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 화요일

School Of Music: 돌아온 미스터 슈니블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쿨 오브 락’에서 잭 블랙이 분한 듀이는 록 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실상 그의 처지는 그나마 있던 클럽의 밴드에서 쫓겨나고 친구의 집에 얹혀사는, 그야말로 음악적 야심으로만 가득 찬 백수다. 어느날 그는 우연히 같이 사는 친구 녀석이 일하는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게 되면서, 가짜 선생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은 어려도 한참 어린 그가 맡아야 될 학생들을 만나면서 터지게 된다.

나는 웹진에 글을 쓰는 일을 함과 동시에 실용음악과 입시반 학생들의 조교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한 지 반 년을 훌쩍 넘긴 지금 돌이켜보면, 학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자질구레한 일이 많아 고된 적도 있었지만, 매번 나의 마음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주었던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였다. 하루 종일 학교 공부 하느라 지친 그 작은 어깨에 무거운 기타나 베이스를 메고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음악을 향해 달리는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영화에서 ‘미스터 슈니블리’라는 친구의 이름으로 대리 선생으로써의 인생을 살게 된 듀이는, 단순히 그토록 염원했던 락 밴드를 구성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주고, 락 음악의 역사를 가르치며, 락 음악의 정신을 몸소 보여준다. 성적을 매기는 프로젝트라는 그의 거짓말은 잘못됐다쳐도,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을 향한 애정을 추스르고 돌아서면,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낑낑대며 연습하는 아이들에게서 하나같이 ‘대학’이라는 목표만 보이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용 음악을 하려는 그들이 하나같이 원하는 대학은 단 하나뿐이고, 가고 싶은 이유를 물어봐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영화과에 이어 돈 되는 학문이 되어버린 실용음악과는 전국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선진국보다 ‘실용음악과 공화국’으로써 인력 과잉 공급을 양산해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우울하다. 그 많은 아이들이 음악을 하겠다고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각자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고 공간이 부족하다. 막연하게 그저 음악을 위해 달려왔는데 휑한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부지런히 12년을 공부하고 유수한 대학을 졸업했으나, 막상 사회로 나왔을 때 자신의 역할을 갖고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들과 다를 바 없다. 실용음악과를 나온다고 전부가 음악을 하며 스스로가 원했던 만큼의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스쿨 오브 락’을 보지 못했다면 한 번 쯤 보고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를 권한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미덕이란 이렇다. 미스터 슈니블리는 대략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맡을 수 있는 분야를 준다. 그리하여 ‘스쿨 오브 락’에서는 밴드 뿐 만 아니라 의상 디자이너가 있으며, 멋지게 조명을 쏘아대며 무대를 돋보이게 해 주는 아트 디렉터도 있다. 또한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밴드 매니저까지. 그들은 직접적으로 무대에 서지는 않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 밴드를 빛나게 해 주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심벌즈를 치던 개구쟁이는 드럼을 통해 자신만의 품세를 만들어가며, 기타 치는 수줍은 꼬마는 전설적인 기타 플레이어나 밴드 들을 연구하며 록의 정신을 배워간다. 동양계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멋지지 않다고 여겼던 소년은 키보드 앞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나는 그들이 음악을 하면서 자신이 어떠한 즐거움을 느끼며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다양한 음악을 듣고 서로의 연주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음악으로 이끌게 한 아티스트의 삶을 엿보길 바란다. 또한 어른들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믿고 움직일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는 단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만 많은 것이 아닌, 다양한 음악과 생각을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아티스트들로 가득했으면 한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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