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오늘을 기점으로 어제, 나는 연진을 만날 수 있었다. 한참 입시를 마치고 의기소침해져 찾아간 당시 이대 후문 근처 클럽 빵에서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을 놓고 좋고 싫음과, 쓰고 시름을 나지막이 뱉어냈던 진이라는 방울만한 체구의 그녀는 나의 의기소침함을 벗겨주었고, 발개진 온몸으로 막연하게 나만의 얼터너티브를 태웠다.
난 그녀가 라이너스의 왕연진인줄 몰랐고, 생글거리며 바카락을 노래하는 그저 연진인 줄 몰랐다. 진의 생로병사를 궁금해하던 5년 사이에 줄곧 나는 진의 목소리와 함께 했었고, 우연을 과장하여 필연을 가장한 인터뷰를 가졌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아주 잠시나마 함께 한 사람일 뿐인데, 잃어버렸던 이복 언니를 찾은 마냥 무언의 짠과 찡이 동시에 오고갔다.
연진 인터뷰
- 솔로 앨범 낸 연진과의 이야기, [Me & My Yeongene]
삼삼오오 가정집이 모여있는 홍대 외진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비트볼 레코드는 마치 비밀의 화원과도 같다. 지도 없이 무언의 열쇠에 이끌려 인도되는 공간에 들어선 순간, 화이트보드의 글씨가 들어온다. 연진의 앨범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모양이다.
20세기 대중 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인 버트 바카락. 클래식에 비견한다면 조지 거쉰과도 같은 그의 존재가 연진의 첫 번째 솔로작인 에서 회자되었다. 어쩌면 연진에게는 그리 낯선 작업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에겐 매우 친숙한 BJ 토마스의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같은 노래라든지, CF 삽입곡으로 쐐기가 박힌 ‘Paper Mache’는 버트 바카락의 곡을 리타 칼립소가 리바이벌 한 것이었기에. 그 유명한 힙합 뮤지션인 닥터 드레(Dr. Dre)마저 대중의 클래식에 바운스를 입힐 것이라는 소문까지 들리는 것을 보면, 바카락의 곡을 만난 연진으로써는 가 대중과 한 발짝 더 친숙해질 수 있는 신뢰감 있는 프로젝트임엔 분명했고, 아니나 다를까 앨범이 발매되기도 전에 예약의 손길이 심심치 않았다.
아직 연진은 보이지 않았다. 인터뷰 예정 시간에 다다르기 전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어가며 앨범 커버를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겉 표지로는 눈을 지긋이 감고 살포시 턱을 갠 연진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으며, 메인 부클릿엔 약간 고개를 숙이고 미소 짓는 실제 사진이 실려있다. 사진 찍히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연진의 얼굴은 앨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고 오 분이 정확히 지나서 예정 시간대로 조우한 그녀는 사진에서보다 가냘픈 체격에 베이비 로션 모델을 해도 될 만큼의 하얗고 고운 피부를 지녔다. 약간은 바래진 청바지를 적당한 폼으로 입었고, 다분히 팬시한 큰 시계와 노란색 티셔츠를 깔끔하게 매칭했다.“안녕하세요. 제가 좀 늦었죠.” 하며 인사를 건네는 연진은 정확히 시간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도착한 나를 수줍게 웃으며 맞아준다. 우리는 형식적으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의례 첫만남이란 항상 어색하면서도 그 정적을 깨기 위해서 오고 가는 클리쉐(cliché) 때문에 피식하고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연진도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토막 내어진 간단한 물음을 에피타이저로 맛보며 “맛있어요.”하며 생긋 웃어버리는 그녀에게 생소한 전채를 내 놓아도 좋을 듯싶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아티스트와 곡을 트리뷰트 형식으로 낼 계획을 갖고 있었던 비트볼의 송 북(Song Book) 프로젝트의 일환인 는 처음부터 연진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었다. 만일 버트 바카락이 아니라면 어땠을까? “아마 기타를 치고 제가 쓴 곡을 냈겠죠. 하지만 꼭 자작곡을 고집하고 싶진 않았어요. 아티스트가 처음부터 남의 노래 하느냐는 편견을 가지실 수도 있겠지만, 버트 바카락의 음악이 워낙 완성도가 뛰어나니까 제 곡보다는 좋지 않겠어요? 하핫.”
멋쩍게 말하는 연진의 비하인드 스토리에는 그녀를 지지하는 팬 아닌 팬들이 있다. 일년 전, 라이너스 담요 시절에 만난 영국 글래스고 출신의 ‘BMX 밴디츠’는 국내 공연을 하면서 연진을 알게 되었고 레코딩을 하자는 제의를 끊임없이 보내왔다. 그렇게 만들어져 국내에 선보인 앨범이 였으며, 이후로도 그녀의 영국 행을 간절히 원했던 그들로써는 러브레터를 받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 유명한 비치 보이스(Beach Boys)의 브라이언 윌슨 트리뷰트 앨범을 맡아본 경력이 있는 BMX 밴디츠의 더글라스 스튜어트가 조율을 한 이번 앨범에서 레코딩 중 눈물을 찔끔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몸이 많이 피곤했던 어느 날엔가 녹음을 해야 했었어요. ‘Me, Japanese Boy, I Love You’를 부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비도 오는 거에요. 몸의 상태와 당시의 분위기가 상승작용을 했는지는 몰라도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어요. 근데 밖에서 제 노래를 듣던 BMX 밴디츠 멤버들이 노래를 듣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맺혔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었죠.
실제로 그 다른 이들에는 BMX 밴디츠 뿐만 아닌 영국 인디 팬들에게는 꿈만 같은 벨 앤 세바스챤(Belle and Sebastian)과 바셀린즈(Vaselines), 그리고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이 있다. 손 닿지 못할 머나먼 뮤지션처럼 느껴지는 그들을 두고 ‘아저씨’라는 호칭을 써 가면서 스스럼없이 함께 해 온 글래스고의 일상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영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말투처럼 조금 딱딱한 느낌이잖아요. 특히 제가 갔던 스코틀랜드(글래스고는 스코틀랜드에 속한다.)가 더 그랬어요. 독일 같다고나 할까? 동양인들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처음엔 많이 낯설었죠. 그런데 저와 함께한 분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유머러스 했어요.”때로는 그녀의 ‘아저씨’애교가 먹히지 않은 사람 중 유일한 이는 틴에이지 팬클럽의 노먼 블레이크(그는 틴에이지 팬클럽의 멤버이면서 동시에 BMX 밴디츠에 속해있기도 하다.)였다. “노먼 블레이크 아저씨는 녹음 전에 와인과 치즈를 가지고 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돌린 뒤에 약간 술기가 있는 상태에서 노래를 하세요. 뭐랄까, 신사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였어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내 편안함을 느꼈죠. 종종 집에 초대도 해 주시기도 하고……” 그 어떤 팝스타를 만나더라도 연진은 그 모습 그대로였을 것이고, 그들 또한 연진에게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팝을 들려주었다. 밴드 멤버들 각자 다른 직업이 있는 관계로 보름 정도의 부활절 휴가(영국은 부활절 휴가를 길게 받는다.) 기간 동안 모든 작업을 척척 소화해 낸 그들의 모습이 신기했다고 연진은 말한다. “2주 정도 데모 작성을 했고, 녹음 할 때 그분들께 들려드리면서 제가 원하는 스타일을 설명했더니 “이렇게?”하면서 드르륵 드럼치고, 기타치고 너무 쉽게 하는 거에요. 마치 음악 선생님이 너 이거 해, 저거 해 하면 알아서 다하는 학생들처럼요. 처음 듣는 노래를 연습도 안하고 하루 만에 다 마스터해버렸어요. 국내의 경우는 노래 한 곡만 하려 해도 많은 시간과 연습을 투자하는데 그들은 마치 일상 생활처럼 연주 하고 노래하더라고요.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싶었죠.”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연진은 영국에서 소규모의 공연을 했고, 때로는 청중이 되기도 했으며 거리낌없이 그네들과 어울렸다. 가끔 밴드 멤버들과 술집에 찾아가 버트 바카락을 녹음하러 왔다며 소개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화제거리가 생겼고 관심을 표명했으며, 두 번 정도 열린 작은 클럽에서의 공연에서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한 대만으로 자신의 다락방에 글래스고 사람들을 꽉꽉 채우기도 했다. “ 술 먹고 올라가서 연주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여럿 데려오기도 하면서 관객 또한 그들의 친구가 되는 분위기가 부러웠어요.” 특히 그녀가 부러워했던 것은 글래스고 출신 밴드들의 긴밀한 우정. 앨범의 프로듀서인 더글라스는 이 지방의 터줏대감이자 맏형으로써 지역 인디 밴드들의 유대감 형성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노력이 글래스고 문화 발전의 힘이 아닐까? “더글라스는 본인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음악을 항상 많이 듣고 포용해요. 우리나라도 델리 스파이스나 언니네 이발관 같이 영향력 있는 밴드들이 그런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또한 는 연진을 알아본 더글라스 스튜어트의 선견지명이 그대로 적중한 앨범이다. 그가 선별하여 실린 버트 바카락의 히트곡뿐만 아니라 연진의 목소리를 듣게 될 팬들에게 보낸 그의 메시지는 씨디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저는 그녀를 제가 함께 작업했던 세계 최고의 뮤지션들과 대등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Gene, 연진의 영어 이름)은 굉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이자 감성적인 음악가입니다. 그녀에게는 멜로디, 리듬, 하모니 그리고 가사를 진솔하게 만드는 본능적인 이해력이 있습니다.’ 이에 응수하는 연진이 본 더글라스에 대한 대목이 재미있다. “더글라스 아저씨는 굉장히 로맨틱해요. 본인의 장르를 ‘울트라 로맨틱 송’이라 칭할 만큼 나이에 맞지 않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분이에요. 별종이라고나 할까요? 가끔 ‘이 양반 주책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웃음) 그 분이 나타나면 주위에 햇살이 가득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웃음과 사랑이 넘치는 분이라고 주변인들이 말씀하세요.”그래서일까? 를 들으면 연애하지 않아도 연애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잠시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인터뷰를 하면서 대략 한 시간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슬쩍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친한 선배의 전화인가 보다. 연진은 인터뷰 할 때나 전화 받을 때나 나직하게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말하는 목소리를 듣게 되면 노래 부르는 목소리와 매우 다르다고 느끼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만큼이나 상대를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말을 할 때 수식어를 잘 쓰지 않는 것도 솔직 담백한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전 이것저것 건드려보는 것을 좋아해요. 이런 것을 하다가 또 저런 것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렇지만 완전히 시부야케 쪽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하죠.” ‘라이너스 담요’로 이미 고정 팬을 거느리고 있는 그녀지만 같은 모습을 반복하는 것을 경계한다. “밴드 곡의 색깔과 맞추려다 보니 이런 목소리가 나온 거죠. 하지만 제가 원하는 목소리는 아니에요. 요즘엔 R&B 음악도 듣고 있는데 (웃음) 너무 소녀 같고, 애기 같은 음악 보다는 여인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특별히 목 관리를 위해 신경 쓰지 않냐고 묻자 그런 것 없다며 털털하게 웃어넘긴다. 오히려 감기가 걸렸을 때 그 느낌을 살리고 싶어 그냥 녹음을 한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버트 바카락을 부르기 위해 혈혈단신 스코틀랜드로 떠난 소녀의 로망이 앨범 표지로 그려진 일러스트처럼 어렴풋이나마 연상된다는 점에서 참을 수 없는 대리 만족감을 선사한다. 물론 본인에게는 설렌다기 보다 막상 들이닥친 미완의 추억 같은 것이겠지만, 말하고 있는 연진의 눈빛에서 스틸 사진을 보는 듯 생동감이 파닥댄다. “글래스고의 센트럴 스테이션이 기억에 남아요. 거기에 유명한 커피숍이 있는데 앉아 있으면 모그와이(Mogwai, 영국 글래스고 출신의 실험적 성향을 지닌 밴드) 멤버들도 보이고, 그 외의 유명인사들이 오면 ‘쟤가 누구다.’라며 알려줄 때마다 신났어요.”시간이 나면 공연을 보기도 한 연진의 마음속에 가장 들어온 아티스트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파이스트(Feist). 밤새 맥주를 홀짝대며 공연을 보고, 커피를 마시며 메모를 끼적거릴 모습이 사뭇 연상되니 슬쩍 미소가 샌다. 앨범 속지를 살펴보면 그리 많은 사진이 실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앞서 말한 일상의 앞 페이지를 슬쩍 보는 기분이다. “부클릿 맨 앞장에 있는 사진은 글래스고 시내에 있는 다리에서 찍었는데, 옷 사러 나왔다가 다리가 있어서 마땅한 사진이 없던 차에 찍었어요. (웃음)”
오늘따라 시간이 가늘게 느껴진 적도 없다. 대개 부담스런 상대를 만나면 한 시간이 열 시간으로 비대해지기 마련인데, 오늘만큼은 한 시간도 일 분처럼 가늘다. 예전에 비해 무척이나 말라버린 연진의 팔목처럼. “영국에서 일이 바빠 밥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살이 많이 빠졌죠. 친구들은 ‘그게 영국이 네게 준 선물이다.’라고 말하곤 해요. (웃음)” 가는 팔목만큼이나 눈에 들어오는 하얀 피부의 비결을 물어봤더니. ‘돼지비계와 닭 껍질’을 말해 한참을 웃게 된다. 그리고 재치 있는 대답만큼이나 상응하는 연진의 실제 생활도 누구나 다를 게 없지만 흥미롭다. 통화 내용에서 얼핏 나온 ‘IKEA(세계적인 체인망을 갖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만 듣더라도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고 미적 감각이 있음에 분명했다. “집에서 무언가 만들어서 -과자나 파이 같은 것들- 해 먹는 것도 좋아하고, 제가 한 음식을 친구들에게 갖다 주는 것도 좋아해요.” 또한 그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온전한 감성의 충전이다. 어릴 때부터 쳐왔던 피아노를 연주한다거나, 어쿠스틱 기타를 갖고 놀기도 하며 음악을 들으며 적당히 편안한 상태를 유지한다. “실용 음악을 따로 배우진 않았어요. 피아노는 어릴 때 배운 클래식이 전부고, 기타는 제 메인 악기가 아닌데 그냥 치고요.” 대학 때의 전공도 호텔 경영학과였다고 하니 앨범의 프로듀서인 더글라스 스튜어트의 말에 조금씩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녀에게는 멜로디, 리듬, 하모니 그리고 가사를 진솔하게 만드는 본능적인 이해력이 있습니다……’
“연인이 있다면 연인이 그 대상이 될 거고, 저는 일상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죠.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괴로워서 만들고, 행복하면 행복해서 만들고…… 그런 모든 감정들이 계기가 되고 음악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그녀에겐 행복의 요소가 더 많아 보인다. 음악을 하면서 때로는 불특정 다수가 던지는 비난의 화살을 막아주는 방패 같은 친구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미 연진은 이번 앨범을 통해 음악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동료뿐만 아니라 소중한 자산을 얻게 됐다. “버트 바카락은 음악적으로 멘토 같은 존재이자 동시에 내가 바꿔보고 싶어한 도전의 대상이었어요. 그런 버트 바카락을 노래하기 위해 건너간 영국에서 인맥뿐만 아니라 제가 모르던 것을 알게 된 것이 소중해요. 나중에 더 괜찮은 기회를 가지고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것 같기도 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값진 시간이었답니다.”앞으로의 꿈이 뭐냐는 마지막 질문에 수줍게 ‘직접 만든 물건과 음식이 있는 카페를 하는 것’이라고 말함과 덧붙여 부모님께 얘기했더니 젊었을 때 돈 벌고, 나이 들면 하라는 핀잔만 받았다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인터뷰를 끝내고 우리는 다가오는 7월 7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릴 쇼 케이스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서기 전 손을 흔들며 ‘안녕!’의 인사를 남기는 연진을 바라보며 다시금 5년 전, 늦은 겨울 밤이 생각났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 하나 만으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자리엔 연진과 내가 있었다. 를 플레이 하는 순간, 다시 한 번 오롯이 두 사람의 공간을 이어간다. 지금, 몹시 행복하다.
인터뷰 및 글_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인터뷰에 귀중한 시간 내어주신 연진과 비트볼 레코드 이봉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연진이 말하는 속 내츄럴 사운드의 주역들
1. Whistle
아저씨들이 휘파람을 굉장히 잘 부세요. 휘파람 불 때 피아노처럼 음정이 정확한 것은 처음 봤어요. 피치도 하나도 안 틀리고 소리도 매우 커요. 꼭 기계로 한 것 같이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2. Ukulele
‘유크’라고도 불러요. 그 쪽 사람들도 유클레레를 좋아하더라고요. 소리가 매우 맑고 예뻐 제가 꼭 쓰고 싶다고 해서 사용하게 되었죠. 굉장히 조그마한 현악기인데, 하와이안 기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3. Kellymin
유진 켈리 아저씨가 입으로 ‘우왕~우왕~’ 소리를 내셨어요. 그래서 유진 켈리의 켈리에다 테레민(Theremin, 러시아의 음향 물리학자인 레온 테레민이 발명한 전자 악기. 연주자가 움직이는 손의 위치에 따라 주파수가 달리하여 마치 톱이 우는 듯한 소리를 낸다.)의 민을 붙여서 켈리민이 된 거에요. (웃음) 이 악기를 켈리민으로 하자고 한 건 데이빗 스캇 아저씨인데, 사람들이 모두 웃으면서 기발하다고 했어요.
4. Irn Bru-Can
스코틀랜드의 소다 음료를 아이언 브루 캔(Irn Bru-Can)이라 해요. 코카콜라보다 국산 음료가 많이 팔리는 곳이 스코틀랜드일 정도로 그 사람들은 아이언 브루를 정말 많이 마셔요. 그 아이언 브루가 스튜디오에 널려 있어서 눌렀는데 똑딱 소리의 느낌이 좋아서 쓰게 되었어요.
5. Salt Shaker
솔트 쉐이커(Salt Shaker)는 제가 식사를 하다가 소금 통을 막 흔들었는데, 그 소리 너무 좋으니 꼭 넣으라고 해서 솔트 쉐이커가 되었어요. (웃음)
6. Ho-Ho-Ho
‘The Bell that Couldn’t Jingle’을 들어보면 산타 할아버지의 너털웃음이 들리는데 그게 바로 ‘호-호-호’ 랍니다.
7. French Horn
이 악기를 밴드 멤버 중 한 분이 갖고 계시더라고요. 일반 혼에 비해 소리가 더 맑고 부드러워요. (프렌치 혼은 소리가 멋있지만 음정 찾기가 매우 어려운 악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절대음감 없이는 악기 불기가 매우 힘들고, 길이 또한 2미터가 넘어 폐활량이 좋아야 하고 그 무게를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8. Winter Winds
입으로 ‘후~후~’ 불어서 겨울 바람 소리를 낸 것을 윈터 윈즈라 붙였어요. (웃음)
연진
(비트볼, 2006년 6월)
01. Lost Horizon
- 버트 바카락과 그의 오랜 음악적 파트너인 할 데이빗의 곡. 엇박이 강한 원곡을 연진이 편하게 박자를 맞춰 다시 불렀다. 연진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02. Paper Mache
- 디온 워윅(Dionne Warwick)이 1970년에 낸 앨범 에 수록된 곡으로써 역시 할 데이빗과 완벽한 팀워크를 이뤄냈다. 이 앨범에는 연진이 부른 ‘I’ll Never Fall in Love Again’과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도 실려있다.
03. Tower of Strength
- 진 맥대니얼스(Gene McDaniels)에 의해 불려진 1961년도 히트곡. 이 곡에서는 유일하게 할 데이빗이 작곡에 참여하지 않고 가사만 실었다. 원곡은 굉장히 소울풀한 느낌을 준다.
04. Me Japanese Boy, I Love You
- 할 데이빗과의 작품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곡으로써, 노래를 부른 가수 역시 바비 골스보로(Bobby Goldsboro)라는 생소한 이름이다.
05. Wives and Lovers
-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회고된 곡이지만, 줄리 런던(Julie London)의 버전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엘라 피츠제럴드 라든지 웨스 몽고메리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이 곡을 불렀다.
06. I’ll Never Fall in Love Again
- 이 곡 역시 많은 이들에 의해 불렸지만 디콘 블루(Deacon Blue)와 쳇 앳킨스(Chet Atkins)가 부른 것이 잘 알려져 있다.
07. It Doesn’t Matter Anymore
- 릭 넬슨(Rick Nelson)의 1967년 작에 실렸으며, 2004년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에 다시 실리기도 했다. 이 곡을 BMX 밴디츠가 그들의 앨범에도 실었으므로, BMX 밴디츠의 음악을 평소에 들어본 이들이라면 친숙하게 다가올 넘버다.
08. Try to See It My Way
- 이 곡 역시 릭 넬슨이 불렀으며, 영화 사운드트랙인 에 실렸다.
09. Reflections
- 버트 바카락의 1973년도 작인 에 실린 곡이다.
10. Promise Her Anything
- 탐 존스(Tom Jones)가 1966년에 부른 로큰롤 송이며, 할 데이빗의 가사가 돋보인다.
11. The Bell that Couldn’t Jingle
- 바카락의 크리스마스 앨범에 매번 실린 곡이며, 바비 빈튼(Bobby Vinton)의 1964년도 작인 에 먼저 선보였다.
12.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 연진이 부른 곡 중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인 ‘내일을 향해 쏴라’의 테마로 흘러나왔고, 이후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리바이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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