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록에 있어 2006년은 영광의 해였다. 인디 음악 소식의 보고지인 Pitchfolk를 비롯하여 Filter, CMJ 같은 인디 록 전문 음악 싸이트들은 분주하게 ‘그들만의 음악’을 알리고, 평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Spin, NME, Rolling Stone, Blender 같이 메인스트림 록과 함께 인디 록을 포용하는 음악잡지에서는 일찌감치 체제 전복의 길로, 더 이상 인디 록 없이는 기사를 쓸 수 없을 만큼 인디 록의 메인스트림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좀 더 나아가면 미국의 가장 방대한 저널리즘 웹인 The Onion의 The A.V. Club과 설명이 필요 없는 빌보드의 에디터들 마저 매년 뽑는 최고의 음악 리스트에 인디 록 밴드들을 끼워 넣기에 바빠 보였다. 그리하여 인디 록 없이는 불가능한 차트의 완성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우리는 미국 L.A. 출신의 실버선 픽업스(Silversun Pickups)라는 밴드의 놀랄만한 주목과 활약을 지켜보았다.
멤버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음악은 더욱 흥미롭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보컬이자 기타의 브라이언 오버트(Brian Aubert)는 빌리 코건이 특유의 코맹맹이 소리로 스매슁 펌킨스의 색깔을 더욱 몽환적으로 입혀준
것과 같은 역할을 해낸다. 몇몇 곡에서 코러스를 맡고 있는 베이시스트 니키 모닝거(Nikki Monninger)는 캣파워(Cat Power)로 착각하게
할 만큼 비슷한 외모-외골수처럼 보이고 창백한-를 하고 리드미컬하게
손을 놀린다. 드럼의 크리스토퍼 관라오(Christopher
Guanlao)는 블록 파티의 드러머인 맷 통과 비슷한 류의 주목-유색인종이라는 것-을 받지만 아트록 펑커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의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 키보디스트인
조 레스터(Joe Lester)는 키보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교묘한 플레이로 실버선 픽업스를 드림 팝의 정점에 올렸다.
실버선 픽업스의 [Carnavas]는 2005년 그들이 여름에 내놓은 EP인 [Pikul]에서 전혀 곡을 가져 오지 않은 새로운 음악들로
가득하다. 여기서 ‘Lazy Eye’는 서두에서 열거한 유수
인디 음악 전문지들에 의해 Two Thumbs Up을 얻어냈으며,
2006년 최고의 곡으로 영예의 왕관을 차지한 지 오래다. ‘Lazy Eye’는 이들의
음악적 색깔을 단번에 알 수 있으면서도 이를 가장 뛰어나게 표현했다. 스매슁 펌킨스의 [Mellon Collie and Infinite Sadness]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Loveless]를 동시에 듣는 느낌이 든다. 첫 시작은 스매슁
펌킨스의 히트곡 ‘1979’를 떠올리게 하나, 록음악의 기본적인 8비트나 코드 스트로크에 의해 비슷하다기 보다는 스매슁 펌킨스와 매우 비슷한 톤-특히 보컬, 기타-과 편곡으로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끊임없이 90년대의 모던 록을 듣던 그 찌릿했던 순간을 상기시켜주다 격정적인 착시현상과도 같은 슈게이즈(Shoegaze)의 결말로 듣던 사람을 털썩 주저앉게 만든다.
지금까지 들어도 질리지
않는 90년대 얼터너티브 음악과 슈게이즈, 이 두 가지를
사탕처럼 물고 있는 드림 팝을 풍선처럼 들다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버릴 것 같은 자유로움까지 선사하는 실버선 픽업스의 음악은 2006년의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수입한 레이블도
라이선스반도 없는 상태라 우리나라의 해외 인디 록 팬들은 언제나 불만스러울 수 밖에 없는 문화적 환경에 놓여있다.
[Carvanas]의 프로듀서는 2006년 2월에
사망한 힙합 프로듀서이자 MC인 제이 딜라(J Dilla 또는 Jay Dee)와 작업한 바 있는 데이브 쿨리(Dave Cooley), 믹싱은
벡, 더 쿡스, 벨 앤 세바스챤을 담당했던 토니 호퍼(Tony Hoffer)가 했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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