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미쉘만 알고 있다면 제목만 보고서 그 미쉘 윌리엄스가 마이클 잭슨처럼 백반증에 걸렸다거나, 성형수술을 했느냐의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ㅋ 이 녀자는 리얼 블론드에, 백색 치즈같은 뽀얀 살결을 자랑하고 있는 백인 미쉘 윌리엄스다. 외국 드라마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공포영화 '스크림'의 각본을 썼던 케빈 윌리엄스(얘도 윌리엄스네...)가 제작해 90년대 중반 당시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던 'Dawson's Creek'을 기억하는지? 스티븐 스필버그같은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가 인생의 전부라 믿는 소년 도슨의 성장을 중심으로 강 건너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도슨과 수다를 떨기 위해 노젓는 뱃사공을 자처하며 ㅋ 웬만한 카누 선수 저리갈 정도의 뒷심으로 도슨의 방을 들락날락 거렸던, 곧 있으면 톰 크루즈의 아내가 될 케이티 홈즈가 조이라는 캐릭터로 나온 이 드라마 말이다.
남자가 예술을 하면(그게 순수든, 대중이든) 여자들은 자석처럼 뭔가 끌리는지 첫 시즌의 골자는 도슨이 소꼽친구인 조이에게 가느냐, 아니면 뉴욕에서 온 매력적이지만, 가슴 한구석엔 부모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차 일찍부터 성에 눈을 뜨고 마약을 일삼았던 롤리타같은 젠에게 가느냐였다. 바로 그 젠을 연기했던 배우가 사진의 미쉘 윌리엄스다. 젠의 캐릭터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진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시즌2에서까지 그녀의 정체성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케이프사이드라는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어두웠고, 도슨과 밀고 당기기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학업에 대해 고민했던 조이의 활기차면서도 반듯한 모습에 죽어가는 듯했다. 솔직히 난 조이가 부러우면서도 재수없었다. ㅋ
그런 잘난 조이가 시즌3에서는 젠에게 역전당하기 시작한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이 뉴요커의 기질을 백분 살리자는 의미에서 젠에게 지운 우울을 한꺼풀 떼어내고, 쿨하고 멋진 '시스터'같은 존재로 부각시키게 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시즌2에서 약간 살이 쪄 보였던 젠에게서 정체되어 있던 붓기가 쏘옥 빠진 듯 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온종일 반항만 했던 할머니에게 말을 걸 줄 알게 되며,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가질법한 고민으로부터 일찍이 작별한 맞언니처럼, 그야말로 저런 멘토 하나 있었음 좋겠다는 소시민적인(?) 바램을 불어넣은 것이다.
케이블 채널인 OCN에서 시즌5까지 방영되다(5인지 6인지 가물가물) 수입 문제로 중단되었고, 그 이후로 미쉘 윌리엄스를 보기란 가뭄에 콩나기였다. 그런 가운데 작년 11월 씨네큐브에서 빔 벤더스가 쓸쓸하고 처절한 미국의 자화상을 다룬 '랜드 오브 플렌티'에 미쉘 윌리엄스가 나왔으니 어찌 반갑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다작을 하지 않는 그녀는 그 이후로도 '브로크백 마운틴'같은 멋진 행보를 선택하여 흐뭇하게 하더니, 브로크백 마운틴 촬영으로 만난 히스 레저와 트레일러에서 사랑을 나누고는 그와 결혼하여 지금은 한 남자와 그들의 아기를 키우며 옹기종기 잘 살고 있다. 미쉘 윌리엄스의 아름다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팬으로써 상당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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