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Growing Pains
세상엔 영리한 소년들이 많다. 그 중에서 지금 떠오르는 인물들을 말하자면 천재소년 두기가 있고, 최근에 만난 포크 듀오 ‘재주 소년’도 있다. ‘해파리 소년’도 그들 중 하나다.
해파리 소년의 특징이라면, 음악을 들었을 때 조금 더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같이 느껴지며, 가끔은 이 음악이 저 음악 같고, 저 음악이 이 음악 같은 비주류들의 일탈곡선을 비껴가며 진정 비주류를 위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사운드다. 패기로 넘치는 젊은 예술가의 조그마한 설치 미술처럼 다양한 표현 방식은, 첫 곡인 ‘Infant Song'에서 아기 모빌을 달아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로우 파이와 네오 싸이키델리아(Psychedelia)의 정점에 서 있는 ’그랜대디(Grandaddy)'를 연상시키는 ‘Everyday Trouble'이라든가, ’선웃음‘ 같은 트랙들은 전자음의 대기 속에서 불온하게 떠돈다.
해파리 소년의 정체성은 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그것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는 일렉트로니카의 원조가 있었다. 90년대 얼터너티브로 돌아간 양상을 보여준 ‘돌아가’만 하더라도 별책부록 같은 모험이다.
문득 앨범이 말하는 미니멀리즘을 격세지감으로 착각한다. 예전에만 해도 그저 럭셔리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여겼던 신해철(록)과 윤상(전자음악)같은 거물들이 없이도, 음악은 영리한 한사람에 의해서 재구성되니 말이다. 성장에는 아픔이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참 잘했어요.’ 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알아서 음악 잘 하며 커 온 소년 앞에서.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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