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싸조 [Furious Five]

펄프 픽션 키즈

펄프 픽션이라 함은 싸구려 잡지를 말하는데, 싸구려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받아들이는 나의 입장은 이들이 좋아하는 만큼일지라(사실 가늠한 건 절대 아님을 밝힌다.). 소위 상위 문화가 있다고 한다면 하위문화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왜 따지는지 모르겠다하면 이도 저도 할 것 없이 그냥 하나의 문화일 뿐이고. 문제는 그것을 가르려고 만드는 말, 말, 말일지언데, 싸구려를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나의 관점에서는 '싸구려는 좋되, 쌈마이는 싫다' 다.

말하자면 난 이들이 음악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마치 지하실의 펄프 픽션 키즈들이 작당하는 듯한 품세가 떠오르면서 이들이 보여주는 사운드는 Lo-fi지만, 잘 짜여진 스튜디오가 아닌 마치 방음을 해볼려고 붙여놓은 겹겹의 계란판으로 튕겨져 나간 사운드가 둔탁하게 들리는 '꾸며지지 않은 지하 사운드' 같다는 거다. 곡들의 제목을 보면 '나카토미 플라자' (액션배우 존 맥클레인의 영향을 받아 만든거라고) 라든가, '히로시마 내 사랑'을 연출한 알랭 레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다고는 하지만 전혀 일맥상통 하지 않을 것 같은 '지난해 짜장면집에서' 라든지, 기이하고 유쾌한 성정치학적 영화인 마카바예프의 'WR：유기체의 신비' 에서 웬지 따온것 같은 '유기체의 신비' 등 그들이 음악을 접근하는 방식은 음악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예술임을, 작업하는 이들과의 소란과 난장임을 이 앨범 'Furious Five'를 통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말하자면 난 "아싸 언더그라운드 뜬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