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it easy, Lounge
그저 디제잉을 즐기기에만 그칠 줄 알았던 지누가 앨범을 냈다. 나름대로 애시드 재즈를 국내화(?) 시키는 데에 크게 일조한 롤러코스터의 입지는 새삼스럽게 큰 형님처럼 살금살금 덩치가 불어가고 있고, 그들의 행보는 비대해진 살 이곳저곳에 숨겨져 언제 무엇을 들고 나올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누 만큼은 혼자 놀기에 충실한 편이였다. 롤러코스터가 되기 이전의 독집을 낸 바 있는 지누는 이승환의 그늘 밑에서도 창 밖을 보고 눈을 실컷 맞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다.
그가 디제이로써의 지누를 알리기 시작한 것은 부지런히 클럽을 다닌 레이버들이라면 이미 오래전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몇 년전 토와 테이 파티에서 그의 디제잉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그의 고급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지누는 이후에도 부지런히 파티의 게스트로 참여했고, 어느덧 메인 디제이로 부각되어도 크게 놀라지 않을 정도다.
즉, 그의 집념엔 무조건 찬사다. 롤러코스터의 리더라는 잘 만들어진 이미지를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또 다른 음악 커리어에 디제잉을 집어넣은 영민함은 지속가능한 아티스트로써의 지누를 엿보게 한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트랙을 보면 생소한 유럽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의 이름이 열거되어 있으며, 그들의 음원을 바탕으로 지누의 이름을 거쳐 재편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듣다보면 지누의 창작이 뛰어난 음악이라기보다는, 그가 좋아하는 다양한 입맛의 비트들이 널려진 라운지 바에 온 기분이다. 데코레이션은 기본이고, 테크니션으로써는 일단 합격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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