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 Your MotherFather Everybody Hands Up!
그런 때가 있었다. 쌈짓돈을 자랑스럽게 뭉쳐 홍대 앞 라이브 클럽으로 달려가던 시절이. 지금처럼 다양하고 많지는 않았지만 늘 한 곳에는 뜨거운 땀들이 모여 대중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스킨헤드와 원자폭탄들의 머릿수를 제치고 밴드들이 건네주는 성수를 받기 위해 가장 돋보이는 자리를 차지하던 청바지에 단발머리 여고생의 뜨거운 로망. 그리고 그 옆에는 항상 나의 친구, 깻잎머리가 있었다.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흥건하게 놀아주고 나면 귓구멍이든 콧구멍이든 광산의 신비처럼 쌓인 먼지를 깨끗이 씻은 지도 롱 타임 어고인데, 그러던 어느 날인가 수퍼 키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무대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홈쇼핑에서나 볼 법한 진기명기한 말에 말이 더해지고, 신통한 연주가 스텝을 밟아간다. 끓는 물에 넣어 폭삭 익혀 완숙된 달걀만큼이나 들끓음 반, 안타까움 반이다.
‘내가 조금만 더 젊었어도…… 미친 듯이 슬램하리라.’
그러나 젊고 늙고의 문제가 아닌 듯, 허첵과 파자마 징고의 입담은 장내에 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엄마, 아빠, 이모, 삼촌, 누나, 동생들의 배꼽을 해산시킨다. 왕년의 서수남과 하청일을 능가하는 다이나믹 듀오다. 약장수는 아니지만 3분만 함께 해도 이내 회춘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들의 리드미컬한 연주와 함께 관객과 내가 뛴다. 스카이 콩콩보다 더 높게 뛸 수 있는 기동력을 장착하고선.
들으면 들을수록, 하루살이만큼의 시간이었지만 무엇 하나 재미없지 않은 것이 없었던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가 떠오르고, 달랑달랑 매달린 심장이 떨어질세라 뜀박질하고 소리지르던 온전치 못했던 사춘기의 발광이 그리워진다. ‘찐찐 찌리리리 찐지지진~’의 오프닝 코러스를 여는 순간, 가슴을 탁 치고 도망가버리는 그네들의 짓궂은 행동도 호기로 높게 치하하며, 과감하고 신나게 되지도 않는 춤과 노래를 들썩이는 것이다. ‘씨발조또’가 사자성어가 될 수 있는 기이한 수퍼 키드의 세상에 왔다고 해서 엄마 아빠 그리 놀라지 마시고, 자, 다 함께 “Put Your MotherFather Everybody Hands Up!”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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