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낚시의 매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낚싯밥을 얼마나 묶느냐에 따라 고기의 종류와 크기가 달라질 수 있는 조작성에 더불어 때로는 월척을 건질 수 있는 희망이 아닐까? 빗대어서 달리 말하자면 레코드 샵에 가서 적당히 트렌디한 힙합을 원하는 사람과, 스피디한 랩을 구사하는 테크니션의 힙합을 원하는 사람과, 디제잉이 주를 이루는 힙합을 원하는 사람들 등……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면 떡밥을 거는 것도 쉽다. 걸리는 음반도 백중백발 맞아떨어질 테고 말이다.
유독 잡히지 않는 물고기가 있다. 그런 물고기는 쉽게 떡밥을 알아보지도,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 물고기에게도 자존심이 있다면 떡밥에 걸리지 않고 자유롭게 유영하는 것이야말로 아마 녀석의 마지막 자존심이기 때문이 아닐까? 각나그네의 야 말로 쉽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엠씨(emcee)로써의 자기애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장르에 상관 말고, 그의 말마따나 락 스테디(Rock Steady)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라면 물 흐리지 않고 함께 푸른 바다를 헤엄칠 수 있다.
이미 와 싱글 발매를 통하여 힙합 팬들에게는 익숙한 각나그네의 이번 정규 앨범은 전작들에서 싱글 커트된 곡들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과 함께 강산에와 커먼그라운드, 샛별이 참여해서 주목을 받았던 ‘사랑이 있는 곳에 나 있네’같은 필살의 트랙과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넋업샨, 큐빅은 물론 에픽 하이의 타블로, 가리온, 팔로알토 등 메인 스트림과 언더 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조화를 통해 적절한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힙합 음악에서 주로 느껴졌던 거칠고 공격적인 모습보다는 경쾌하고 밝은 멜로디에 힙합을 잘 듣지 않는 팬들이라도 한 번만 들으면 곧잘 따라 부를 수 있는 구절에 호소력 있는 각나그네의 목소리가 한 데 어우러져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욱 더 선명하게 들린다. 또한 샘플링에 있어서도 McFadden & Whitehead의 ‘Ain’t No Stoppin’ Us Now’라는 고전 훵크를 ‘사랑이 있는 곳에 나 있네’에 착용하고, 익살스러운 나레이션이 주를 이루는 ‘바보들의 라디오’엔 Salt N Peppa의 ‘What a Man’인트로를 슬며시 깔아놓으며 한결 친숙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초록(Green)’이라는 색깔에 맞춰 컨셉트를 확장시킨 는 단순히 한 장르로 곡들을 포섭시키기엔 더 많은 청자들의 귀를 열게 하는 매력과 더불어 아무에게도 열지 않았던 그만의 기행문이 바래져 갈 때쯤 비밀스럽게 열어보는 발견의 기쁨을 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월척을 낚은 이가 건져낸 물고기의 등은 푸르름에 빛이 난다. 물론 건져낸 행운을 멀리 던져버리고 다시금 이 물고기의 자유로운 유영을 감상하겠지만 말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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