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부족으로 노트북이 자주 다운되어 서비스 센터에 다녀왔다. 드롭박스(Dropbox)와 PC 카톡, 스티키 노트 등 이런 소소한 녀석들이 메모리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RAM을 기존의 4기가에서 8기가로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서비스 센터에서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받는 것과 직접 메모리를 사 와서 설치 받는 비용 차이가 거의 4~5만 원 돈이라 일단 온라인으로 램을 구매했다. 내 노트북 기종은 LG 그램인데 쓴 지 3~4년 되었지만 포맷 한 번 없이 기본적 업무는 이걸로 잘 처리했다. 게임이야 소소하게 프메 2 하는 것 빼고는 거의 인터넷 검색과 사이버대 수강, 문서 작성 정도였다. 구글 드롭박스는 최근에 많이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부팅하자마자 무려 메모리의 130MB를 잡아먹고 있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이 노트북이 사양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다만 그래도 100만 원 초반 가격에 샀었고, 노트북으로 베그를 돌린 것도 아닌데(어차피 돌리지도 못할 듯) 램을 올려야 하다니 여하튼 세상에 공짜란 없음은 다시 한번 실감한다.
우리가 기분 좋게 무료로 쓰는 이 모든 서비스들도 결국은 일정 용량이 채워지면 "그동안 좋았지? 이제 유료란다" 하며 청구서를 내민다. 기존의 플랫폼에 집약된 나의 시간과 콘텐츠를 돈이 아까워 새 부대에 담기엔 너무 지난한 일이 될 것이고, 결국은 '이거 얼마나 한다고' 하며 플랫폼과의 별것 아닌 싸움에 백기를 들고야 만다. 특히 근래에 그런 고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 같다. 아이팟과 아이패드를 쓰고 있는데 이 두 기계의 데이터들이 아무 문제없이 연동되려면 두 기계의 용량이 같아야 하지만 아이패드 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결과적으로는 아이클라우드에서 기본 용량을 제공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과는 내 카드로 매달 3천 원 정도의 요금을 잘 청구하고 있다. 매달 기사 읽기 수를 제한하는 뉴욕 타임스의 영특함으로 매달 4 달려 정도의 디지털 구독도 하고 있는데, 수년간 구독했던 코리안 헤럴드는 끊을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헤럴드를 열심히 읽은 것도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는 네이버 뮤직 앱 서비스인 VIVE(바이브) 월 정액에 가입했다. 현재 시디를 살 여유도 없고, 시디 대신 MP3를 사 모은지 좀 되긴 했지만, 바이브 전에 이용하던 멜론의 MP3 가격이 꽤 올라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바이브의 장점(스트리밍+오프라인에서도 저장한 앨범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적 해외 인디 음원이 많다는 점)을 잘 이용하고 정말 마음에 드는 음반은 사겠다는 취지였다. CD도, MP3로 꽤나 있지만 다시는 듣지 않는 것들도 상당히 많아서 예전처럼 레코드숍에서 나오는 튠을 듣자마자 "이거 주세요" 할 만한 스웨그(swag)의 여지도 없다.
콘텐츠와 서비스의 사용에 대해 값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서비스들이 없었을 때의 나의 인생이 불편했나 하는 새삼스러운 생각은 든다. 물론 그 당시에는 청계천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가방 무겁게 집어오고, 뮤직랜드와 타워 레코드에서 산 시디의 가운데 플라스틱 부분(그 부분의 명칭을 알고 싶다!)이 깨져서 나도 모르게 알파벳 C를 날린 기억들은 지금의 관점에선 '세상 불편하기' 짝이 없는 콘텐츠 이용법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때가 더 편했던 것만 같다. 그건 아마도 내가 문서작성만 할 줄 하는 '앱알못 or 툴알못'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정말이지 실체가 있으면서도 DEL 하나로 없어지는 허망함이란. 복제도, 삭제도 내 마음대로 간편하지만, 그 간편함의 위험에서 무방비로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이용하는 새로운 간편함에, 삶은 참 간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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