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 뉴 헤비스가 로이 에이어스를 만난다면
언젠가 윈앰프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된 음악 중 심하게 훅을 불어넣어 오로지 그 멜로디만 생각나게 한 그룹이 있었다. 중요한 스케쥴도 머릿속에 생각하면 그만이지 하다 그만 놓치고 마는 이 덜렁이가 라디오를 듣고 바로 곡과 아티스트를 적었다면 그야말로 반한 것인 그들의 이름은 ‘Rebirth’. 니오 소울(Neo Soul)이나 애시드 재즈의 사돈팔촌까지 꿰면서 듣는 매니아라면 알 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에게 생소한 이 밴드는 그들과 매우 비슷한 성격을 지닌 애시드 재즈 밴드인 ‘Cooly’s Hot Box’의 팬들마저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역시 라이센스로 나왔을 리 무방하다. 그런 와중에 고맙게도 국내에 ‘타일 뮤직’이라는 레이블에서 이 앨범을 수입한 것이 아닌가! 당장 레코드 숍으로 달려가 씨디를 본 순간, 실로 감격의 눈물이 간만에 쏟아졌다.
국외 소울 팬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팀인 Rebirth는, LA 지역 언더그라운드 훵크 유닛인 ‘브렉케스트라(Breakestra)’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던 카를로스(Carlos ‘Losilito’Guaico)가 브랜 뉴 헤비스와 자미로콰이, 소울 투 소울 등의 재즈, 그루브 음악이 차츰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구상한 팀이다. 여기에 친구 백업 보컬로 활동하다 그의 눈에 든 노엘(Noelle Scaggs)이 메인 보컬을 맡음과 동시에 출중한 플레이어들이 모여 팀업을 이뤘다. 드러머인 크리스(Chris‘C-Quest’Taylor)만 하더라도 그의 인척이 6-70년대 당시 훵크 쪽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오하이오 플레이어스(The Ohio Players)를 연상케하는 The New Birth의 멤버였으니 어릴 때부터 쉽게 훵크 뮤직을 접하면서 리듬 감각을 익혔음은 물론이며, 베이스의 그레고리(Gregory ‘Letric Melone)는 커먼 또는 마야 같은 메이저급 뮤지션들과 함께 광고 음악의 세션을 맡기도 했으니 이들의 음악적 배경은 비교적 탄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음악이 자국 내에서가 아닌 영국의 애시드 재즈(레이블 이름)/토킹 라우드 레이블의 젊은 사장인 질스 피터슨(Gilles Peterson)과 곧 한국에서도 내한 공연을 가질, DJ계의 대부인 노먼 제이(Norman Jay)의 눈에 띄어 컴필레이션 작업이나 그들의 앨범에 곡 참여를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는 점이다. 특히 질스 피터슨을 말하자면 영국의 베리 고디(Berry Gordy, 미국 모타운 레코드 사장)로 불릴 만큼 소울과 훵크에 훤한 사람이고, 실제로 그의 애시드 재즈 레이블 출신 뮤지션만 해도 브랜 뉴 헤비스, 자미로콰이 등을 꼽을 수 있으니 그의 선견지명이 택한 리버쓰의 음악은 더더욱 설득력 있게 귀를 잡아 끈다.
소설로 치자면 이제 막 첫 번째 챕터를 시작했다고 밝히는 그들의 데뷔작 [This Journey In]이 2005년 작임을 생각하면 꽤 늦은 시작이지만, 새로운 밴드를 발견한 기쁨과 동시에그간 맛보지 못했던 안정감 넘치는 연주와 보컬이 어우러진 편안한 그루브를 들려주는 밴드의 원숙한 솜씨가 늦은 빛을 보게 된 것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게 된다. 가사 한 소절마다 삶의 이면을 드러내려는 진심 어린 가사는 단순히 ‘리듬 파트’에만 치중하는 일회용 감상을 자제하게 한다. 이럴 때 브랜 뉴 헤비스가 내한 공연은 했을 당시 그네들의 간판 스타인 싸이 스미스를 데려오지 않은 것에서 팬들의 원망을 산 것과 마찬가지로 목소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마일드 커피처럼 기교 없는 부드러움과 그루브를 휘파람처럼날리는 보컬리스트 노엘의 역량이 아니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운드와 가사 전달력이이 앨범을 최고로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노엘의얼굴을 둘러싼 멤버들의 모습에서 그녀를 하나의 ‘중심’으로 만드는 재킷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몽환적인 인트로 ‘This Journey In’을 시작으로 달콤한 멜로디와 훵키한 베이스 라인을 지닌 ‘Stray Away’, 느리지만 부드럽게 남녀 보컬의 조화를 타고 내려가는 ‘Mark of His Ways’, 보사노바의 바운스와 디스코를 착용했지만 이질감을 주지 않는 그루브 ‘Taking Me Down’등 어느 한 곡 버릴게 없는 이들의 데뷔작을 통해 우리는 아득한 70년대의 소울과 애시드 재즈의 열풍이 일던 90년대의 세련되고 싶었던 한 때를 돌아볼 수 있다. 브랜 뉴 헤비스와 로이 에이어스가 만난다면 아마 리버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심심치 않게 하면서.
안현선
jjorang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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