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들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지 않을 만큼 희박하겠지만, 수적으로 상관없이 그녀는 모든 이를 다 합친 것보다 풍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국내 음악계가 주목해야 할 차세대 아티스트임에 틀림없다. '신인이니까 열심히 할 거구요, 예쁘게 봐주세요.'하는 힘없는 우리네 예쁜이 여가수들이 화면을 수놓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시원한 일침을 맛봤다고나 할까. 지나그램이 보여주는 완벽주의는 속사포처럼 늘어놓는 래핑도, 재지함을 쿡쿡 찌르며 모습을 드러내는 턴테이블의 스핀도 제 역할에 충실하며 그녀를 압도하지 못한다. 예전에 리뷰를 한 바 있는 제이 킴(Jay Kim)과는 또 다른 맛의 스무스 재즈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애시드 재즈에 가까우면서도, 스탠다드한 재즈 피아노 연주를 향한 그녀의 소소한 애정이 엿보여진다.
앨범 한 장으로 아티스트의 자의식을 청자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노래하며 연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막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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