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이 없는 여성의 이미지란 내겐 다소 무서운 기억으로 있다. 츠카모토 신야의 영화인 ‘쌍생아’에서 보았던 기모노를 입은, 새하얀 분장에 덮여진 살결과 눈썹없는 주인공의 얼굴이 며칠동안 꿈에 잔존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정형화된 모습들만 접하고 살다보니 느꼈던 생경한 공포였을까.
그녀의 외형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이‘의 앨범 커버 속 ’다이‘의 눈썹은 실오라기 하나 없이, 그렇게 텅 비어버린 이마엔 미간조차 없이 살갑지 않은 일렉트로니카가 다섯곡만 실리고는 어느덧 갑자기 끝나버린다. 마치 히든 트랙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지만 이내 아쉬움을 삼키며 첫 번째 트랙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Bjork‘의 난장을 닮았다기엔 차분하고, ’Portishead‘의 진보적 어두움을 닮았다기엔 추상화가 아닌 초상화처럼 좀 더 원근감이 생기는 ’다이‘의 몽환은 차라리 ’Mandalay'의 기쁨과 슬픔을 닮았다. 아쉬운 것은, 러닝타임 내내 너무 뽕(?) 맞은 느낌이라(물론 그 느낌을 체험한 적은 없지만!) 밝은 날에도 우비를 입고 돌아다녀야 할 듯 싶다는 거다. 하지만 아무렴, 죽어가는(die)공포보단 물들어가는(dye) 공포가 낫지 않겠는가?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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