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다이어리가 되버릴 리뷰를 읽게 될 anonymous에게
대략 3년 동안의 소소한 일상들과 당시를 회상하며 틀었던 몇 개의 음악들이 바래진 기억이지만, 버릴 수 없는 너덜한 노트마냥 내 분신처럼 남아있는 글과 음악으로 얼룩진 라디오의 그녀는 항상 내게 안부를 들려주곤 했다.
서로가 잘 알지도 못했는데, 그녀는 그저 나의 어설픈 방송을 청취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녀가 가끔 전해주는 소소한 사랑의 감수성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디 있는 지도 모를 미지의 그녀와 야간 비행을 하고 있는 듯했다. 어느 날인가 그녀는 내게 '캐스커의 8월의 일요일' 을 틀어주세요. 라는 말을 남겼고, 그 뒤로 캐스커라는 정체불명의 뮤지션의 이름에 귀 기울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녀가 가고, 2년 뒤 내게 주어진 캐스커의 씨디를 듣는 순간 인생의 오묘한 감정들이 흩날려진다. 내가 그리워했던 익숙한 흔적은 서서히 지워지고 난 뒤의 듣고 있는 오늘의 음악은 그래서 미쁘다. 당신이 없어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7월의 이파네마소녀' 처럼 비가 내리던 여름에 간간히 사랑에 지쳐있던 당신은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냈고, 비가 갠 당신의 연애담은 'Fragile days'의 두근거리는 보사노바 리듬같이 즐거운 날도 있었다.
'어느날 PT 1' 엔가는 작은 보석함을 열면 들리는 의외의 구슬픈 멜로디는 '솔직히 난 지금 너무 아파' 라는 비밀을 넣어버렸다. 갑자기 어렸을 적 TV에서 보았던 '지난 여름에 생긴 일(Stealing Home)'을 다시 만난 것 같은 캐스커의 음악은 연속성을 담아내는 필름을 릴로 감아내지 않고 가장 아름다웠거나 치명적이었던 한 순간을 담아낸 프레임을 잘라 투명한 유리같이 애틋한 당신을 비춰내는 감정에, 비까지 내린다.
어디선가 보고 있다면요, '7월의 이파네마' 신청해 주어도 좋아요. 이런, 난 너무 감상적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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