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 화요일

담배피는 잔느 모로

'400번의 구타'도, '피아니스트를 쏴라'도 프랑소와 트뤼포라는 그 이름 하나 때문에 멋모르고 보다 졸던 시절, 그래도 '쥴 앤 짐'은 재밌게 봤다. 영화관에서 본 까닭인지는 몰라도 그 큰 화면에 세 사람이 철다리 비스무리한 것을 달려가는 그 유명한 씬이 아직도 어른거리고, 해변가에서 놀던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관계는 어린 내겐 참 애매모호한게 프랑스 영화란 다 그런건가 하면서 끄덕이게 만들었던 이상한 마력을 지닌 흑백영화.

씨네키드들에게 어쩌면 타르코프스키의 구원이 제대로 된 구원이었을 수도 있고, 에이젠슈타인이의 유모차 씬이 두고두고 공부해야 할 미장센일 수도 있다. 예술 영화 '쥴 앤 짐' 역시 화면 하나 하나에 사랑의 기억을 뭔가 특별한 장치로 담아냈을 수 있겠다며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정말 특별한 거 하나, 잔느 모로의 담배피는 장면 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 쥐뿔도 모르니까 없었겠지만, 잔느 모로가 담배피는 장면 만큼은 확실히 안다. 화면을 담배 연기로 꽉 채울만큼 멋있고, 매혹적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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