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4일 금요일

한일 FRIENDSHIP CONCERT: SEOUL JAZZ ACADEMY WELCOMES PAN SCHOOL OF MUSIC

2005년 2월 19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
장소: SH CLUB
한일 FRIENDSHIP CONCERT (SEOUL JAZZ ACADEMY WELCOMES PAN SCHOOL OF MUSIC)
'SJA 개원 10주년 기념 콘서트 시리즈 1' 에 가다!
느낌표를 단 저 맺음말은 그 콘서트에 갔다는 말이 될 수도 있으며, 침착해야만 하는 이런 리뷰에 필자의 저속한 표현을 빌리자면 '뻑 가다' 가 될 수도 있다. 서울 재즈아카데미(약자 SJA)의 10주년 생일을 맞이하여 그와 오랜 교류를 맺어온 일본의 저명한 음악 학교인 'PAN SCHOOL OF MUSIC' 친구들과의 유쾌한 난장.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누가 그러던가? 아마 먹을 것은 없어도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주 많다. 수다스럽지만 정감 있는 ‘우디 앨런’(미국 뉴욕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노장 영화감독. 그의 영화는 사람들의 수다에 시종일관 재즈가 끊이지 않는다) 필름 같은 재즈. 그들의 웃음. 즐거움을 타고 흐르는 제스추어. 이 정도면 배부르다.
1. School of Jazz
2월이라 부르는 어정쩡한 겨울의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공연이 있었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라이브 공연 클럽인 'SH CLUB'에서 열릴 서울 재즈아카데미와 PAN SCHOOL OF MUSIC 과의 협연 때문이었는데, 장내는 그들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과 그냥 라이브 공연을 보고 싶어 온 사람들이 얽혀져서 다소 시끌벅적한 기류가 돌았으나, 잡음을 덮는 어둠과 동시에 공연의 오프닝을 알리는 중저음의 베이스 연주로 시작되는 ‘Lee Ritenour’의 'Night Rhythm'이 들렸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단락 시킨 오프닝 무대의 주인공은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로 이루어진 '4 Miles' 이였다. 그들의 차분하면서도 깔끔한 연주는 계속해서 이어질 나머지 학생 팀 밴드들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첫무대를 마치고 어디선가 뱀(?)의 향기를 뿜어내는 여성이 나타났으니, 관객들 절로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런 것이 바로 라이브의 매력이 아닐까. 외향에서 풍기는 냄새만으로도 타자를 들뜨게 하는 것. 붉은빛 조명 아래로 부풀린 머리, 화려한 프린트의 스커트, 망사스타킹의 보컬리스트가 Incognito의 'I hear your name'을 들려준다.
두 번째 밴드인 'Screw Driver'의 공연은 '제니스' 라는 이름의 그녀가 가진 카리스마를 필두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보컬 위주의 공연'을 맛깔스럽게 뽑아내기 시작한다. 또한 백업 보컬을 두었다는 것도 그들만의 차별성인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1978년에 히트했던 Toto의 'Georgy Porgy'를 부를 때 그들의 파워를 전혀 보여주지 못한 점. 애시드 재즈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리드 보컬과 백업 보컬의 조화가 관객의 소름을 돋게 하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줄 수 있다면, 앞으로 이들은 ‘Incognito’나 ‘Brand New Heavies’ 만큼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들은 자리를 잡아가고, 공연은 무르익어갔다. 그리고 종전과는 전혀 다른 파란색 조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키보드의 트럼펫 효과음이 마치 상쾌하고 탁 트인 아침을 전달하는 듯한 ‘Rippingtons’의 'Morocco'를 들으면서, 그루브의 향연은 잠시 접어두고 편안한 자세로 듣는 컨템포러리 재즈의 시간을 가졌다. 이 곡이 끝나고 'Trouble Maker'인 이 네 연주자들 중 앞자리에 위치한 기타, 베이스 연주자들은 관객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해 나갔다. 그러고 보니 연주에 집중하느라 그들의 귀여운 호랑이, 곰발바닥 신발을 늦게나마 보고 크게 웃기도 했다.
‘Marcus Mille’r의 곡 중 가장 잘 알려진 'Rampage' 다음으로 마지막 곡이었던 ‘Abraham Laboriel’의 'Goyo'는 그들의 팀웍을 가장 잘 드러낸 수작이었다. 연주가 좀 모호하게 끝을 맺어 관객들이 박수치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하는 순간이 있었긴 하였지만, 세 곡의 레파토리를 다루면서 점점 갈수록 살이 붙어가는 연주를 보여주는 그들의 음악세계에 지속적인 상승곡선만이 따라다니길 바란다.
음악을 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면서 나 자신 또한 평화로움에 빠지는 경험을 했던 ‘후리지않느’의 공연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다. 이들의 구성은 드럼, 기타, 키보드, 그리고 콘트라베이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간정도의 조명과 ‘Chic Corea’와 ‘Antonio Carlos Jobim’ 선곡은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색을 확연하게 드러내주었다. 관객들 또한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잠시나마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의 휴식을 꿈꾸었을 것이다.
두 번째 곡으로 들려준 Antonio Carlos Jobim의 'Red Blouse'는 공연했던 학생 팀들 중 가장 많은 박수와 호응을 자아냈다. 키보드의 매혹적인 인트로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미소로 이어지고, 음악은 완벽에 가까운 연주로 화답하는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이런 대세라면 아무래도 학생 팀의 마지막을 장식할 밴드의 책임감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지만, 연주에 앞서 선생님과 학생과의 짧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긴장감을 풀 수 있었다. 이후 공연을 바로 시작하려는데 사운드 문제가 있었는지 다소 지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가까스로 시작된 공연은 다소 밋밋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Lee Ritnour’의 'Sause'를 편곡하였다는 소개와 함께 이어지는 무대는 키보드의 인트로와 드럼의 엇박으로 차분하게 시작하면서 힘이 넘치는 키보드의 리드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자 갑자기 활화산처럼 터지는 조화는 약-강-약-강 의 순서 반복으로 일종의 소름끼치는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고, 첫 곡의 지연과는 달리 밴드 멤버들이 혼위일체가 되어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유연한 그들의 무대 매너에서 자신감 넘치는 미래의 재즈 아티스트들을 엿보았을 것이다.
2. Carpe Diem !
방금 ‘Lee Ritnour’의 'Sause'를 연주한 'Cubase' 팀을 마지막으로 하여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과시한 학생 팀의 공연이 끝나고, 10분 동안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다들 장시간 앉아 있던 터라 지쳐들 있었지만 선생님 팀의 공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선생님 팀의 연주가 시작되려하자 몇몇 선생님을 사모하는(?) 팬들의 메시지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John Scofield의 'Not you again'은 나즈막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기타 ‘김정배’ (SJA)의 멜로디라인이 부드럽게 녹아들면서 절제된 드럼 ‘Scott Latham’ (Pan School of Music)의 연주가 차츰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기타의 바톤을 키보드가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키보드 ‘박종화’ (SJA)의 솔로가 연결되었고, 이어서 베이스 ‘한현우’ (SJA)와 드럼의 리드미컬한 조화는 어느 한 쪽 튀지 않고 잘 다듬어진 매무새처럼 멋진 조화를 이뤄냈다.
특히 베이스 솔로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환호성은 멈출 줄 몰랐다. 연주의 Give and Take(주고받기)는 지칠 줄 모르고 이어졌는데, 드럼 연주를 맡은 ‘Scott Latham’ 씨는 후반부를 그만의 노련미로 끝까지 차분함속에 열정이 느껴지는 무대를 이끌어갔다.
연주를 마친 뒤, 이 콘서트 중간마다 짧은 대화를 오고 가게 했던 진행자 역할까지 겸한 김정배 선생님의 멤버 소개에 이어, Jam 형식으로 이루어질 ‘Miles Davis’의 'All Blues'가 선보여졌다. 베이스를 필두로 드럼의 힘 있는 인트로가 키보드 연주를 돋보이게 하면서서로의 리듬감을 존중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해 주었다. 중반부엔 마치 프리 재즈처럼 각 파트가 치열하게 달려가다가 어긋날 듯싶으면서 제자리에 돌아오는 균형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재미있던 감상 중 하나다.
기타의 적극적인 공세에 이어 베이스의 빠르고 미세한 손놀림은 모든 이들이 턱을 빼고 보았던 장면 중 하나. 이어 베이스 솔로 - 드럼솔로의 Jam은 현란한 연주가 줄다리기를 하는 듯하더니 다시 그들만의 자리로 돌아와 합주를 하고 대단원의 마무리를 하면서 관객들의 앵콜을 뽑아냈다.
3. Last man standing
드디어 이 공연의 마지막 부분이자, Pan School을 진심으로 환영하기 위한 시간인 일본의 ‘PAN SCHOOL OF MUSIC’ 출신의 밴드인 'Wi Ro Ha' Band 의 여정만을 남겨두었다. 필자 뿐 만 아니라 관객의 대다수가 '쟤네는 과연 잘할까?' 라는 어느 정도는 지켜보자는 식의 심보도 좀 있었지만, 최근 일본 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언더그라운드 밴드인 이들은 과연 어떤 음악 세계를 펼칠지 하는 궁금증의 뒤섞여 마지막을 더욱 고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잠깐 동안 악기 점검을 할 때 멤버들을 살필 수 있었는데, 특이하게 이 밴드는 관악기인 플룻(Eiji Nakai)을 겸비하여 음악에 이채로움을 더하리라는 느낌을 주었다. 간단한 세팅 점검이 끝나고 조명 없이 드럼의 그루브한 리듬이 무대를 알리면서 소위 또 요즘말로 하자면, ‘니뽄필’(feel) 감각을 발랄하게 자랑하는 그녀의 보컬(Sawa Kitai)의 무대 매너가 돋보인 'ボ二― (보니-)'로 첫걸음을 디뎠다.
이어 애시드 재즈에 펑크(funk)를 얹어놓은 스시 같은 'Givin' it up'이 힘차게 나아간 뒤, 통역과 함께 관객들에 대한 인사와 한국에 대한 인상을 단면적으로 말하였는데, 플룻의 ‘Eigi Sawasaki’는 한국 음식이 굉장히 매웠다는 소리에서 매웠다는 얘기로 끝을 냈지만 그 속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감 있는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다음으로 세 번째 무대에선 보컬과 플룻이 리코더를 들고 나와 들으면 들을수록 익숙해지는 쉬운 멜로디의 ‘ブリ-ジン’을 연주했는데, 마치 동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아찔한 향수를 제공했다. 이어서 네 번째 곡인 'おぼ3月夜 (3달 밤)'은 일본의 전래동요를 키보드의 ‘Risa Okamoto’가 편곡하여 그윽한 키보드 연주에 울리는 보컬의 진지하고 고즈넉한 음성이 보랏빛의 조명에 물들어 아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곡인 'Just the Two of us'. 너무나도 잘 알려진 ‘Bill Withers’의 곡을 그들만의 느낌으로 재지(Jazzy)하게 연주했지만, 다소 가벼운 그녀의 음색은 ‘Bill Withers’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들의 공연은 어느새 여섯 번째 넘버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연주가 뛰어나거나, 보컬의 카리스마가 넘친다거나 하는 출중한 면은 없었지만 그들은 관객과 호흡할 줄 알았다. 이건 SJA 학생팀 공연에서는 찾기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그들은 어떻게 놀아야만 즐거워 질 수 있는가를 알고 있었다. 연주적인 기량에서는 오히려 SJA 학생팀의 공연이 인상 깊었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일본 밴드의 공연에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찾고 더 시끌벅적 해 질 수 있었다.
이어서 리더인 ‘Soki Kimura’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3년 전에 작곡했다는 'ソソ(소소)'은 보컬에 이은 키보드의 화려한 연주가 매력적이었다. 중간에 마이크가 잠깐 나갔던 작은 해프닝이 있었으며, 연주가 극에 달할수록 마치 ‘Jamiroquai’의 음악과 비슷한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후 SJA 학생 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던 'Screw Driver'의 보컬과 리더 ‘Soki Kimura’ 간의 선물 증정식과 양 학교 학생들 간의 우정을 선포하는 시간에선 관객들도, 밴드 멤버들도 긴장을 풀고 크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Screw Driver의 제니스가 꽃을 주며 음악으로 하나 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팬 스쿨에서는 그들이 접은 종이학을 주었는데, 이것은 평화와 우정을 상징한다고 한다.)
화려한 마지막이 되어버린 'アナザ-スタ-(아나운서 더-스타)' 에서는 선생님 팀에서 멋진 활약을 한 ‘Scott Latham’의 퍼커션 합주가 단연 압권이었다. 그들은 끝까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 단순한 즐거움을 추구하며 앙코르를 얻었고, 원곡인 ‘Lou Donaldson’의 'Everything I do gonna be funky (from now on)'을 Jam 형식으로 재구성한 ''ダックタイム (DARK TIME)’를 끝으로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선사하며 돌아갔다.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두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뿌듯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번 공연을 위해 밤을 새워 연습에 몰두했던 학생들, 선생님들, 이 공연을 위해 가깝고도 먼 일본에서 날라 온 ‘Pan School of Music’의 일원들, 마지막으로 장시간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 않고 이들에게 뜨거운 답례를 보내준 관객들까지.
이 많은 밴드들의 더 많은 레퍼토리를 끝까지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재즈에 문외한인 필자에게 이런 좋은 기회가 닿아 글을 쓸 수 있었음에 감사하지만, 밴드들의 연주 실력만큼이나 능숙한 글을 제공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든다. 마지막으로,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 뮤지션들 간의 음악적 교류와 친분이 ‘엔돌핀’처럼 돌고 돌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Play List]
SJA 학생팀
1. 4 MILES
1) Night Rhythms - Lee Ritenour (Festival)
2) Shagadelic boogaloo - Vital Information (Show 'Em Where You Live)
3) So What - Miles Davis (Kind Of Blue)
2. Screw Driver
1) I hear your name - Incognito (100°and Rising)
2) Georgy Porgy - Toto (Toto)
3) Get away - Earth, Wind & Fire (Spirit)
3. Trouble Maker
1) Morocco - Rippingtons (Kilimanjaro)
2) Rampage - Marcus Miller (The Sun Don't Lie)
3) Goyo - Abraham Laboriel (Dear Friends)
4. 후리지않느
1) Windows - Chick Corea (Inner Space)
2) Red Blouse - Antonio Carlos Jobim (Wave)
5. Cubase
1) Scot Wilkie - Stray Cats
2) Sause - Lee Ritnour 편곡 (Collection)
SJA & PAN SCHOOL OF MUSIC 선생님 팀
드럼: Scott Latham (PAN SCHOOL OF MUSIC)
키보드: 박종화 (SJA)
기타: 김정배 (SJA)
베이스: 한현우 (SJA)
1) Not You Again - John Scofield (Works for me)
2) All Blues - Miles Davis (Kind of Blue)
PAN SCHOOL OF MUSIC - "Wi Ro Ha" Band
1) ボ二― (보니-)
2) Givinit up  
3) ブリ-ジン  
4) おぼ3月夜 (3달 밤)
5) JUST The Two Of Us
6) ソソ(소소).
7) アナザ-スタ-(아나운서 더-스타)
8) アンコ-ル コ-ル ダックタイム (앙코르 코르 DARK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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