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짜여진 이성(理性)은 아름답다. 한 올 한 올,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스웨터에 이따금씩 매듭이 미완성된 모습. 그러나 포근해서 자꾸만 찾게 되는 한 겨울의 옷. 젠틀 레인의 치밀하고 세심한 연주에는 가공되지 않을 장인의 정신과, 스웨터 같은 인간미가 녹아있다.
총 열두 트랙이 담겨져 있는 이 ‘말끔한’ 씨디를 재생시키면 우리는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늦겨울의 아련함과 사색을 즐기게 된다. 피아노의 또렷한 선율 속에 감기는 베이스와 드럼의 묵묵한 제스쳐, 세월의 영민함 속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이끌리듯, 허나 이끌리지 않는 낮은 톤의 보컬. 이들의 솔직한 앙상블은 청자의 고요 속에 달콤한 비를 내려준다.
수많은 재즈 평론가들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한 서정성만큼은 조지 제나(George Genna, 미국의 피아니스트) 트리오를 닮아있다. 젠틀 레인의 경우라면, 순수 토종들의 마음을 간파하고 거기에 세련미까지 더 했으니 국내 재즈 팬들이라면 기꺼이 이들의 음악을 환영하겠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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