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으로 잘 알려진 김반장과 실력파 멤버들이 뭉쳐 만든 소울 유닛이 바로 윈디 씨티(Windy City)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미국의 시카고를 뜻하기도 하나, 소울과 훵크의 거장 커티스 메이필드가 만든 초기 레이블을 일컬음에 큰 의미가 있으니, 이들 음악에 기본적으로 옛 소울과 훵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은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서 흑인 음악에 뿌리와 근간이 되고 있는 다양한 리듬과 사운드를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순히 흑인의 색채만은 아니다. TV 속 주말의 명화를 보고 있노라면, 외국 영화 속 주인공이 한국말을 너무 잘하지 않냐며 착각하는 것처럼, 윈디 씨티는 그들이 이번 앨범을 통해 들려주는 레게 덥(Dub)이라든지, 부갈루(Bugaloo) 등의 생소한 장르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말해준다. 그네들의 오리지널리티가 유기농 과일이나 야채처럼 살아 숨쉬고 이것을 데쳐먹든 튀기든 우리들이 먹기 좋게 한 입 썰어주고 계속 군침 돌게 만드는 만드는 소리의 향연으로, 새로운 음악에 대한 디깅을 했다는 배부름에 꺼억 소리까지 난다.
날 것의 훵크를 먹다가 체할 만도 하겠다만, 불로초를 마신 사나이마냥 밤새도록 퍼커션을 두들겨대고 약초의 냄새가 자욱한 둔탁함 속에서도 참이슬의 영롱함같이 똑똑 떨어지는 멜로디에 밤새 취해 버리시길, 청자들이여.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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