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8일 화요일

Harmony Korine and Gucci

어제 미셸 공드리, 조나단 글레이저, 크리스 커닝햄 같은 독창적인 뮤비 감독들의 영상들을 가볍게 보다 하모니 코린이 생각나서 검색했더니 그가 작년에 구찌(Gucci) 영상을 디렉팅 했다는 근황을 알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 삼성 이재용이 밥 굶는 걱정, 워렌 버핏이 검소하게 살아 안타깝다는 걱정 이런 것들일텐데, 한 때 촉망받고 지금은 스포트라이트에서 사라진 감독들 걱정 역시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조나단 글레이저(Jonathan Glazer) 역시 오래 전 구찌의 'Flora' 향수 프로모션 영상을 찍었는지 떠도는 영상들이 있긴 하나 공식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건 아니다.


비치 보이즈(The Beach Boys)의 'Merry Christmas, Baby'를 배경으로 깐 것 부터 벌써 탁월함이 느껴지지 않나. 패션 브랜드가 시류에 밀리지 않고 트렌드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데에는 취향의 탁월함에 있다고 본다. 그 어느 누구도 한 때 미국 뉴욕 인디 영화의 첨병이었던 하모니 코린을, 광고 전문 감독을 대신할 디렉터로 발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찌 빼고.



구찌의 이름을 도용했다고 소송을 걸기는 커녕 구찌 메인(Gucci Mane)을 자사 브랜드 캠페인에 당당히 올린 포용력이야말로 창의력 이전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이 캠페인은 모델들의 백스테이지혹은 애프터 파티를 아무런 장치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잠재적 소비자에게 대리 만족감을 먼저 소비케 한다. 그와 동시에 구찌는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더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조나단 글레이저가 연출한 구찌의 'Flora' 캠페인이다. 하모니 코린과는 180도 다른 연출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뮤비에서의 기괴함을 생각하면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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