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self
영화를 참 좋아했다. 어릴 때 멋모르고 작가주의 영화를 보며 은근슬쩍 어깨를 으쓱거렸던 시절로 돌아가자면, 아는 척을 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희생이 따랐다. 가령 프랑스 영화만 보면 그 놈의 미쟝센을 주시해야만 했고, 히치콕 영화만 보면 히치콕이 카메오로 몇 번이나 나왔나를 세야만 했다. 즐길 수 없는 영화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처럼 디제잉(Djing) 음악을 설명하는 일도 즐거운 일은 아니다. 깎아도 계속 생겨나는 수염처럼 어떤 음악의 성격을 가리키는 하위 장르의 개념이 늘어남에 따라 듣는 이로서는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90년대 후반, 테크노와 드럼 앤 베이스를 기반으로 그 외에 초기 레이브 씬의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는 뉴 브레이크(Nu-Break, 뉴 스쿨 브레이크의 줄임말)는 영국의 애덤 프리랜드나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알려진 BT 같은 디제이들의 주종목이라 할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것 역시 어려운 설명이다. 티켓 하나로 홍대 근처 웬만한 클럽은 제 집 드나들 듯 할 수 있는 ‘클럽 데이’에 가 본 사람이라면 테크노 전문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클럽 툴 정도는 가봤을 것이다. 디제이 구루(DJ Guru)는 그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카고라는 곳에서 오랫동안 튠을 지켜왔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락킹한 느낌을 가지며 원하는 대로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레이버들이 있는 곳이라면 뉴 브레이크는 언제든지 존재한다.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국내에서는 디제이 음악이라면 춤을 추거나 물 좋은 바의 배경 음악 정도로 치부되는 현실로 인해 앨범 제작이 그리 활발하지 않다. 그나마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가 그 지평에 운을 띄웠고, 디제이 구루의 앨범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을 만난 기분이다. 특히나 다양한 시도가 눈에 들어온다. 해파리 소년, 푸른 새벽, 미스티 블루의 넘버가 바코드에 찍히고 새롭게 청자와 만나는 것에서도 충분히 인디 락 팬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다. 가사가 없고 오로지 비트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디제잉 음악의 편견이 무색할 정도로 디제이 구루의 [Address]는 풍만한 감성을 터뜨리고 에너지를 발산한다.
만약 우리가 하나의 음악만 들을 수 있고, 그 음악만 할 수 있다면 어쩌면 세상엔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디제이 구루가 매력적인 이유는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의 솔직한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사운드를 이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만의 ‘사랑가’가 울려 퍼질 즈음에는 데킬라를 들이킨 밤이 고색창연하게 취할 것만 같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서는 가까이만 가도 저절로 음악이 들린다. 취한다. 춤을 춘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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