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7일 월요일

Words that will go unread, but...

네이버 블로그를 초기화하고 이 곳 구글 블로그에 예전 글들까지 차곡 차곡 정리하는 중이다. 과거에 썼던 글들 중 보기 민망할 정도로 '날 것의 20대' 느낌이 많긴 한데 글을 엄청나게 많이 썼던 것도 아니고 그나마 썼던 많은 것들은 노트북을 날려 먹는 바람에, 게다가 백업의 중요성도 탑재하지 않은 당시였기에 영원히 내 기억 속에 침잠해 버렸다.

글을 잠깐 올리고 태그를 설정하면 네이버에 갑자기 이웃이 몇 십 명씩 늘었는데 알고 보면 스팸 이웃이었다. 스팸(Spam)만도 못한 이웃들을 하나씩 차단하면 어차피 늘 한 두명이었던 터라 아무도 오지 않을 이 조용한 구글 eBlogger 마을에 정착하는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누가 읽어줬으면 해서 쓸 공간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끄적일거라 네이버든 네이뇬이든 이블로거든 에플로거든 나에겐 상관없는 얘기다. 마흔을 앞두고 겨우 하나 건진 인생의 철학이라면 'Whatever' 정신만큼 건강에 유익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So whatever... (쓰고 보니 마흔을 앞둔 사람의 말투 치고는 너무 철없게 느껴져서 지울까 하다 이 역시 그냥 whatever 하기로 한다. 이럴 때 내 자신이 가끔 우디 앨런 할방구같이 느껴진다. 물론 앨런의 위대한 예술성은 별개다)

당분간 영화를 닥치는 대로 보고 번역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하는데, 미천한 글 나부랭이들을 주섬주섬 모아 일단 '그래도 나는 생각하고 기록할 줄 아는 사람이오' 라는 증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는 나의 불완전한 이 공간을 십분 활용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 목적만 있지는 않다. 새해마다 리스트엔 항상 있었으나 번번히 실패한 '꾸준한 블로깅'을 이번엔 진짜 해내자는 개인적 목표의 성취를 이루려는 게 더 크다. 그런데 뭐가 되었든 가장 중요한 건, '쓴다는 행위' 그 자체다. 누군가에게 못 읽어줄 정도로 엉망인 글이 그 자신에게는 삶의 족적의 나열일 수 있다.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일 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 어디있을까? 모든 것은 생각과 의미의 윤기를 더하느냐에 따라 결이 달라진다. 인간이 인공지능과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능력만큼 독보적인 것은 없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엔 인간의 글쓰기 능력이 추가되어야 한다. 나의 언어는 그 누구에 의해서 읽어지지도 않을것이며, 읽어지리라는 생각도 안하지만 그래도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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