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 화요일

Original Soundtrack [Marie Antoinette]


Marie Antoinette(국내: 마리 앙투와네트)
연출: 소피아 코폴라
출연: 커스틴 던스트, 제이슨 슈왈츠먼, 립 톤 등
















마리 앙투와네트의 포스트아이포드(i-pod) 리스트

처녀 자살 소동(The Virgin Suicides)’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를 연출한 소피아 코폴라는, 비록 그녀가 연기엔 소질이 없으나(대부 3), 연출자로서는 아버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피를 넘치게 받았다는 사실을 평단의 찬사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으로 입증한 바 있다. 그리고 2006 칸 영화제에 공개되면서 비교적 우호적인 평가와 혹독한 비난을 동시에 받은 세 번째 영화 마리 앙투와네트(Marie Antoinette)’처녀 자살 소동의 소녀 커스틴 던스트를 여왕으로 모시고 만든, 또 한 편의 센세이셔널한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랑스의 악명 높은 젊은 여왕 마리 앙투와네트의 일대기를 그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고 그만큼 화려하게 살았으나, 단두대에 목이 잘리는 최후를 맞이했다는 대강의 인생 플롯은 굳이 전기를 읽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이 알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리 앙투와네트에 대한 진실이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왜곡된 점이 많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 영화는 익히 잘 알려진 전자-화려한-의 삶과 그녀의 이미지를 충실히 스크린에 투여하고 있다.

마리 앙투와네트인 만큼 그녀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웠던 배경이나 의상은 당연하겠지만, 특이한 점은 커스틴 던스트의 나풀거리는 드레스 폭과 와인이 7-80년대 뉴 웨이브 음악과 모던 록, 심지어 일렉트로니카까지 곁들여져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이다. 한 순간에 뇌리에 남을 만한 장면들을 모아 감각적으로 편집해내는 영화 트레일러만 보더라도, 분홍빛으로 물들인 화려한 의상과 자유를 만끽하는 마리 앙투와네트의 모습을 갱 오브 포(Gang of Four)‘Natural’s Not In It’의 인트로와 함께 경쾌한 인상을 심어주고, 뉴 웨이브 시대의 포스트 펑크 록 밴드로 유명한 더 큐어(The Cure)‘Ceremony’가 단 2분 남짓한 트레일러의 막판에서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기꺼이 우리는 마리 앙투와네트의 기구한 운명보다, 마리 앙투와네트 또는 커스틴 던스트라는 아름다움을 간지럽혀, 터질 것 같은 자유와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영화와 음악의 상승작용을 경험하고 싶어진다.

두 개의 씨디로 구성된 [Marie Antoinette] OST는 마치 마리 앙투와네트가 겪어온 인생의 흐름처럼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디스크는 휘황찬란했던 인생의 황금기를 나타내듯 들뜬 템포의 뉴 웨이브 바우 와우 와우(Bow Wow Wow)와 건방진 뉴요커의 음성도 그리 나쁘지 않은 듯 어울리는 더 스트록스(The Strokes), 파스텔 톤처럼 속삭이듯 부드러운 스웨디시 록인 라디오 디파트먼트(Radio Dept.)로 이어지는 조합은 갱 오브 포, 큐어에서 클래식인 비발디의 ‘Concerto in G’까지 예쁜 슈즈처럼 잘 진열되어 있다. 반면 두 번째 디스크에서는 앰비언트 테크노의 대부 격인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이나 소피아 코폴라 영화의 단골 손님인 에어(Air), 국내 일렉트로니카 팬들에게 알게 모르게 유명해진 스퀘어푸셔(Squarepusher)의 트랙들은 피아니스트인 더스틴 오할로란(Dustin O’Halloran)의 쓸쓸한 선율과 도메니코 스칼라티(Domenico Scarlatti)의 하프시코드 연주와 함께 마치 그녀의 비극적인 운명처럼 낮게 묻혀져 간다.

앨범 전체적으로 대단히 세심하게 잘 조율된 [Marie Antoinette] OST를 듣고 있노라면 전생에 마리 앙투와네트도 이런 뉴 웨이브와 일렉트로니카를 즐겨 듣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영화는 국내에서 2006 11월경에 개봉되었으나 소리 소문 없이 간판을 내렸고, 사운드트랙은 라이선스화 되지 않았지만 수입 반은 아직 구할 수 있다. 앨범 프로듀서로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도 참여한 바 있는 작곡가 겸 80년대 뉴 웨이브 뮤직의 한 인물이었던 브라이언 라이첼(Brian Reitzell)이 맡았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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