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 화요일

델리스파이스(Delispice) [Bom Bom]





















델리 스파이스의 첫 번째 앨범 [Delispice]는 감수성 어린 소년소녀들에게는 청춘을 향한 발로였으며, 이성을 달리하던 고민 많은 이십대를 지배하던 배경음악이었다. 살아있는 인디의 역사 속에서 젊은이들의 숨과 함께한 데뷔 앨범을 기념비로 남기고 어느새 중반이 되어버린 델리 스파이스가 오랜 공백을 깨고 내 놓은 5집은 모던 록이라는 대명사에 걸맞게 부담 없는 멜로디와 감성적인 가사로 팬들을 설레게 한다.

명랑한 기타 스트로크와 킥드럼으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아누크빌’에 이어 영국 아트락 펑커인 블록 파티의 인트로가 생각나는 ‘나의 왼발’에서는 다분히 트렌드적인 면모를 내비춘다. 잔잔한 파문처럼 일어나는 사랑의 감정이 애틋하게 다가오는 ‘Missing You'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가볍게 몸이 들썩여지는 명랑하고 간결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봄봄‘ 외에도 김민규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9월‘과 함께 각 멤버들이 작업한 곡들이 적당하게 선별되었다.


그러나 ‘챠우챠우’에서 들려주었던 외침은 들리지 않으며, 메아리는 굳이 갈 곳을 찾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몰린다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치열했던 97년의 여름 속에서 느꼈던 델리 스파이스의 인디 스피릿은 다시 오지 않는 걸까. 그것을 기대했던 팬들과 적당한 타협점을 찾으려 애쓴 흔적의 결과물은 듣기 좋으면서도, 청춘을 울리는 기백은 세월과 함께 조금씩 깎여나간 듯하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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