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7일 월요일

The Shins [Wincing the Night Away]






















지금은 종영된 미국의 인기 드라마 [The O.C.]의 인디 록 힙스터(Hipster)인 세스가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 이하 데스 캡)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과시할 때, 그들보다 좀 더 늦게 데뷔 앨범을 낸, 모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와 절친하기로 알려진 더 신즈(The Shins)NBC TV 시트콤인 스크럽스(Scrubs)’의 귀여운 의사 잭 브라프가 연출한 가든 스테이트(Garden State)’에 단 두 곡만이 실렸다는 이유로(Caring is Creepy, New Slang) 바퀴벌레 잡는 업체 세스*만큼 든든한 세스 코헨의 홍보벽을 자랑하는 데스 캡 을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인디 록을 꾸준히 들어왔던 우리들의 힙스터들은 뉴 멕시코 출신의 수수한 얼핏 보면 뮤지션 같지 않은 외형을 지닌- 밴드 더 신즈를 알고 있을 것이다. 2001년부터 2007 1월 말에 발매된 [Wincing the Night Away]까지 달랑 세 장의 앨범뿐이지만, 닉 드레이크(Nick Drake, 74년에 사망) 같은 어쿠스틱/포크 사운드에 특유의 인디 록적 감수성을 묽게 넣고 반죽한 [Oh, Inverted World] [Chutes Too Narrow]는 필청 앨범으로 꼽혀왔다. 그리고 2007 1, [Wincing the Night Away]를 통해 전작의 연장선에서 변화의 기쁨을 이전보다 훨씬 격양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2005년에 발매된 [Plans]로 심심해져 버린 데스 캡 같지도 않으며, 그들보다 조금 뒤에 신작을 발표한 클랩 유어 핸즈 세이 예(Clap Your Hands Say Yeah)나 블록 파티(Bloc Party)처럼 요란한 기대 없이도 기대 이상의 관록과 풍성해진 사운드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의 더 신즈.

[Wincing the Night Away]는 과거에 그들이 들려주었던 음악과 현재의 욕심이 만난 2007년 최고의 인디 록 앨범으로 손꼽힐 만하다. 첫 곡 ‘Sleeping Lessons’는 인디 록과 일렉트로닉의 결합인 포스털 서비스(Postal Service)‘Such Great Height’처럼 신비롭다 점차 빠른 비트로 운을 띄우고, 더 신즈의 주특기인 싱어롱하기 좋은 멜로디와 적당한 빠르기의 쟁글 팝(Jangle Pop)‘Austrailia’가 이어지면서 비슷한 ‘Turn on Me’, ‘Girl Sailor’같은 곡이 드문드문 서 있다. 한편, 영화 펄프 픽션의 오프닝으로 쓰여 유명한 딕 데일(Dick Dale)‘Misirlou’ 같은 서프 록 반주와 어깨에 힘을 쭉 뺀-마치 애덤 샌들러처럼 들리기도 하는-제임스 머서(James Mercer)의 보컬이 어울리는 ‘Pem Berry’는 마냥 새롭고 유쾌하기만 하다. 어쿠스틱의 질감을 겹겹이 쌓아놓고 잡히지 않는 푸른색처럼 떠도는 전자 사운드가 단연 매력적인 ‘Black Wave’도 감탄할 만 하며, 유유히 떨어지는 물소리처럼 들리는 키보드 스트링이 돋보이는 ‘Red Rabbits’, 신스(Synth) 샘플을 조각 내 마치 기억의 필름이 끊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Split Needles’까지 전작과는 많이 차별화된, 들었을 때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고 싶은 곡은 첫 번째 트랙인 ‘Sleeping Lessons’ 지만, ‘Phantom Limb’이 싱글 커트된 것을 보면 사람들이 더 신즈에게 원하는 것은 아마도 노스탤지어 어린 멜로디가 아닌가 싶다. 이번 앨범의 완성도로 봐서는 리더인 제임스 머서는 함께 작업한 조 시카렐리(Joe Chiccarelli)에게 다음을 기약해도 괜찮겠다. 조 시카렐리는 U2, 벡과 작업한 바 있는 프로듀서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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