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도프 주연의 비틀즈 실화를 다룬 영화 'Backbeat'를 아시는지? 그리고 그 영화를 좋아했던 또 다른 백비트, 주현철의 음악을 들어보셨는지? Backbeat라는 이름으로 몇몇 밴드의 게스트로 선보인 적 있는 주현철은 고교 졸업 후 1993년부터 홍대 근처에서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도에는 록 밴드 '오!브라더스'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았으나 2년 뒤 팀을 나왔다.
이후 그는 한참동안 곡 작업에 몰두했고, 마치 겨울 내내 달콤한 동면을 마친 것처럼, 그렇게 슬로우 준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선 슬로우 준이라는 이름부터가 재미있다. 이 프로젝트 밴드의 주인공인 주현철이 느린 것을(slow) 좋아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그는 6월(June)생이라는 것이다. 스웨터의 신세철이 프로듀서로 활약한 본 앨범은 간데없는 차분함과 흐릿하고도 맑은 모순 된 감상을 낳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운드의 여백을 열어 제치는 어쿠스틱 기타와 오밀조밀한 기타 편곡, 프로그래밍에서 들리는 질감도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을 토대로 부담 없는 음악을 선보인 슬로우 준. 이 앨범을 씨디 플레이어에 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어디론가 떠나버릴지도 모르겠다. 늦은 아침 햇살 받으며 떠나는 도시에서 교외로 가는 풍경과 함께하는 게으르지만 그 게으름이 주는 평온함.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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