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4일 금요일

봄을 보면서

내가 사는 일산에도 봄이 왔다. 다행히 이 지역 최근 미세먼지 상태가 양호 또는 보통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일요일이었던 어제 호수공원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건 일산 살면서 처음 본 것 같다.
개나리는 거의 만개한 것 같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나는 개나리가 좋다(욕하는거 아님).
봄의 왕비(?) 같은 목련도 활짝인다. 목련은 우리에 눈에서 새하얀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장렬하게 떨어진다. 목련을 볼 때마다 뭔가 울컥하다(하지만 진짜 울지는 않는다).
오랜 동료이자 친한 J쌤이 꽃사진 찍으면 나이 든 거라고 했는데, 실제 숫자 상으로 나이가 든 게 맞으니 꽃이 좋아질 수밖에... 그런데 핑크색 진달래를 찍다니... 젠장
민들레인가? 마른 풀에 노란색이 있으니 조금 생기가 도는 듯하다.
오늘 외출차 집에서 나오는데 동네 앞 벚꽃들이 어제만해도 조용했는데 오늘 많이 기지개를 켰다. 봄이 오고 날씨도 조금은 따뜻해지고 3월 초반 유례없던 연속적 미세먼지에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던 나날들의 연속에서 벗어난 것은 좋은데 점점 비소식은 듣기 힘들고, 땅과 나뭇가지들은 퍼석하게 말라가는 것 같아 걱정된다. 기후 변화로 고통받는 지구의 대지가 없는 힘을 짜내어 꽃을 피우는 모양새가 딱하다. 고통이 무색하리만치 우리에게 봄을 선사하고 기다리는 내년, 내후년의 봄에 나무들은 버텨낼 수 있을까. 우리의 뉴노멀은 자연의 고통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풍요로움 속에서 조금이라도 불편해지면 버티지 못하는 나약함만 남았다. 나 또한 반성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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