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팝(Pop)
캐스커의 새 앨범 [Between]은 종적을 알 수 없는 ‘미완의 팝(Pop)’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등의 음악과
같은 파퓰러(Popular)한 느낌의 팝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캐스커를 가리켜 흔히 부여했던 라운지 또는 일렉트로니카 같은 장르의 한 켠만을 머물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스타일로 분류해 버리고 얘기한다면 캐스커에 대해 할 말이 없어질 정도로 멜로디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대중지향적이고, 2집에서 얘기했던 개개인의 소외나 고독의 메시지는 광대해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팝이라고 운을 떼기엔 그들의 음악에서 전자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덧씌워진 정형화된 이미지가 얼마나
큰지, [Between]을 들으면 알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 크게
보이는 것은 탱고와 보사노바의 착용이다. 대부분 믹싱으로 이루어진 캐스커의 음악에서 이런 장르의 쓰임은
충분히 청자들로 하여금 라운지(Lounge)로 소비되기 쉽다. 라운지
컴필레이션 앨범의 대표격인 ‘호텔 코스테’만 보더라도 탱고와 보사노바는 그리 낯선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etween]은 단순히 배경음악의 쓰임새인 라운지로만 들리지 않는다. 연주 곡이 꽤 있었던(총 15곡
중 6곡) 전작
[Skylab]과는 다르게 전곡에 보컬과 가사가 들어가 있으며, 탱고와 보사노바는 하나의
장르로서 안착되지 않고 멜로디와 노래를 위한 마이크처럼 꼿꼿이 서 있다. 마치 자우림의 김윤아가 탱고를
부른다고 ‘어, 라운지도 하네?’ 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다만 [Between]이 아쉬운 부분은, 많은 것을 포용하려다 보니 앨범의
전체적인 색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형>과 <나비부인>의 탱고, 미래를
유영하는 듯한 신스팝(Synth Pop)같은 <가면>, 나른한 오후에 잘 어울리는 <모든 토요일>, <정전기>의 보사노바, 몸이 들썩이는 댄스 곡들과 다소 평이하지만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달>, , < 말할 수 없는 이야기> 등이
앨범의 컨셉트를 잡아주지 않고 각자 또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곡들을 집대성한 것 같은 마지막
트랙인 <망부가>까지 들어야 3집이 끝을 맺는데, 한 장의 앨범을 들었다기 보다는 싱글 앨범을
따로 사서 한꺼번에 듣는 것 같은 힘겨움도 든다. 이런 부분에선
[Skylab]의 일관성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이 앨범은 캐스커의
총 3장 앨범 중에서 뒤쳐지지도, 매우 앞서지도 않은 조심스런
변화의 힘을 느낄 수 있고, 충분히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도대체
‘Between’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캐스커의 음악은 세련되고 감각적이다. 팝의 감수성으로 다양한 장르를 요리하는 [Between]은 ‘라운지=캐스커’라는 고정관념을 종식시킨 한걸음임엔
틀림없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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