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클래지콰이들은 어디로?
90년대 중반, 롤러코스터를 시작으로 애시드 팝은 충실하게 계보를 쌓아왔다. 브랜 뉴 헤비스(Brand New Heavies)나 인코그니토(Incognito)같은 애시드 재즈 밴드들의 내한 공연이 성황리에 끝났고, 멋쟁이들만 모인다는 클럽에서는 하루 종일 일렉트로니카가 나왔다. 새롭고, 자극적이고, 어깨가 들썩이는, 하루 종일 댄스 플로어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그루브와 전자 사운드의 향연을 누구나 매일같이 원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롤러코스터 이후의 트렌디한 감성을 이끌어가는 몇몇을 범주에 묶어놓고 늘 새로움을 갈구했다. 누르기만 하면 뭐든지 척척 나오는 자판기처럼 21세기의 음악이 쏟아져 나왔다. 애시드로 구분하기 모호한 그들만의 채도에서 강렬한 와인 빛을 선사한 클래지콰이는 그 어떤 그룹보다 대중들의 찬사를 얻어냈으며, 파스텔 톤의 멜론맛 샹그리아를 연상시키는 캐스커는 보사노바와 일렉트로니카의 정점에 섰으며, 작곡가로도 유명한 김형석이 이끄는 포터블 그루브 나인도 이른바 시부야케의 수줍은 사랑스러움을 표방했다.
누에보 디스코스라는 이름에 새로움(Nuevo)이 들어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애시드 하우스와 훵크의 접목이라는 문장을 전면에 앞세운 이들의 앨범 [Vista]에서는 다양한 효과와 신디사이저 음이 주를 이룬다. 때로는 어쿠스틱 기타가 머리를 식혀주기도 하면서 수축과 이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은 건망증과도 같다. 집을 나섰는데 지갑을 놓고 와 돌아온 그 자리에서 행여 화장이 지워지진 않았나 재차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고 다시 지갑을 놓고 오는 망각처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얼굴을 자꾸만 바라보고 그 많은 러닝 타임을 지나친다.
결국 훅(hook)이 없는 멜로디만 건조하게 펼쳐진 새로움은 없는 것만도 못하다. 문득 클래지콰이가 나오던 시즌의 그 많던 클래지콰이들과 넘실대던 그루브는 어디로 갔나 싶다. 아, 이젠 그루브가 나와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노땅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하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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