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scue Me
안녕? 난 스테판이야. 안녕 난 스테판이야. 아, 이걸 끄고 말해야겠어요. 이건
제가 발명한 타임 머신기에요. 이 타임 머신기를 작동하면 단 1초의
과거로만 돌아가게 되죠. 난 스테판이라고 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잠이 들고, 꿈을 꾸고, 잠을 깨고, 꿈을 깨는 사나이죠. 전 어렸을 적부터 잠의 현실과 꿈의 환상을
번갈아 가며 살았어요. 그래서 남들이 자고 일어나는 거 한번에 할 것을, 전 잠에서, 꿈에서 두 번 살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미쉘 공드리는 그래도
내가 꿈 속 세상에서 맘껏 뛰놀 수 있도록 친절하게도 ‘Générique Stéphane TV’ 라는
스튜디오를 하나 만들어줬어요. 전 여기서 드럼도 치고, 종이
캠코더는 제가 원하는 상상만 찍을 수 있게 해줘요. 제 드럼 한 번 들어보실래요? ‘Générique Stéphane’를 연주해보죠. 곰돌이 복장을
입고 드럼을 치면 끝내줘요. 자, 지금부터 제가 꿈을 꾸는
동안 여러분들은 쟝 미쉘 베르나르의 음악 세계로 빠지게 될 거에요.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끌라우드
볼링과 엔리오 모리꼬네와 작업을 한 위대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죠. 레이 찰스 쿼텟의 멤버로써 오르간을
연주하기도 했고요. 영화 ‘가위손’의 사운드트랙을 듣는 느낌도 들 거에요. 그와 대니 엘프먼을 비교하고픈
마음은 없지만, 좀 비슷해요.
참, 제 이웃집에 스테파니라는 여자애가 이사 왔는데 내가 미쳤죠. 목욕을
하다 말고 그 애 집 문 틈 사이로 ‘니 친구 전화번호 좀 알려주라.’라는
편지를 남겼지 뭐에요. 사실 그건 제 진심이 아니에요. 전
스테파니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어요. 하지만 우울하게도 그 앤 제 마음을 몰라줘요. 아직도 내가 그 애의 룸메이트인 조이를 좋아하는 줄 알아요. 울렁거리는
이 마음을 윌로우즈(The Willowz)가 전해줄 수 있을까요?
스테파니가 날 구원해주기
전까지는 난 아무래도 꿈의 해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요. 복사기 찍어내듯 직장 동료와 그 짓을
하고, 도시는 재키의 콩나물처럼 징그럽게 불어나다 잿더미가 되어버려요.
폐허의 바람에 실려 조각난 LP판 위를 걷죠. “친애하는
스테파니, 난 네 이웃이고 거짓말쟁이야.” 내가 이렇게까지
밝히는데도 왜 그녀는 내 마음을 몰라주죠? 하도 답답한 마음에 저는 이 사운드트랙을 통해 ‘If You Rescue Me’라는 노래도 불렀답니다. 그녀가 날
구해주면, 난 그녀의 영원한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쿨 앤
더 갱도 ‘Steppin’ Out’을 부르며 그렇다잖아요.
스테파니,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나무로 만든 갖가지 물건들-신발, 안경, 전화기, 타자기-이 널려있는 이 방에서 나는 외로워. 담을 넘어 너의 골든 포니 보이를 훔쳐. 나의 어처구니 없는 상상력으로
골든 포니 보이는 너와 나를 태우고 날아가. 이게 현실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난 그녀의 집 앞 문에 머리를 박고 피나 질질 흘리는 녀석일 뿐이에요.
나의 고향 멕시코로
돌아갈 때쯤 그녀가 깨닫게 될까요? 우린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이웃이라는 것을. 만약 셀로판 지의 바다를 건너 그녀가 내게 온다면 골든 포니 보이를 함께 타고 현실의 꿈, 꿈의 현실이 하나가 되는 하늘로 날아갈 수 있겠죠. 나의 1초 타임 머신을 들고 스테파니가 내게 새긴 그 한마디, 사랑한다는
그 말의 과거를 타고 달그락 달그락 달려갑니다. 만약 해피 엔딩이 된다면,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Dick Annegarn의 낮은
음성으로 ‘Countances’를 불러줘요.
안현선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