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4일 금요일

Primary Skool [Step Under The Metro]















어딜 봐서 내가 초딩이니?

프라이머리 스쿨의 리더 프라이머리는 스물 다섯 살의, 국내에서 음악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준에서 보자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뮤지션이며, 그가 프로듀서까지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된다면 아무나 하는 게 프로듀서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더더욱 그의 나이는 어리게 느껴진다. 외형적으로 어린것은 나이뿐만 아니라, 밴드 이름마저도 '초등학교'. 다만 그 스쿨이 학교(School)를 뜻하는지, 올드 스쿨(Old School)의 그 스쿨을 멋있게 Skool로 표기한 것인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그러나 며느리는 몰라도 이들의 앨범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이 '동안' '스쿨'의 키워드에서 헤매진 않을 것이다. 싱겁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라이머리 스쿨은 무시할 수 없는 연륜을 지닌 동안의 어른을 가장한 패기 넘치는 젊은 프로듀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밴드이며, 이들의 첫 번째 앨범인 는 올드 스쿨이라는 장르가 지닌, 케케묵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감칠맛 나는 고전적인 매력처럼, ‘지속 가능한’ 세련미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일종의 베타 테스터와도 같은 데뷔작이다.

어리다고 만만히 보기엔 멤버 개개인의 뛰어난 연주 실력과 안정된 앙상블을 보여주는 이들은 '아소토 유니온', 아소토 유니온이 해체되고 다시 태어난 '윈디 씨티', '얼스'와 같이 록 밴드와 비교했을 땐 다소 그 수가 적은 소울/훵크(Funk) 밴드와 같은 항목에 묶일 수도 있으나, 이들은 힙합 아티스트들과 손을 잡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그루브 지향의 '애시드 재즈'가 칼을 들이댄 채 재즈의 정통성을 해체하고, 힙합의 바이브를 빌린 채 오로지 훵크(Funk)에만 목숨을 거는 진부함에 비교한다면 프라이머리 스쿨의 영특함에 엉덩이를 두들겨 주고 싶을 정도다. 또한, 매번 공연 시 디제이가 틀어주는 날 선 전자 사운드만을 안주 삼아 가사를 뱉어냈던 래퍼들에게는 프라이머리 스쿨과 같은 연주력으로 승부하는 세션 유닛(Unit)은 그야 말로 오징어만 씹다 갑자기 떨어지는 황도같은 존재다. 우리도 이젠 제이 지(Jay Z) MTV 언플러그드 같은 앨범을 듣게 될 지 모를 일이다.

그런 점에서 프라이머리 스쿨의 는 각자의 역량을 최대치로 뽑아내면서, 서로가 공조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힙합 1세대 랩퍼이자, 앨범 작업에 참여한 피타입(P-Type)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프라이머리라는 프로듀서의 감각을 믿는다." 라고 말했을 만큼 그의 역량을 높게 평가했다. 이는 앨범에 포진 된 리스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피타입, MC 메타(가리온) 같은 큰 형들의 무게감 속에 각나그네, TBNY, 진보, 더 콰이엇(The Quiett), 다이나믹 듀오 등의 차세대 힙합퍼들이 뭉쳐 그에 대한 음악적 신뢰를 답한다. 무려 네 곡이나 참여한 미국 브루클린 토박이 각나그네는 영어 랩을 우리말과 절묘하게 넘나들며 멋들어지게 소화해내고, 앤지 스톤(Angie Stone)의 풍미를 연상케 하는 객원 보컬 애나(Anna)의 음색은 깊게 스며든다. 다른 곡과 달리 멜로디와 보컬이 강조된 트랙 'Do That'은 진보의 목소리를 타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다만 이 곡을 듣고 마크 론슨(Mark Ronson) 'She's Got Me' 라는 곡과 비교하게 할 만큼 구성과 리듬이 비슷하다는 게 흠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 눈 딱 감고 넘어가면 자신만의 힙 플레이스(Hip Place)에서 온 몸에 힘을 뺀 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힙합 넘버들로 가득하다.

다만 언제까지나 피쳐링으로만 채울 수 없는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 앞으로 이 프라이머리라는 프로듀서 겸 연주자가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펼치기 위해 어떠한 방법론을 모색할 지 기대된다. 오케스트라를 관리하는 지휘자만큼의 노고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당백의 소란스러움을 자랑하는 힙합 형님들을 데리고 토닥거렸을 그 노하우라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이미 그의 속엔 어른 100명이 와도 상대가 안 되는 베테랑 한 마리가 숨어 있으니.

안현선
jjorang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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