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산뜻하고 깔끔한 맛
어쨌거나 ‘유재하 음악경연 대회’ 수상 경력이 있다면 한 줄 적어 넣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경력은
아직도 유효한 듯 하다. 조규찬 , 토이의 유희열 , 나원주 와 정지찬 등 지금은 익숙한 뮤지션들이 거쳐간 중요한 곳이기도 하고,
유재하 음악경연 대회가 지닌 나름의 역사도(2006년 들어 17회) 있지
않은가. 그리고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역시 고 유재하 의
서정적인 감수성과 닮아있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경합이라는 점에서 ‘대학 가요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래서 ‘유재하 음악경연 대회’ 수상이라는 말 한마디가 들어가면
일단 듣기 편안할 거라는 모종의 확신을 갖게 된다. 파니 핑크도 그러한 연유에서 듣게 되었다.
앨범 타이틀인 [Mr. Romance]도 그렇고, 파니 핑크의 음악은 편하고 부드럽다. 방금 끓여낸 밀크 티의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오후의 바래져 가는 하늘의 빛깔을 프린트 해 낸 듯하다.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멜라토닌처럼 분비된다. 영원히 소녀의
모습으로 남을 것 같이 한적한 카페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향을 담은 비(For Haru)>와 삼바 리듬과 허밍이 녹은 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우울함도 지극히 패셔너블하게 그려내는 <좋은
사람>의 전자드럼 비트는 이색적이며, 든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통해 살며시 현악기의 느슨한
여유를 부린다.
전체적으로는 이지 리스닝으로
손색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 남는다. [Mr. Romance] 라는 컨셉트와 잘 맞아 떨어지는 어쿠스틱 사운드과 일렉트로닉한 느낌이 어우러지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보이지만, 그에 반해 멜로디는 대부분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을 믿고 싶은 이유는, 시식의
경험상 이들의 음악이 꽤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안현선
jjorang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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