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팻 매스니의 실험적인 앨범 [Imaginary Day]의 수록곡인 ‘Follow Me'를 듣고,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사운드 스케이프에 귀는 얼얼해지고 심장은 요동쳤던 기억이 있다. 다양한 장르와 리듬을 펼쳐놓고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와도 같은 퓨젼 재즈. 새하얀 도화지에 아지랑이처럼 번지는 그 옛날 옛적의 감동을 재연하듯, 워터컬러(워터컬러는 수채화를 의미한다)의 첫 앨범 [Hands Up]은 들으면 들을수록 투명하게 오감을 만족시켜 준다.
토속적이면서도 흥겨운 아프로 큐반 리듬의 퍼커션을 기반으로 모던한 색소폰이 조화를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첫 곡 ’Hands Up'으로 출발하여, 다정다감한 멜로디에 격정을 입힌 ‘Playground'와 옐로우 재킷과 같은 8-90년대 미국 퓨젼 밴드들을 연상시키는 ’Faint Motion' 등 각 트랙마다 스타일을 달리하여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이 앨범의 백미인 마지막 트랙 ‘Patio de recreo'는 마치 이국적인 섬나라에 온 느낌을 주듯 여러가지 라틴 퍼커션 앙상블을 통해 광활한 대기를 연출하다가도, 산들바람처럼 물씬거리는 삼바리듬으로 청량한 마무리감을 선사한다.
퓨젼 재즈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을 엮어내는 이들의 음악을 통해 국내 재즈의 활주로는 넓어졌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청자들은 워터컬러의 앨범을 감상하며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중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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