한 가수의 레코딩이 어슷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청개구리의 독심술이 앨범에서만큼은 작용하지 못한 것이 의문이다. 문득 슬픔을 액면 그대로 슬프다고 말하는 노래치고 슬픈 노래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콜드 플레이의 ‘Clock’에서 들을법한 피아노 리프가 담긴‘Beautiful’ 같은 오류가 들어온다. 그가 슬프다고 간절히 호소할 때마다 98 디그리스 시절의 감성적인 보이스가 그리워 모타운 시절의 씨디를 찾아보게 된다. 록적인 요소가 충분히 가미된 음악만 하더라도 전처의 동생 애쉴리 심슨을 떠올리게 하는 트라우마 같다. 한마디로, 전혀 ‘닉’스럽지 못한 음악들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목소리를 가로막는다.

최근 음악 잡지인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담담하게 말을 잇다 복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뜨겁게 눈시울을 적신 그의 기사를 읽고 오히려 가슴 한구석에 먹먹한 이별의 아픔을 느꼈다. 한편 그는 ‘Whats Left of Me’ 뮤직 비디오에 출연했던 바네사 미닐로와 염문을 퍼뜨리면서 활기를 찾은 듯하다. 그러면서도 이별의 아픔을 담아낸 이 앨범이 대량으로 쏟아질 생각을 하니, 사랑만큼의 아이러니도 없음을 지긋이 깨문다.

안현선
jjorang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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