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더해져 피플 파워,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한 라임 파워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따위, ‘그래. 난 힙합 몰라. 그래서 디스(Diss, Disrespect의 슬랭)하냐? SO WHAT???’이든, 클럽 앞 아슬아슬한 언니들의 미니스커트와 핫팬츠가 무안해지는 콧소리가 들린다. 서걱서걱 쪼개지는 비트의 음악이 아닌, 그래서 비틀지 않고도 단 하나의 네이춰 포스만으로 청자와 퍼포머의 유니버설한 꿈을 꿀 수 있는 음악이 두근거리고 있다. 쟝 미쉘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이야기를 담은 싱글 [Jean & Andy]로 조심스럽게 팬들에게 다가선 바 있는 각나그네와 두 번째 싱글 [Mind Body & Seoul]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전 싱글에서 그가 조심스럽게 건넨 ‘소통’에 관한 맛배기 대답과, 곧 발매될 정규 앨범 [Green Tour]의 기대감을 한 데 넣고 믹스하여 웰빙 그 이상의 즙을 만들어 낸 [Mind Body & Seoul]은, 황량한 미드나잇을 연상시키는 쟝과 앤디의 외로움을 절절하게 읊조렸던 기운에서 달리하여 밝고 긍정적인 멜로디, 가사, 리듬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그 이상 그 이하의 현실도 아니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꿈꿀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을 서포트하는 모든 요소에 각나그네의 목소리가 얹어져 보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좋다. 비록 싱글이라 소수의 곡들로 채워져 있지만 편안히 앉아 짧은 러닝 타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흐름이다. 한정된 필드의 트랙을 도는 내내 가파르지도, 힘들지도 않다. 여기에는 바톤 터치의 미덕도 크다. 브라운톤의 편안하면서도 개성 있는 보이스를 자랑하는 진보, 파스텔톤의 예쁜 목소리를 내는 파워플라워의 샛별, 세피아의 깊고 은은한 색깔과 닮은 소울사이어티의 Amin. J.와 같은 각양각색의 보컬 피쳐링은 주전의 달리기에 가속도를 더해준다.
이 가속도를 바탕으로 각나그네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Mind Body & Seoul]이라는 흥미로운 타이틀을 반영하듯,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A Sound Mind in a Sound Body)’라는 옛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힙합에 대한 굳은 의지를 표명하는 ‘Mind Body & Seoul’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스케치하며 순수를 회귀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사랑의 기억을 지우지만 다시 만나는 두 남녀를 플래쉬백하는 ‘이터널 선샤인’도, 마치 그를 움직이게 하는 유기체처럼 엔도르핀이 돈다. 그리고 다시금 우리는 이 혈기 넘치는 청년의 목소리에 웬지 모를 뭉클함마저 느끼게 된다.
두 장의 싱글을 통해 각나그네의 정규앨범을 기다리는 일이 꽤나 쏠쏠했던 일련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바로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유연하게 자신의 마인드를 지켜가는 소리꾼이고, 또 다른 그의 파트너인 프로듀서 Pe2ny이다. 호사스럽다 생각 말고 정규 앨범을 한 장씩 들고 레코드 샵을 나오는 건 어떨까. 아직도 그네들의 음악이라고 느껴지는 힙합의 철조망 앞에서 빠꼼히 고개를 치켜드니 호쾌한 서풍이 분다. 후레쉬한 라임의 정취가 앨범 재킷에서 튀어나올라.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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