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Seduzione.' 유혹하는 손길은 아름답다. 숨겨져 있던 베일의 속살보다 더 하얀 건반을 조심스럽게 토닥이다가도, 단음의 기로에서 거침없이 그녀를 떠나보내는 움직임은 미끄러지듯 소리 없다.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터치는 사려 깊다. 그런 그의 앙상블은 세세하게 선율에 녹아들어가며 유혹은 달콤하다. 한적한 카페에서 홍차와 함께 조금씩 떠먹는 케이크의 달달한 미감을 덧입은 사운드는 오후 내내 식욕을 자극시킨다.
배고픔을 잊고 듣게 되는 피아니스트, 친절한 종훈씨의 첫 번째 수록곡인 ‘Bossa for a Dead Princess'는 단순한 허밍과 피아노의 줄넘기 속에서 살포시 색소폰의 연주가 넘나든다. 모리스 조세프 라벨(Maurice Joseph Ravel)의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Pavane For A Dead Princess)’ 타이틀은 보사노바 였다가도, 마지막 트랙에서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의 멜로디를 연상시키는 피아노 솔로가 되기도 한다.
잔잔한 첫 시작의 보사노바에서 화려함으로 진일보한 두 번째 트랙 ‘La Seduzione’은 볼레로를 연상시킬 만큼 강렬하고 힘 있는 연주와 그 사이에 들려오는 오밀조밀한 캐스터네츠의 움직이는 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그렇다고 볼레로 특유의 3/4박자 구성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몇몇 곡들을 굽이굽이 지나 ‘Intermezzo'의 바람 부는 서정적인 그리움을 헤치면 ’Fickle Heart'같은 요란한 대장간도 만나게 된다. 빛을 발하는 피아노 연주는 불에 쬐어진 쇠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퀸텟의 밤은 무르익는다.
달도 차면 기운다 하였으나 오늘의 밤은 이 CD 한 장과 함께라면 그리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딱 적당한 밤이 될 것이다. 겨울의 밤은 차나 마음만은 따뜻하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2020년 2월 18일 화요일
Jay Kim [Tenderness]
90년대 'Breathless' 앨범으로 국내에 색소폰 바람을 몰고 온 케니 지Kenny G의 전성기(물론 지금도 그는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때만 해도, 연인들의 아름다운 영상엔 케니 지의 음악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드라마들만 해도 남자 주인공들은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색소폰을 연주하는 낭만이 있었다. 그만큼 당시의 2-30대들에게 있어 케니 지와 색소폰에 대한 향수는 크다.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힙합, 알앤비(R&B)의 인기가 높아짐과 동시에 스무스 재즈(Smooth Jazz)의 명맥은 그렇게 시들해져 가는 줄 알았는데, 여기 색소포니스트 제이 킴(Jay Kim)의 등장으로 기우는 일단락 된 것 같다. 얼바노(Urbano),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의 프로듀서이자 밴즈 멤버로도 활약상을 펼친 바 있는 그의 첫 솔로 연주 앨범인 'Tenderness'는 제목처럼 감미롭다. 색소폰 중에서도 소프라노(Soprano)를 쓰는 점에서(제이 킴은 미국 시카고에서 알토 색소폰으로도 활동을 한 바 있다) 알토 색소폰을 내세우는 대니 정(Danny Jeong)과 대조되는데, 이 두 사람의 음악 색채를 번갈아 들어보며 각 악기만의 색채를 비교해보면 흥미롭겠다.
대니 정은 알토 색소포니스트 데이빗 샌본(David Sanborn)처럼 색소폰이라는 악기에서 풍기는 섹시한 이미지를 강인하고 선 굵게 표현하고, 제이 킴의 음악은 폴 테일러(Paul Taylor / 컨템포러리 재즈를 구사하는 리핑톤스Rippingtons의 멤버로도 활동)의 소프라노 연주 독집 앨범과 함께 회자 될 만 하다. 이지 리스닝으로 손색 없는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분위기 있게 잘 소화해 낸 제이 킴의 음악을 들으며 국내 스무스 재즈의 가능성은 이제 막 모색되어졌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힙합, 알앤비(R&B)의 인기가 높아짐과 동시에 스무스 재즈(Smooth Jazz)의 명맥은 그렇게 시들해져 가는 줄 알았는데, 여기 색소포니스트 제이 킴(Jay Kim)의 등장으로 기우는 일단락 된 것 같다. 얼바노(Urbano),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의 프로듀서이자 밴즈 멤버로도 활약상을 펼친 바 있는 그의 첫 솔로 연주 앨범인 'Tenderness'는 제목처럼 감미롭다. 색소폰 중에서도 소프라노(Soprano)를 쓰는 점에서(제이 킴은 미국 시카고에서 알토 색소폰으로도 활동을 한 바 있다) 알토 색소폰을 내세우는 대니 정(Danny Jeong)과 대조되는데, 이 두 사람의 음악 색채를 번갈아 들어보며 각 악기만의 색채를 비교해보면 흥미롭겠다.
대니 정은 알토 색소포니스트 데이빗 샌본(David Sanborn)처럼 색소폰이라는 악기에서 풍기는 섹시한 이미지를 강인하고 선 굵게 표현하고, 제이 킴의 음악은 폴 테일러(Paul Taylor / 컨템포러리 재즈를 구사하는 리핑톤스Rippingtons의 멤버로도 활동)의 소프라노 연주 독집 앨범과 함께 회자 될 만 하다. 이지 리스닝으로 손색 없는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분위기 있게 잘 소화해 낸 제이 킴의 음악을 들으며 국내 스무스 재즈의 가능성은 이제 막 모색되어졌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Trio Romance [Vol. 1]
국내 재즈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2005년 특히 주목해 볼 만한 사건이다. 매달 발행되는 모 재즈 전문지는 이 땅에 몇 없는 음악 잡지 중 하나가 되었으며, 독자층은 재즈 매니아에 덧붙여 충동 구매자들이다. 신기하게도 이 충동 구매자들은 재즈를 버리거나, 놀랍게도 재즈에 푹 빠져버리게 되는데 아무래도 재즈가 록보다 가진 자유정신 이전에 이들의 구미를 확 당겼던 것은 아무래도 보이기에 먹음직스러운 떡이 먹기도 좋다는 단순한 논리에 있다. 재즈가 그냥 좋을 수도 있겠지만, 재즈를 들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멋진 그림을 연상시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임달균 퀸텟, 트리오로그, 천체망원경, 임인건 그 외에 수많은 트리오들과 퀸텟이 재즈 클럽을 누비는 오늘날의 풍토에서 '트리오 로망스' 앨범은 예전과 달리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된 팬들의 디저트와도 같은 작품이다. 그래서 오늘날 국내 재즈를 뒤돌아 봤을 때 미래는 달콤하고 화사하다. 교회를 다녀 본 사람이라면 찬양 시간에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만한 찬송가를 컨템포러리 재즈로 매끄럽게 소화해 낼 수 있었던 것은 트리오의 구성원을 보면 안다. 베이시스트로서는 드물게 독집을 낸 모그(Mowg)가 우선 가장 눈에 띄고, 피아니스트 민경인, 드러머 안성욱 이 세 연주자들의 조합은 유러피안 재즈트리오(Europen Jazz Trio)를 연상시킬 만큼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 기량 넘치는 마스터들의 로망스에 주님도 기뻐하겠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지나(Jina) [GinaGram]
아직도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들을 꼽으라면 열 손가락이 모자라지 않을 만큼 희박하겠지만, 수적으로 상관없이 그녀는 모든 이를 다 합친 것보다 풍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국내 음악계가 주목해야 할 차세대 아티스트임에 틀림없다. '신인이니까 열심히 할 거구요, 예쁘게 봐주세요.'하는 힘없는 우리네 예쁜이 여가수들이 화면을 수놓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시원한 일침을 맛봤다고나 할까. 지나그램이 보여주는 완벽주의는 속사포처럼 늘어놓는 래핑도, 재지함을 쿡쿡 찌르며 모습을 드러내는 턴테이블의 스핀도 제 역할에 충실하며 그녀를 압도하지 못한다. 예전에 리뷰를 한 바 있는 제이 킴(Jay Kim)과는 또 다른 맛의 스무스 재즈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애시드 재즈에 가까우면서도, 스탠다드한 재즈 피아노 연주를 향한 그녀의 소소한 애정이 엿보여진다.
앨범 한 장으로 아티스트의 자의식을 청자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노래하며 연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막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안현선
Two Ton Shoe [Resoled & More] / 앨범 소개글
'투 톤 슈' 라는 이 특이하고 재밌는 이름 앞에서 음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그들의 앨범을 들어보라. 오랜만에 만나는 경쾌한 밴드임에는 틀림없으니. 인디 음악 전문 웹 싸이트인 'GODS OF MUSIC'에서 그들의 앨범을 두고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Traveling without moving'이후 가장 빼어난 펑크(funk)팝' 이라는 격찬까지 했다면 더더욱 궁금해진다.
닐 다이아몬드, 닐 영, 그리고 빈스 닐을 좋아하는 리드 보컬 저스틴 비치, 에디 밴 헤일런을 흠모하는 기타의 제이크 샤피로, 블랙 사바스의 영향을 받은 베이시스트 제프 길맨, 벡과 래디오헤드를 자주 듣는 버클리 음대 조교수 드러머 데이브 디센소. 이 네 명의 음악 청년들의 본적은 보스턴의 지역 밴드인 'Mystery Jones' 였으나 제이크 샤피로가 이 밴드에 합류하기 위해 1995년 말에 러시아에서 돌아오게 되었고, 이후 밴드의 히트곡이었던 'Two Ton Shoe'라는 이름을 밴드명으로 짓고 다시 시작하게 된다(네 사람은 밴드 결성년도인 95년 전에도 비공식적으로 합주를 가진 적이 있다고 한다).
투 톤 슈로 거듭난 그들의 음악에도 물론 변화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고수하던 장르인 록에 소울풀함과 정돈된 느낌을 가미했더니 팬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보스톤의 투 톤 슈가 그 머나먼 캘리포니아에서 공연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입지를 굳히고자 자신들의 레이블인 L-Shaped Record를 만들어 직접 자신들의 앨범을 마케팅하기 시작한다. 웹싸이트, 메일링부터 스케쥴링, 프로모션 모든 것을 관리했고 결과는 인디 밴드의 열악한 조건을 감안한다면 대성공이었다. 급기야 이 야심찬 밴드는 결국 우리나라까지 상륙했다. 우선 그들과 비교될 수 있는 밴드가 있다면 단연 Maroon 5가 되겠다. Funk를 기반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음악적 성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두 밴드 모두 훵크라는 뿌리는 같되, 투 톤 슈에게선 왕년을 주름잡던 메탈 밴드 사운드의 느낌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단연 차별되는 점은, 마룬 5를 키운 팔할은 디지털 시대의 총아인 MP3였지만 투 톤 슈를 키운 것은 '쉬지 않는 라이브 무대'였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닐 다이아몬드, 닐 영, 그리고 빈스 닐을 좋아하는 리드 보컬 저스틴 비치, 에디 밴 헤일런을 흠모하는 기타의 제이크 샤피로, 블랙 사바스의 영향을 받은 베이시스트 제프 길맨, 벡과 래디오헤드를 자주 듣는 버클리 음대 조교수 드러머 데이브 디센소. 이 네 명의 음악 청년들의 본적은 보스턴의 지역 밴드인 'Mystery Jones' 였으나 제이크 샤피로가 이 밴드에 합류하기 위해 1995년 말에 러시아에서 돌아오게 되었고, 이후 밴드의 히트곡이었던 'Two Ton Shoe'라는 이름을 밴드명으로 짓고 다시 시작하게 된다(네 사람은 밴드 결성년도인 95년 전에도 비공식적으로 합주를 가진 적이 있다고 한다).
투 톤 슈로 거듭난 그들의 음악에도 물론 변화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고수하던 장르인 록에 소울풀함과 정돈된 느낌을 가미했더니 팬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보스톤의 투 톤 슈가 그 머나먼 캘리포니아에서 공연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입지를 굳히고자 자신들의 레이블인 L-Shaped Record를 만들어 직접 자신들의 앨범을 마케팅하기 시작한다. 웹싸이트, 메일링부터 스케쥴링, 프로모션 모든 것을 관리했고 결과는 인디 밴드의 열악한 조건을 감안한다면 대성공이었다. 급기야 이 야심찬 밴드는 결국 우리나라까지 상륙했다. 우선 그들과 비교될 수 있는 밴드가 있다면 단연 Maroon 5가 되겠다. Funk를 기반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음악적 성향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두 밴드 모두 훵크라는 뿌리는 같되, 투 톤 슈에게선 왕년을 주름잡던 메탈 밴드 사운드의 느낌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단연 차별되는 점은, 마룬 5를 키운 팔할은 디지털 시대의 총아인 MP3였지만 투 톤 슈를 키운 것은 '쉬지 않는 라이브 무대'였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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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렐류드(Prelude) [Croissant]
2006년 벽두를 알리는 개의 힘찬 짖음과 동시에 연합 뉴스에 자랑스럽게 뜬 프렐류드의 미국 ‘블루노트’ 입성 소식은 분명 반가운 것이었다. 그러나 더 반가운 것은, 이들의 음악을 음반으로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아닐까.
도입적인 기능을 가지면서, 즉흥적이고도 자유로운 양식이라 말할 수 있는 ‘프렐류드=전주곡’는 그들의 이름처럼,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sation)의 박진감을 보는 듯한 연주와, 그 속에서도 조화를 잃지 않는 미덕을 지녔다. 또한 강/약이 살아 숨쉬는 앙상블은 듣는 내내 강렬한 이펙트를 선사한다.
문득 모 회사의 제품 광고가 떠오른다.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라 했던가. 그 광파 오븐으로 구우는 크로아상은 제법 맛있을 듯하다. 천천히, 그러나 빠르게 재즈 팬들의 귀를 사로잡은 프렐류드의 ‘Croissant' 만큼이나.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Humming Urban Stereo [Very Very Nice! And Short Cake]
시부야케. 시부야케. 시부야케. 이젠 아주 지겹다.
시류가 통속적인 트렌디 드라마로 변하는 슬픈 사실에 정작 음악을 만드는 이들은 굳이 "난 이것을 하고야 말테다." 라는 ‘하면 된다’ 정신으로 음악을 하지도 않았을 텐데 우리가 내리는 정의에 트렌드도 그들도 죽어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은 뉴욕의 두 일본계 여성 아티스트들로 이루어진 Cibo Matto(치보 마토)의 첫 앨범 'Viva! La Woman'이 가진 음식에 대한 컨셉을 내놓은 것과 같은 다채로움이 묻어다는 동시에 소울과 언더그라운드 댄스 음악의 접목을 꾀하는 Moloko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누구의 장점과 누구의 장점을 뽑아서 허밍 어반 스테레오가 되었다기 보다는,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의 색깔은 무지개 뿐 만 아니라 파스텔도 될 수 있을만큼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이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하는 추측이 자꾸 드는 건 음악 감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Scully Doesn't know'의 경우, Moloko의 'Sing it back'의 소프트한 한국버젼인 것 같고, 'Waltzsofa #1'은 Towa Tei의 앨범 'Sound of Museum'의 인트로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언급한 곡들은 첫 번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는 넘버들이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소리 소문 없이 청취된 EP 이후 첫 데뷔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해냈다. 한 손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카라페를(DISC 1), 한 손엔 부드러운 카푸치노를 쥐워주었으니(DISC 2) 말이다. 제이미 올리버 같은 매력적인 젊은 요리사임에 틀림없다. 재료가 음악이라는 점만 다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하키 [이상한 얘기] / 앨범 소개글
좌우앞뒤, 어떻게든 다르게 들어보려 해도 시부야의 두 공주(?) 유카리 후레쉬와 달리아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이름은 하키. 그도 그럴 것이 샹송과도 같은 유럽풍 감수성에 일렉트로니카를 믹스앤매치한 그들의 음악적 성향이 같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한 감성 한다는 젊은이들이 우후죽순 몰려들어 레코드 샵을 떠날 줄 모르는 두 공주의 음악에 하키 또한 전혀 지지 않을 실력을 갖추고 있다.
2003년 재주소년 이후로 문라이즈의 이 새로운 행보에 귀가 의심스러울 수 있겠지만 이 '이상한 얘기'로부터 한 번 귀가 쫑긋해지면 듣고 또 들을 수 밖에 없는 감칠맛 때문에 스위트피의 김민규 또한 그녀의 데모를 듣고 어쿠스틱에서 아주 조금 방향을 선회했을지 모른다(스위트피 공연 때 팬으로 간 그녀가 용기를 내어 그의 매니저에게 데모 테잎을 건네준 것이 이런 큰 기회로 다가왔다고 한다).
요란하게 음악 공부를 하지도, 음악을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주변을 떠들썩하게 하고 다니지 않았던 그녀지만, 음악이 하고 싶다는 갈망은 그녀의 '이상한 얘기'가 들려주는 사운드처럼 아주 조그마한 다락방에서 몰래 라디오에 나오는 팝송을 들으며 새록새록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는 그림을 연상시키는 것과도 같다. 이번에 발매된 첫 앨범 '이상한 얘기'는 김민규(델리 스파이스, 스위트피)가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으며 피터팬 콤플렉스(베이스), 재주소년(경환), 스웨터(신세철), DJ Soulscape, Analozic, Daytripper, Fractal, Where the Story Ends(전 Kona)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 얘기의 주인공은 작사, 작곡, 노래까지 모두 해낸 하키, 그녀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2003년 재주소년 이후로 문라이즈의 이 새로운 행보에 귀가 의심스러울 수 있겠지만 이 '이상한 얘기'로부터 한 번 귀가 쫑긋해지면 듣고 또 들을 수 밖에 없는 감칠맛 때문에 스위트피의 김민규 또한 그녀의 데모를 듣고 어쿠스틱에서 아주 조금 방향을 선회했을지 모른다(스위트피 공연 때 팬으로 간 그녀가 용기를 내어 그의 매니저에게 데모 테잎을 건네준 것이 이런 큰 기회로 다가왔다고 한다).
요란하게 음악 공부를 하지도, 음악을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주변을 떠들썩하게 하고 다니지 않았던 그녀지만, 음악이 하고 싶다는 갈망은 그녀의 '이상한 얘기'가 들려주는 사운드처럼 아주 조그마한 다락방에서 몰래 라디오에 나오는 팝송을 들으며 새록새록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는 그림을 연상시키는 것과도 같다. 이번에 발매된 첫 앨범 '이상한 얘기'는 김민규(델리 스파이스, 스위트피)가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으며 피터팬 콤플렉스(베이스), 재주소년(경환), 스웨터(신세철), DJ Soulscape, Analozic, Daytripper, Fractal, Where the Story Ends(전 Kona)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 얘기의 주인공은 작사, 작곡, 노래까지 모두 해낸 하키, 그녀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Slow Jam [Midnight Love]
이미 몇몇 음악 채널,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는 '다가와'의 뮤직비디오로 더 잘 알려지게 된 정연준의 야심찬 슬로우 잼(Slow Jam) 프로젝트는 일단 '다가와' 노래만 가지고 본다면 성공적이지 않나 싶다. 전체적으로 사운드 마스터링에 신경을 쓴 느낌이 이 싱글 하나로도 엿보인다. 매혹적이고 잘 짜여진 각 파트의 조화는, 복잡하게 자주 겹치는 뮤직비디오 화면의 디졸브(Dissolve)와 상관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매끄럽게 넘어간다. 특히 여성 보컬의 힘은 슬로우 잼이 단순히 성적 코드로만 일관되지 않도록 애틋한 감정까지 심어준다.
그런데 트랙이 넘어갈 때 마다 멜로디는 정적으로 치우치고 전희를 모르는 가사는 급한 나머지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까발린다. 예를 들면 '날 녹일 것 같은 그대' 라든가 '너를 갖고 싶어' 라는 대목이 있겠고, 정연준씨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음악을 위해' 같은 경우에는, 마치 어린 아이가 쓰는 반성문 같은 가사가 멜로디와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 들면서 매우 서툴게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르에서 느낌 위주로 나눠 재편된 또 하나의 음악 장르가 되어 버린 '슬로우 잼'의 트렌드화를 실현시키려 노력한 제작자로서의 그의 노고는 높게 산다. 가사는 좋은 작사가를 만나게 되면 틀림 없이 개선되는 부분이니까.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그런데 트랙이 넘어갈 때 마다 멜로디는 정적으로 치우치고 전희를 모르는 가사는 급한 나머지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까발린다. 예를 들면 '날 녹일 것 같은 그대' 라든가 '너를 갖고 싶어' 라는 대목이 있겠고, 정연준씨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음악을 위해' 같은 경우에는, 마치 어린 아이가 쓰는 반성문 같은 가사가 멜로디와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 들면서 매우 서툴게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르에서 느낌 위주로 나눠 재편된 또 하나의 음악 장르가 되어 버린 '슬로우 잼'의 트렌드화를 실현시키려 노력한 제작자로서의 그의 노고는 높게 산다. 가사는 좋은 작사가를 만나게 되면 틀림 없이 개선되는 부분이니까.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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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The Mongoose) [Dancing Zoo]
몽구스를 듣고 있으면 그들의 정체불명성이 음악적 색채를 한결 자유롭게 해준다는 것을 느낀다. 'New Song'으로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사운드는 소규모 라이브 클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객석엔 다섯손가락에 셀 수 있는 몇 명만의 관객 앞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곡은 ...입니다.' 라는 웅얼거림과 음악만이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규모의 몇 명 중의 나는 무슨 짓거리를 해도 음악을 듣는다. 맥주 냄새와 담배연기가 자욱한 클럽 안 사운드와 어울리는 개개인의 순간은 퍼즐조각처럼 잘라져 제멋대로 나열된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드럼과 베이스의 연주를 돌고도는 아방가르드한 건반음이 오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마지막 도마뱀'은 어디에 숨겨진걸까? 몽구스 그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춤추는 동물원'의 현기증은 부침없는 가사와 함께 잠 못드는 밤을 이룬다.
이들은 언밸런스의 맛을 안다. 과거로의 귀환을 꿈꾸는 영/미 인디 락밴드들이 즐겨하는 거침없는 부조화의 멜로디와 연주가 최신 경향같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우리는 또 다른 비틀즈를 꿈꾸게 된다. 실제로도 하나같이 비틀즈를 꿈꾸어온 신출내기 락커들은 그네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음악을 할 것이다. 몽구스도 과연 그러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만 가 준다면 딱 하루만, 인디씬이여, 멈춰주길 바란다. 오늘은 그대들의 날이니까.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이들은 언밸런스의 맛을 안다. 과거로의 귀환을 꿈꾸는 영/미 인디 락밴드들이 즐겨하는 거침없는 부조화의 멜로디와 연주가 최신 경향같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우리는 또 다른 비틀즈를 꿈꾸게 된다. 실제로도 하나같이 비틀즈를 꿈꾸어온 신출내기 락커들은 그네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음악을 할 것이다. 몽구스도 과연 그러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대로만 가 준다면 딱 하루만, 인디씬이여, 멈춰주길 바란다. 오늘은 그대들의 날이니까.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오리엔탱고(Orientango) [PROJECT 2005]
탱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미망인 라우라 에스칼라다(Laura Escalada)가 찬사를 보낸 정도의 실력으로 국내외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듀오 오리엔탱고의 반가운 스페셜 앨범이다. 이미 전작들을 통해 탱고 특유의 리듬을 살린 크로스오버 사운드가 국내의 정서를 울릴 수 있음을 입증시킨 이들의 이번 발매반은 마치 본고장에서 열리는 라이브를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생생한 감동을 들려준다.
긴장을 푸는 워밍업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다이얼로그를 시작으로, 비처럼 내리는 ‘슬픈 열정’은 수려하면서도 막힘없이 뻗어나가는 바이올린의 연주와 피아노가 맞붙으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트랙 중 일렉트로닉한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는 믹서의 다양한 전자음을 바탕으로 탱고 특유의 짙은 애수를 조화롭게 펼쳐내고 있으며, 그에 이어서 재생되는 어쿠스틱 버전을 통해 분위기를 비교하여 들어볼 수 있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이미 바네사 메이, 유진 박, 막심 등의 뮤지션들이 국내에 크게 알려지고 음악의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테크놀로지가 이미 하나의 장르로 되어버린 오늘날의 음악에서, 오리엔탱고의 비장한 동양미와 탱고의 만남은 다양한 음악이 공존할 수 있는 미덕을 보여준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로켓발사 [Rocket Balsa]
라면을 예쁜 접시에 담아 먹으면 이상하게도 맛이 없다. 양은 냄비에 팔팔 끓여서 뚜껑에 덜어먹고 국물은 후루룩 짭짭 ‘아기공룡 둘리’의 마이꼴 말마따나 소리내서 먹어야 한다. 가끔은 부셔서 라면뽕을 해 먹는 것도 괜찮다. 그냥 먹는 것보다는 심심하니 영화를 감상해준다. 70년대 난잡함의 대명사인 존 벨루씨의 유쾌한 ‘애니멀 하우스’ 라든지 ‘메리에겐 뭔가...’를 만든 패럴리 형제의 콤비 플레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소화를 시키고 나면 달달한 것이 필요하니 풍선껌을 사야한다. 크게 훅 불어본다. 그렇게 풍선껌보다 더 커져있는 콧방울 터지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해는 중천에 있다.
로켓 발사의 음악은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키치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하위문화라고 찡그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생활의 단면이니 말이다. 그래서 키치는 라면을 후루룩 먹는 사람도, 난잡한 B급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풍선껌을 천박하게 불어제끼는 사람도 수용할 수 있다. 이 모든 다양한 입맛이 모여 다가가기 힘든 상류문화보다 더 맛있는 짬뽕을 재구성하는 키치는 쉽고, 재미있으며,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
‘한국 뉴웨이브 동화 록음악‘이라는 신기한(!) 컨셉으로 나타난 1인 프로젝트 밴드 체제의 로켓 발사의 곡목은 실로 매우 일상적이고 단순하지만, 감히 낯설기도 하다. ’복숭아색‘, ’아이럽우유‘, ’네네네네네!‘, ’다정소녀‘ 등. 음악을 들어보면 밝은 팝 록 사운드로 일관하다가도,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하고, 90년대 초반에나 들을법한 댄스 음악이 되다가도,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렉트로니카를 구성하기도 한다.
마치 ‘불독 맨션’의 이한철처럼, ‘롤러코스터’의 지누처럼 다재다능한 인물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장이다. 키치적 감성의 대표주자인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이 그냥 싸구려 잡지는 아니었듯, 로켓 발사라는 인물이 앞으로 만들어갈 동화 록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앞으로 팬이 될 현대인의 감성을 어느 정도 지지는 해 줘야 할 듯 싶다.
안현선
로켓 발사의 음악은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키치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하위문화라고 찡그릴 필요는 없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생활의 단면이니 말이다. 그래서 키치는 라면을 후루룩 먹는 사람도, 난잡한 B급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풍선껌을 천박하게 불어제끼는 사람도 수용할 수 있다. 이 모든 다양한 입맛이 모여 다가가기 힘든 상류문화보다 더 맛있는 짬뽕을 재구성하는 키치는 쉽고, 재미있으며,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한다.
‘한국 뉴웨이브 동화 록음악‘이라는 신기한(!) 컨셉으로 나타난 1인 프로젝트 밴드 체제의 로켓 발사의 곡목은 실로 매우 일상적이고 단순하지만, 감히 낯설기도 하다. ’복숭아색‘, ’아이럽우유‘, ’네네네네네!‘, ’다정소녀‘ 등. 음악을 들어보면 밝은 팝 록 사운드로 일관하다가도,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하고, 90년대 초반에나 들을법한 댄스 음악이 되다가도,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렉트로니카를 구성하기도 한다.
마치 ‘불독 맨션’의 이한철처럼, ‘롤러코스터’의 지누처럼 다재다능한 인물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장이다. 키치적 감성의 대표주자인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이 그냥 싸구려 잡지는 아니었듯, 로켓 발사라는 인물이 앞으로 만들어갈 동화 록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앞으로 팬이 될 현대인의 감성을 어느 정도 지지는 해 줘야 할 듯 싶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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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Superior Vol.2 - Seoul City's Finest]
래퍼에게 "벌써 4집?"이라고 받아치는 팬들이 있다는 건 작업한 본인에게 있어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특히 힙합의 역사를 논하기엔 강아지 꼬리만큼 작은 국내 음악계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아 명실공히 메인스트림으로 떠오른 주석을 바라보니 벌써 4집이 무색해진다. 그의 성공이 싫거나 혹은 좋거나(주석 2집 트랙 중 '싫거나 혹은 나쁘거나' 인용), 언더그라운드 힙합으로 이제 막 얼굴을 알린 뮤지션들에게나 음악 팬들에게나 상당히 고무적인 케이스다.
'Seoul City'S Finest'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번 앨범은, 주석이 완벽하게 쇼 스타퍼임을 과시한다. 4집의 포문을 여는 'On Da Street'의 노골적인 주석 내세우기는 그의 친구로도 잘 알려진 수파싸이즈(SUPASIZE)가 맡고 있는 MTV 'Most Wanted'의 인터뷰를 착용함으로써 센스넘치는 인트로가 되어버렸다. 임정희와 함께한 타이틀곡인 '힙합뮤직'은 비교적 경쾌한 넘버로써 랩과 보컬이 이룬 적당한 그루브가 클럽 씬에서 에어플레이 될 것임을 조심스레 점친다. 빠른 비트로 진행되는 랩에 담아낸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담는 솜씨라든가('하루종일'), 전작에서 보기 힘들었던 션 폴(Sean Paul)을 연상시키는 곡의 시도가 있고, 트위스타(Twista)같은 전형적인 갱스타 랩을 소화해내는 힘은 더 좋아졌다. 클러버들이 선호할 만한 취향은 두루 갖춘게 전부는 아니다. 트렌드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애청되는 피 디디(P.Diddy), 팻 조(Fat Joe), 어셔(Usher) 등과 충분히 견줄만한 능력이 있다는 거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델리스파이스(Delispice) [Bom Bom]
델리 스파이스의 첫 번째 앨범 [Delispice]는 감수성 어린 소년소녀들에게는 청춘을 향한 발로였으며, 이성을 달리하던 고민 많은 이십대를 지배하던 배경음악이었다. 살아있는 인디의 역사 속에서 젊은이들의 숨과 함께한 데뷔 앨범을 기념비로 남기고 어느새 중반이 되어버린 델리 스파이스가 오랜 공백을 깨고 내 놓은 5집은 모던 록이라는 대명사에 걸맞게 부담 없는 멜로디와 감성적인 가사로 팬들을 설레게 한다.
명랑한 기타 스트로크와 킥드럼으로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아누크빌’에 이어 영국 아트락 펑커인 블록 파티의 인트로가 생각나는 ‘나의 왼발’에서는 다분히 트렌드적인 면모를 내비춘다. 잔잔한 파문처럼 일어나는 사랑의 감정이 애틋하게 다가오는 ‘Missing You'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가볍게 몸이 들썩여지는 명랑하고 간결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봄봄‘ 외에도 김민규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9월‘과 함께 각 멤버들이 작업한 곡들이 적당하게 선별되었다.
그러나 ‘챠우챠우’에서 들려주었던 외침은 들리지 않으며, 메아리는 굳이 갈 곳을 찾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몰린다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치열했던 97년의 여름 속에서 느꼈던 델리 스파이스의 인디 스피릿은 다시 오지 않는 걸까. 그것을 기대했던 팬들과 적당한 타협점을 찾으려 애쓴 흔적의 결과물은 듣기 좋으면서도, 청춘을 울리는 기백은 세월과 함께 조금씩 깎여나간 듯하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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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덕 [전제덕] / 앨범 소개글
전제덕을 소개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문구 - '시각장애를 극복한 한국 최고의 하모니카 연주자' - 때문인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감탄사를 머릿속에 주석처럼 달고 음악을 듣게 되지만, 서정미 넘치는 뛰어난 음악을 하는 뮤지션임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은 장애를 딛고 일어선 그의 대단함이 아닌, 바로 그의 음악이다.
전제덕의 데뷔 음반이자 국내 최초의 하모니카 연주 음반은 놀라운 감수성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팝, 라틴, 발라드, 재즈를 넘나들며 그가 들려주는 낮고 깊은 영혼의 소리이다. 그는 조성모, 박상민, 조규찬, 김정민, BMK 등 유명 가수들의 앨범과 '튜브', '똥개' 등 수많은 앨범에 하모니카 연주자로 참여하면서 이미 음악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바 있다.
간만에 만나는 산들바람과도 같은 즐거움이 전제덕의 음악 세계엔 있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전제덕의 데뷔 음반이자 국내 최초의 하모니카 연주 음반은 놀라운 감수성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팝, 라틴, 발라드, 재즈를 넘나들며 그가 들려주는 낮고 깊은 영혼의 소리이다. 그는 조성모, 박상민, 조규찬, 김정민, BMK 등 유명 가수들의 앨범과 '튜브', '똥개' 등 수많은 앨범에 하모니카 연주자로 참여하면서 이미 음악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바 있다.
간만에 만나는 산들바람과도 같은 즐거움이 전제덕의 음악 세계엔 있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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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성(Wheesung) [Love... Love...? Love...!]
휘성만큼 팬들 앞에 나오기 이전에 압박이 심할 가수도 없을 것이다. 우선 1집 '안되나요'로 시작한 그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한결같이 '노래 잘 부르는 R&B' 가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휘성은 노래 잘 부르는 자신의 이미지를 잘 고수해왔다. 2집의 소포모어를 이겨내고 오늘날 4집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진정한 가수 이전에 방송인이 널린 오늘날의 현실에서 진리를 보여준다. 팬들의 정직함은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의 앨범을 사지 않고는 못배기는 구매력으로 보여준다.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그가 한층 부드러워지고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느낀다. 1집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흑인 특유의 소울 필(Feel)은 떨어졌지만, 그만의 감성은 살아있다. 개인적으로도 '드루 힐(Dru Hill)'의 리더였던 '시스코(Sisqo)'를 좋아한다는 휘성이라 하여, 예전 앨범에서는 없지 않게 시스코를 따라 가려는 모습이 보였는데 지금에서야 떨쳐낸 듯하다. 음악은 국내 팬들이 좋아할만한 풍부한 오케스트라 질감의 발라드에서부터 브라이언 맥나잇의 앨범 구성을 연상시키는 듣기 편한 대중적인 리듬 앤 블루스와 가벼운 팝까지. 이제부터가 'Real Slow'의 시작이다. 적당한 자세와 여유. 바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휘성의 모습이다.
앨범이 꼭 시즌에 맞춰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휘성이 이번 앨범을 가을에 출시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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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건 [피아노가 된 나무] / 앨범 소개글
포크에서 느낄 수 있는 정직한 서정성은 재즈를 만난 뒤 갈 수 없었던 세계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재즈 선율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깊고, 넓고, 아름다운 전율의 피아니즘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임인건. 1987년 조동진과 포크 뮤지션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였고, 88년 재즈 클럽 '야누스'에서 한국 재즈 1세대인 이판근, 김수열, 강대관, 이동기, 박성연 등과의 협연을 통해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89년 피아노 솔로 1집인 '비단 구두', 92년 '임인건 피아노 연주집 vol. 2'를 선보였고, 99년에는 '야타' 라는 재즈 밴드와의 협연으로, 비밥 재즈 앨범인 '야타'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4년 9월, 17년의 음악 생활을 돌아보며 낸 '피아노가 된 나무'로 돌아왔다. 어렵게 피아노를 독학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다져온 그에게 있어 이번 앨범은, 한 때 힘들고 방황했던 아기 나무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럭무럭 자라 피아노가 되어 사람들의 지친 심신과 영혼을 달래주는 존재이다. '재즈라는 음악이, 피아노라는 악기가 정말 근본적으로 나의 음악이, 나의 악기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수없이 하며 음악을 해 왔다는 그의 음악적 성찰을 통해 피아노가 된 나무'는 관객 앞에 한없이 더 깊고 푸르러진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임인건. 1987년 조동진과 포크 뮤지션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였고, 88년 재즈 클럽 '야누스'에서 한국 재즈 1세대인 이판근, 김수열, 강대관, 이동기, 박성연 등과의 협연을 통해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89년 피아노 솔로 1집인 '비단 구두', 92년 '임인건 피아노 연주집 vol. 2'를 선보였고, 99년에는 '야타' 라는 재즈 밴드와의 협연으로, 비밥 재즈 앨범인 '야타'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4년 9월, 17년의 음악 생활을 돌아보며 낸 '피아노가 된 나무'로 돌아왔다. 어렵게 피아노를 독학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다져온 그에게 있어 이번 앨범은, 한 때 힘들고 방황했던 아기 나무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무럭무럭 자라 피아노가 되어 사람들의 지친 심신과 영혼을 달래주는 존재이다. '재즈라는 음악이, 피아노라는 악기가 정말 근본적으로 나의 음악이, 나의 악기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수없이 하며 음악을 해 왔다는 그의 음악적 성찰을 통해 피아노가 된 나무'는 관객 앞에 한없이 더 깊고 푸르러진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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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컬러(Watercolor) [Hands Up]
유년 시절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팻 매스니의 실험적인 앨범 [Imaginary Day]의 수록곡인 ‘Follow Me'를 듣고,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사운드 스케이프에 귀는 얼얼해지고 심장은 요동쳤던 기억이 있다. 다양한 장르와 리듬을 펼쳐놓고 그려내는 한 폭의 수채화와도 같은 퓨젼 재즈. 새하얀 도화지에 아지랑이처럼 번지는 그 옛날 옛적의 감동을 재연하듯, 워터컬러(워터컬러는 수채화를 의미한다)의 첫 앨범 [Hands Up]은 들으면 들을수록 투명하게 오감을 만족시켜 준다.
토속적이면서도 흥겨운 아프로 큐반 리듬의 퍼커션을 기반으로 모던한 색소폰이 조화를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첫 곡 ’Hands Up'으로 출발하여, 다정다감한 멜로디에 격정을 입힌 ‘Playground'와 옐로우 재킷과 같은 8-90년대 미국 퓨젼 밴드들을 연상시키는 ’Faint Motion' 등 각 트랙마다 스타일을 달리하여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이 앨범의 백미인 마지막 트랙 ‘Patio de recreo'는 마치 이국적인 섬나라에 온 느낌을 주듯 여러가지 라틴 퍼커션 앙상블을 통해 광활한 대기를 연출하다가도, 산들바람처럼 물씬거리는 삼바리듬으로 청량한 마무리감을 선사한다.
퓨젼 재즈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을 엮어내는 이들의 음악을 통해 국내 재즈의 활주로는 넓어졌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청자들은 워터컬러의 앨범을 감상하며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중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School Of Music: 돌아온 미스터 슈니블리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쿨 오브 락’에서 잭 블랙이 분한 듀이는 록 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실상 그의 처지는 그나마 있던 클럽의 밴드에서 쫓겨나고 친구의 집에 얹혀사는, 그야말로 음악적 야심으로만 가득 찬 백수다. 어느날 그는 우연히 같이 사는 친구 녀석이 일하는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게 되면서, 가짜 선생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은 어려도 한참 어린 그가 맡아야 될 학생들을 만나면서 터지게 된다.
나는 웹진에 글을 쓰는 일을 함과 동시에 실용음악과 입시반 학생들의 조교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한 지 반 년을 훌쩍 넘긴 지금 돌이켜보면, 학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자질구레한 일이 많아 고된 적도 있었지만, 매번 나의 마음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주었던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였다. 하루 종일 학교 공부 하느라 지친 그 작은 어깨에 무거운 기타나 베이스를 메고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음악을 향해 달리는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영화에서 ‘미스터 슈니블리’라는 친구의 이름으로 대리 선생으로써의 인생을 살게 된 듀이는, 단순히 그토록 염원했던 락 밴드를 구성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주고, 락 음악의 역사를 가르치며, 락 음악의 정신을 몸소 보여준다. 성적을 매기는 프로젝트라는 그의 거짓말은 잘못됐다쳐도,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을 향한 애정을 추스르고 돌아서면,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낑낑대며 연습하는 아이들에게서 하나같이 ‘대학’이라는 목표만 보이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용 음악을 하려는 그들이 하나같이 원하는 대학은 단 하나뿐이고, 가고 싶은 이유를 물어봐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영화과에 이어 돈 되는 학문이 되어버린 실용음악과는 전국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선진국보다 ‘실용음악과 공화국’으로써 인력 과잉 공급을 양산해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우울하다. 그 많은 아이들이 음악을 하겠다고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각자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고 공간이 부족하다. 막연하게 그저 음악을 위해 달려왔는데 휑한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부지런히 12년을 공부하고 유수한 대학을 졸업했으나, 막상 사회로 나왔을 때 자신의 역할을 갖고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들과 다를 바 없다. 실용음악과를 나온다고 전부가 음악을 하며 스스로가 원했던 만큼의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스쿨 오브 락’을 보지 못했다면 한 번 쯤 보고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를 권한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미덕이란 이렇다. 미스터 슈니블리는 대략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맡을 수 있는 분야를 준다. 그리하여 ‘스쿨 오브 락’에서는 밴드 뿐 만 아니라 의상 디자이너가 있으며, 멋지게 조명을 쏘아대며 무대를 돋보이게 해 주는 아트 디렉터도 있다. 또한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밴드 매니저까지. 그들은 직접적으로 무대에 서지는 않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 밴드를 빛나게 해 주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심벌즈를 치던 개구쟁이는 드럼을 통해 자신만의 품세를 만들어가며, 기타 치는 수줍은 꼬마는 전설적인 기타 플레이어나 밴드 들을 연구하며 록의 정신을 배워간다. 동양계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멋지지 않다고 여겼던 소년은 키보드 앞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나는 그들이 음악을 하면서 자신이 어떠한 즐거움을 느끼며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다양한 음악을 듣고 서로의 연주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음악으로 이끌게 한 아티스트의 삶을 엿보길 바란다. 또한 어른들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믿고 움직일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는 단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만 많은 것이 아닌, 다양한 음악과 생각을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아티스트들로 가득했으면 한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나는 웹진에 글을 쓰는 일을 함과 동시에 실용음악과 입시반 학생들의 조교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한 지 반 년을 훌쩍 넘긴 지금 돌이켜보면, 학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자질구레한 일이 많아 고된 적도 있었지만, 매번 나의 마음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주었던 것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였다. 하루 종일 학교 공부 하느라 지친 그 작은 어깨에 무거운 기타나 베이스를 메고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음악을 향해 달리는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영화에서 ‘미스터 슈니블리’라는 친구의 이름으로 대리 선생으로써의 인생을 살게 된 듀이는, 단순히 그토록 염원했던 락 밴드를 구성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주고, 락 음악의 역사를 가르치며, 락 음악의 정신을 몸소 보여준다. 성적을 매기는 프로젝트라는 그의 거짓말은 잘못됐다쳐도,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을 향한 애정을 추스르고 돌아서면,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낑낑대며 연습하는 아이들에게서 하나같이 ‘대학’이라는 목표만 보이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용 음악을 하려는 그들이 하나같이 원하는 대학은 단 하나뿐이고, 가고 싶은 이유를 물어봐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영화과에 이어 돈 되는 학문이 되어버린 실용음악과는 전국적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그 어떤 선진국보다 ‘실용음악과 공화국’으로써 인력 과잉 공급을 양산해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우울하다. 그 많은 아이들이 음악을 하겠다고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각자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고 공간이 부족하다. 막연하게 그저 음악을 위해 달려왔는데 휑한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부지런히 12년을 공부하고 유수한 대학을 졸업했으나, 막상 사회로 나왔을 때 자신의 역할을 갖고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들과 다를 바 없다. 실용음악과를 나온다고 전부가 음악을 하며 스스로가 원했던 만큼의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스쿨 오브 락’을 보지 못했다면 한 번 쯤 보고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를 권한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미덕이란 이렇다. 미스터 슈니블리는 대략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맡을 수 있는 분야를 준다. 그리하여 ‘스쿨 오브 락’에서는 밴드 뿐 만 아니라 의상 디자이너가 있으며, 멋지게 조명을 쏘아대며 무대를 돋보이게 해 주는 아트 디렉터도 있다. 또한 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밴드 매니저까지. 그들은 직접적으로 무대에 서지는 않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 밴드를 빛나게 해 주었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심벌즈를 치던 개구쟁이는 드럼을 통해 자신만의 품세를 만들어가며, 기타 치는 수줍은 꼬마는 전설적인 기타 플레이어나 밴드 들을 연구하며 록의 정신을 배워간다. 동양계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멋지지 않다고 여겼던 소년은 키보드 앞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나는 그들이 음악을 하면서 자신이 어떠한 즐거움을 느끼며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다양한 음악을 듣고 서로의 연주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음악으로 이끌게 한 아티스트의 삶을 엿보길 바란다. 또한 어른들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믿고 움직일 수 있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는 단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만 많은 것이 아닌, 다양한 음악과 생각을 가지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아티스트들로 가득했으면 한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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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 소년 [Everyday Trouble]
No More Growing Pains
세상엔 영리한 소년들이 많다. 그 중에서 지금 떠오르는 인물들을 말하자면 천재소년 두기가 있고, 최근에 만난 포크 듀오 ‘재주 소년’도 있다. ‘해파리 소년’도 그들 중 하나다.
해파리 소년의 특징이라면, 음악을 들었을 때 조금 더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같이 느껴지며, 가끔은 이 음악이 저 음악 같고, 저 음악이 이 음악 같은 비주류들의 일탈곡선을 비껴가며 진정 비주류를 위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사운드다. 패기로 넘치는 젊은 예술가의 조그마한 설치 미술처럼 다양한 표현 방식은, 첫 곡인 ‘Infant Song'에서 아기 모빌을 달아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로우 파이와 네오 싸이키델리아(Psychedelia)의 정점에 서 있는 ’그랜대디(Grandaddy)'를 연상시키는 ‘Everyday Trouble'이라든가, ’선웃음‘ 같은 트랙들은 전자음의 대기 속에서 불온하게 떠돈다.
해파리 소년의 정체성은 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그것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는 일렉트로니카의 원조가 있었다. 90년대 얼터너티브로 돌아간 양상을 보여준 ‘돌아가’만 하더라도 별책부록 같은 모험이다.
문득 앨범이 말하는 미니멀리즘을 격세지감으로 착각한다. 예전에만 해도 그저 럭셔리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여겼던 신해철(록)과 윤상(전자음악)같은 거물들이 없이도, 음악은 영리한 한사람에 의해서 재구성되니 말이다. 성장에는 아픔이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참 잘했어요.’ 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알아서 음악 잘 하며 커 온 소년 앞에서.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세상엔 영리한 소년들이 많다. 그 중에서 지금 떠오르는 인물들을 말하자면 천재소년 두기가 있고, 최근에 만난 포크 듀오 ‘재주 소년’도 있다. ‘해파리 소년’도 그들 중 하나다.
해파리 소년의 특징이라면, 음악을 들었을 때 조금 더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같이 느껴지며, 가끔은 이 음악이 저 음악 같고, 저 음악이 이 음악 같은 비주류들의 일탈곡선을 비껴가며 진정 비주류를 위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사운드다. 패기로 넘치는 젊은 예술가의 조그마한 설치 미술처럼 다양한 표현 방식은, 첫 곡인 ‘Infant Song'에서 아기 모빌을 달아놓는 것부터 시작한다. 로우 파이와 네오 싸이키델리아(Psychedelia)의 정점에 서 있는 ’그랜대디(Grandaddy)'를 연상시키는 ‘Everyday Trouble'이라든가, ’선웃음‘ 같은 트랙들은 전자음의 대기 속에서 불온하게 떠돈다.
해파리 소년의 정체성은 록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그것을 자유롭게 하는 데에는 일렉트로니카의 원조가 있었다. 90년대 얼터너티브로 돌아간 양상을 보여준 ‘돌아가’만 하더라도 별책부록 같은 모험이다.
문득 앨범이 말하는 미니멀리즘을 격세지감으로 착각한다. 예전에만 해도 그저 럭셔리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라 여겼던 신해철(록)과 윤상(전자음악)같은 거물들이 없이도, 음악은 영리한 한사람에 의해서 재구성되니 말이다. 성장에는 아픔이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참 잘했어요.’ 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알아서 음악 잘 하며 커 온 소년 앞에서.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The Rebirth [This Journey In] (Import CD)
브랜 뉴 헤비스가 로이 에이어스를 만난다면
언젠가 윈앰프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된 음악 중 심하게 훅을 불어넣어 오로지 그 멜로디만 생각나게 한 그룹이 있었다. 중요한 스케쥴도 머릿속에 생각하면 그만이지 하다 그만 놓치고 마는 이 덜렁이가 라디오를 듣고 바로 곡과 아티스트를 적었다면 그야말로 반한 것인 그들의 이름은 ‘Rebirth’. 니오 소울(Neo Soul)이나 애시드 재즈의 사돈팔촌까지 꿰면서 듣는 매니아라면 알 지도 모르겠으나, 대부분에게 생소한 이 밴드는 그들과 매우 비슷한 성격을 지닌 애시드 재즈 밴드인 ‘Cooly’s Hot Box’의 팬들마저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역시 라이센스로 나왔을 리 무방하다. 그런 와중에 고맙게도 국내에 ‘타일 뮤직’이라는 레이블에서 이 앨범을 수입한 것이 아닌가! 당장 레코드 숍으로 달려가 씨디를 본 순간, 실로 감격의 눈물이 간만에 쏟아졌다.
국외 소울 팬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팀인 Rebirth는, LA 지역 언더그라운드 훵크 유닛인 ‘브렉케스트라(Breakestra)’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던 카를로스(Carlos ‘Losilito’Guaico)가 브랜 뉴 헤비스와 자미로콰이, 소울 투 소울 등의 재즈, 그루브 음악이 차츰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구상한 팀이다. 여기에 친구 백업 보컬로 활동하다 그의 눈에 든 노엘(Noelle Scaggs)이 메인 보컬을 맡음과 동시에 출중한 플레이어들이 모여 팀업을 이뤘다. 드러머인 크리스(Chris‘C-Quest’Taylor)만 하더라도 그의 인척이 6-70년대 당시 훵크 쪽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오하이오 플레이어스(The Ohio Players)를 연상케하는 The New Birth의 멤버였으니 어릴 때부터 쉽게 훵크 뮤직을 접하면서 리듬 감각을 익혔음은 물론이며, 베이스의 그레고리(Gregory ‘Letric Melone)는 커먼 또는 마야 같은 메이저급 뮤지션들과 함께 광고 음악의 세션을 맡기도 했으니 이들의 음악적 배경은 비교적 탄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음악이 자국 내에서가 아닌 영국의 애시드 재즈(레이블 이름)/토킹 라우드 레이블의 젊은 사장인 질스 피터슨(Gilles Peterson)과 곧 한국에서도 내한 공연을 가질, DJ계의 대부인 노먼 제이(Norman Jay)의 눈에 띄어 컴필레이션 작업이나 그들의 앨범에 곡 참여를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는 점이다. 특히 질스 피터슨을 말하자면 영국의 베리 고디(Berry Gordy, 미국 모타운 레코드 사장)로 불릴 만큼 소울과 훵크에 훤한 사람이고, 실제로 그의 애시드 재즈 레이블 출신 뮤지션만 해도 브랜 뉴 헤비스, 자미로콰이 등을 꼽을 수 있으니 그의 선견지명이 택한 리버쓰의 음악은 더더욱 설득력 있게 귀를 잡아 끈다.
소설로 치자면 이제 막 첫 번째 챕터를 시작했다고 밝히는 그들의 데뷔작 [This Journey In]이 2005년 작임을 생각하면 꽤 늦은 시작이지만, 새로운 밴드를 발견한 기쁨과 동시에그간 맛보지 못했던 안정감 넘치는 연주와 보컬이 어우러진 편안한 그루브를 들려주는 밴드의 원숙한 솜씨가 늦은 빛을 보게 된 것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게 된다. 가사 한 소절마다 삶의 이면을 드러내려는 진심 어린 가사는 단순히 ‘리듬 파트’에만 치중하는 일회용 감상을 자제하게 한다. 이럴 때 브랜 뉴 헤비스가 내한 공연은 했을 당시 그네들의 간판 스타인 싸이 스미스를 데려오지 않은 것에서 팬들의 원망을 산 것과 마찬가지로 목소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마일드 커피처럼 기교 없는 부드러움과 그루브를 휘파람처럼날리는 보컬리스트 노엘의 역량이 아니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운드와 가사 전달력이이 앨범을 최고로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노엘의얼굴을 둘러싼 멤버들의 모습에서 그녀를 하나의 ‘중심’으로 만드는 재킷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몽환적인 인트로 ‘This Journey In’을 시작으로 달콤한 멜로디와 훵키한 베이스 라인을 지닌 ‘Stray Away’, 느리지만 부드럽게 남녀 보컬의 조화를 타고 내려가는 ‘Mark of His Ways’, 보사노바의 바운스와 디스코를 착용했지만 이질감을 주지 않는 그루브 ‘Taking Me Down’등 어느 한 곡 버릴게 없는 이들의 데뷔작을 통해 우리는 아득한 70년대의 소울과 애시드 재즈의 열풍이 일던 90년대의 세련되고 싶었던 한 때를 돌아볼 수 있다. 브랜 뉴 헤비스와 로이 에이어스가 만난다면 아마 리버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심심치 않게 하면서.
안현선
jjorang2@gmail.com
Broken Pearl EP
블루 바톤 뿐만 아니라, 레코드 샵을 둘러보면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국내 인디 음악 앨범들을 만나며 이제서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들의 음악을 들으며 살게 되었다는 실감을 한다. 장르에는 다양성이 꾀해지고, 다른 것을 좇는 감수성이 풍부한 청자들의 입맛은 당당해지고 다들 익숙해지고 있다. 이런 시류가 한창인데 겉보기에 전혀 새로워 보이지 않은 밴드에게서 새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음악 팬인 당신은 귀를 기울일 수 있겠는가?
포스트 모던락을 추구하는 '브로큰 펄'에게서는 '자우림'의 냄새가 난다. 우선 그 이유는 보컬 '손민정'의 목소리는 언듯 '김윤아'를 닮아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얇게 들리지 않는다. 무언가 '한'을 갖고 있는 듯한 내면의 음성은 피오나 애플의 절제 될 듯, 그러다 강하게 내뿜는 카리스마에 더 가깝다. 비록 그녀가 피오나를 따라한 것은 아니지만 감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2번 트랙 '수선화 (水仙花)' 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노래가 아닌 '아쟁'이 내뿜는 잡초같은 정서였다.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2번 트랙을 듣고 나면 나머지 트랙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는 점인데, 개인적으로 '브로큰 펄'의 음악적 토대를 모던 락에만 한정하지 않고 멜로디와 연주 등 많은 모험을 한다면 그들의 바램대로 깨어진 조각은 스스로를 부숴버릴 만큼 열정을 무한대로 발산할 수 있을 것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포스트 모던락을 추구하는 '브로큰 펄'에게서는 '자우림'의 냄새가 난다. 우선 그 이유는 보컬 '손민정'의 목소리는 언듯 '김윤아'를 닮아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얇게 들리지 않는다. 무언가 '한'을 갖고 있는 듯한 내면의 음성은 피오나 애플의 절제 될 듯, 그러다 강하게 내뿜는 카리스마에 더 가깝다. 비록 그녀가 피오나를 따라한 것은 아니지만 감히 아름답다고 말하는 2번 트랙 '수선화 (水仙花)' 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노래가 아닌 '아쟁'이 내뿜는 잡초같은 정서였다.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2번 트랙을 듣고 나면 나머지 트랙이 단조롭게 느껴진다는 점인데, 개인적으로 '브로큰 펄'의 음악적 토대를 모던 락에만 한정하지 않고 멜로디와 연주 등 많은 모험을 한다면 그들의 바램대로 깨어진 조각은 스스로를 부숴버릴 만큼 열정을 무한대로 발산할 수 있을 것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DS Connexion(디에스 커넥션) 1집 [DS Connexion]
요즘 음악을 들으면서 가장 즐거운 일은 들을 만한 국내 힙합 반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홍대에서 알만한 힙합 클럽 등지를 누비며 라이브를 해 왔던 디에스 커넥션도 그 중 하나다. 2호선 당산역이 멤버들의 운집역이라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는 이들의 앨범은 '라이브 인 스튜디오'라고 붙여도 좋을 만큼 그 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표현해냈다.
우선 디에스 커넥션의 데뷔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메인이 따로 있지 않고 전반적으로 함께하는 세 명의 MC가 척척 죽이 잘 맞아 최상의 호흡을 이루어 낸다는 점이다. 각각의 멤버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양새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힘 하나들이지 않고 신나게 놀아도 다양한 샘플링을 사용함으로써 음악적인 부분에서 어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예를 들면 클럽에서 가장 애청된다는 '에프릭타파토라표차'를 들어보면 인트로에 ‘자코 패스트리우스’의 'Come on, Come Over'를 넣음으로써 펑크(Funk)의 느낌을 실었고, ‘윈튼 마살리스’의 '모 베터 블루스'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사랑에 관한 랩을 읊기도 한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쪽에서 명망 있는 힙합 뮤지션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스피디한 래핑을 구사하는 아웃사이더 외에도 Brown Sugar, Dragon AT 등이 그들의 팀워크를 단단하게 엮어주는데 한 몫 한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멤버들 간의 호흡과 실력에 비해 앨범의 구성은 평이하다. 전체적인 앨범의 컨셉과 이어지는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한시름 덜고 머리를 식히기엔 좋지만 음악을 전해 받는 청자와 아티스트가 교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Especially When [The Great Depression] / 앨범 소개글
Especially When을 소개하기 위해선 우선 이 밴드의 창시자(?) 격인 김경모의 소개부터 필요할 듯 하다. 콕토 트윈스와 라이드 등을 좋아하던 그는 모소모 초기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델리스파이스 김민규의 당시 신생 레이블, 문라이즈의 컴필레이션 두 장에 참여하여 각각 클레어(Clare)와 슬리브스(Sleeves)라는 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Especially When은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게 된다. 2002년 김경모, 퓨어디지탈사일런스의 드러머인 정은주와 베이시스트 성유진의 라인업으로 잠시 활동한 뒤, 2003년 정은주는 팀을 떠나게 되고, 같은 해 여름 그들은 첫 번째 EP를 녹음하기 시작한다. 챔피언스의 양용준이 프로듀싱을 맡고 코스모스의 정우민이 세션으로 참여한 이브닝 에어(The Evening Air) EP는 2003년 9월 소량으로 배포되었다. 한동안 공석으로 있던 드러머의 자리를 2004년 이용범이 채우게 되고 그들은 곧바로 두 번째 EP를 준비한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동료 밴드인 코스모스, 챔피언스, 줄리아하트와 함께 사용하게 되는 석기시대 스튜디오가 생겼고, 그 곳에서 또 다시 챔피언스의 양용준이 프로듀서로, 코스모스의 김상혁이 엔지니어로, 줄리아하트의 정바비와 코스모스의 정우민이 세션으로 참여, 녹음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약 3개월에 걸쳐 두 번째 이피를 완성하고 'The Great Depression' 이라 이름 짓는다.
이 앨범은 총 다섯 곡이 수록되었으며, 노이즈캣과 마찬가지로 전곡이 영어 가사로 이루어져있어 한 곡 한 곡 마다의 분위기를 크게 살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어쿠스틱을 지향하나, blur의 '13' 같은 앨범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실험적이고 나른한 싸운드가 비슷하다. 또한 그가 영향 받은 콕토 트윈스와 라이드의 분위기와 비슷한 영국의 모던락 밴드들 - Catherine Wheel, Curve - 과 많이 닮아있다. 영국의 흐린 날씨와 분위기를 좋아하는 음악팬 들이라면 분명 Especially when은 그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이후 Especially When은 많은 우여곡절을 거치게 된다. 2002년 김경모, 퓨어디지탈사일런스의 드러머인 정은주와 베이시스트 성유진의 라인업으로 잠시 활동한 뒤, 2003년 정은주는 팀을 떠나게 되고, 같은 해 여름 그들은 첫 번째 EP를 녹음하기 시작한다. 챔피언스의 양용준이 프로듀싱을 맡고 코스모스의 정우민이 세션으로 참여한 이브닝 에어(The Evening Air) EP는 2003년 9월 소량으로 배포되었다. 한동안 공석으로 있던 드러머의 자리를 2004년 이용범이 채우게 되고 그들은 곧바로 두 번째 EP를 준비한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동료 밴드인 코스모스, 챔피언스, 줄리아하트와 함께 사용하게 되는 석기시대 스튜디오가 생겼고, 그 곳에서 또 다시 챔피언스의 양용준이 프로듀서로, 코스모스의 김상혁이 엔지니어로, 줄리아하트의 정바비와 코스모스의 정우민이 세션으로 참여, 녹음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약 3개월에 걸쳐 두 번째 이피를 완성하고 'The Great Depression' 이라 이름 짓는다.
이 앨범은 총 다섯 곡이 수록되었으며, 노이즈캣과 마찬가지로 전곡이 영어 가사로 이루어져있어 한 곡 한 곡 마다의 분위기를 크게 살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어쿠스틱을 지향하나, blur의 '13' 같은 앨범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실험적이고 나른한 싸운드가 비슷하다. 또한 그가 영향 받은 콕토 트윈스와 라이드의 분위기와 비슷한 영국의 모던락 밴드들 - Catherine Wheel, Curve - 과 많이 닮아있다. 영국의 흐린 날씨와 분위기를 좋아하는 음악팬 들이라면 분명 Especially when은 그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DYE [Closedtrance]
눈썹이 없는 여성의 이미지란 내겐 다소 무서운 기억으로 있다. 츠카모토 신야의 영화인 ‘쌍생아’에서 보았던 기모노를 입은, 새하얀 분장에 덮여진 살결과 눈썹없는 주인공의 얼굴이 며칠동안 꿈에 잔존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정형화된 모습들만 접하고 살다보니 느꼈던 생경한 공포였을까.
그녀의 외형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이‘의 앨범 커버 속 ’다이‘의 눈썹은 실오라기 하나 없이, 그렇게 텅 비어버린 이마엔 미간조차 없이 살갑지 않은 일렉트로니카가 다섯곡만 실리고는 어느덧 갑자기 끝나버린다. 마치 히든 트랙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지만 이내 아쉬움을 삼키며 첫 번째 트랙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Bjork‘의 난장을 닮았다기엔 차분하고, ’Portishead‘의 진보적 어두움을 닮았다기엔 추상화가 아닌 초상화처럼 좀 더 원근감이 생기는 ’다이‘의 몽환은 차라리 ’Mandalay'의 기쁨과 슬픔을 닮았다. 아쉬운 것은, 러닝타임 내내 너무 뽕(?) 맞은 느낌이라(물론 그 느낌을 체험한 적은 없지만!) 밝은 날에도 우비를 입고 돌아다녀야 할 듯 싶다는 거다. 하지만 아무렴, 죽어가는(die)공포보단 물들어가는(dye) 공포가 낫지 않겠는가?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그녀의 외형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이‘의 앨범 커버 속 ’다이‘의 눈썹은 실오라기 하나 없이, 그렇게 텅 비어버린 이마엔 미간조차 없이 살갑지 않은 일렉트로니카가 다섯곡만 실리고는 어느덧 갑자기 끝나버린다. 마치 히든 트랙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지만 이내 아쉬움을 삼키며 첫 번째 트랙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Bjork‘의 난장을 닮았다기엔 차분하고, ’Portishead‘의 진보적 어두움을 닮았다기엔 추상화가 아닌 초상화처럼 좀 더 원근감이 생기는 ’다이‘의 몽환은 차라리 ’Mandalay'의 기쁨과 슬픔을 닮았다. 아쉬운 것은, 러닝타임 내내 너무 뽕(?) 맞은 느낌이라(물론 그 느낌을 체험한 적은 없지만!) 밝은 날에도 우비를 입고 돌아다녀야 할 듯 싶다는 거다. 하지만 아무렴, 죽어가는(die)공포보단 물들어가는(dye) 공포가 낫지 않겠는가?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Maximilian Hecker [Help me] (싱글) / 앨범 소개글
이 독일 청년의 감수성을 반증하듯 지난 해 국내 내한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우리나라 음악 청년들의 뇌리 속에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그의 새 앨범 'Lady Sleep'이 선보이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한정 제작된 싱글 앨범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앨범의 첫 번째 싱글곡 Help Me를 비롯해 니나 수잔나 린느가 부른 1집 [Infinite Love Songs]의 인기곡 중 하나인 The Days And Filled With Pain, 앨범 미수록 신곡 Sleepy Lad, 그리고 맥시밀리언 해커의 1집, 3집의 커버 디자인을 맡았으며 비디오 아티스트, 사진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Liisa Lounial의 뮤직 비디오가 포함된 이번 싱글을 통해 우리는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더욱더 성숙해진 젊은 날의 영혼을 잠시나마 엿보게 된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새 앨범의 첫 번째 싱글곡 Help Me를 비롯해 니나 수잔나 린느가 부른 1집 [Infinite Love Songs]의 인기곡 중 하나인 The Days And Filled With Pain, 앨범 미수록 신곡 Sleepy Lad, 그리고 맥시밀리언 해커의 1집, 3집의 커버 디자인을 맡았으며 비디오 아티스트, 사진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Liisa Lounial의 뮤직 비디오가 포함된 이번 싱글을 통해 우리는 기나긴 여행을 마치고 더욱더 성숙해진 젊은 날의 영혼을 잠시나마 엿보게 된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싸지타(Sagitta) [Hello World]
처음 이 앨범의 표지를 봤을 때 소름이 돋았다. 내게 있어 그 사진은 무서웠다. 누워 있는 소녀를 에워싼 들풀, 알 수 없이 구부러진 새빨간 글씨가 내 어린 시절에 있어 아주 겁에 질렸던 순간을 이미지화 한 것 같았다. 코코어의 리더 이우성씨의 말에 따르자면, '요즘엔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들을 만한 노래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조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보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싸지타의 음악은 세상이 변하고 우리도 변하면서 멍들어진 순수에 대한 달콤 쌉싸름한 장송곡 같다.
특히 '남극의 밤' 뮤직 비디오를 보면 영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와 매우 흡사한 화면에 한 남자가 칼을 쥐고 어디론가 불안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들고 찍기로 표현하는데,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는 모호한 상황을 연출한다. 하지만 모든 영화든, 음악이든 개개인에 따라 시각은 다를 수 있으니 필자의 리뷰가 그들의 음악을 접하는 청자들로 하여금 공포감 조성을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어떤 이는 그다지 덥지도, 무료하지도 않은 초저녁 여름의 사수자리를 바라보는 영희와 철수를 상상하며 이 담백하기 그지없는 사운드에 흠뻑 빠져 있을 테니 말이다.
간만에 영화의 감수성까지 충족되는 앨범이 나온 기쁨에 횡설수설 하고 말았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Misty Blue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예뻐서 슬깃 한 번 더 열게되는 앨범 커버 만큼이나 알콩달콩 아기자기 소곤소곤. 미사여구를 붙이고 싶은 음악의 일등공신은 보컬이자 작사가인 정은수씨다. 편안한 음색과 어쿠스틱에 가까운 모던락 사운드는 무덤덤하게 유행을 따르지 않은 그들만의 미덕이다.
그러나 친절한 은수씨의 미덕은 밴드에게 힘을 쓰지 못한다. 바랜 노트를 꺼내보는 느낌은 거기까지일 뿐, 멜로디를 들었을 때 울컥일 수 있을 법도 한 추억을 부르는 힘도 없다. 문득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음악을 듣고서 스웨터(Sweater)를 떠올렸다. 그들이 비록 보사노바를 하든, 멋대로 라운지스럽든, 모던락의 감수성에서 비껴가지 않은 외도에서 스웨터는 스웨터였다.
감수성에 좀 더 의존하여 지껄인다면, 이제 막 짜여지기 시작한 스웨터가 완성될 때쯤에는 진짜 미스티 블루 색이 나왔으면 좋겠다. 편안한 음악도 좋지만, 그저 편안함에 머무르다 청자들은 넋 놓고 잠들어 버릴지 모를테니까.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젠틀 레인(Gentle Rain) [Into The Gentle Rain]
덜 짜여진 이성(理性)은 아름답다. 한 올 한 올,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스웨터에 이따금씩 매듭이 미완성된 모습. 그러나 포근해서 자꾸만 찾게 되는 한 겨울의 옷. 젠틀 레인의 치밀하고 세심한 연주에는 가공되지 않을 장인의 정신과, 스웨터 같은 인간미가 녹아있다.
총 열두 트랙이 담겨져 있는 이 ‘말끔한’ 씨디를 재생시키면 우리는 편안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늦겨울의 아련함과 사색을 즐기게 된다. 피아노의 또렷한 선율 속에 감기는 베이스와 드럼의 묵묵한 제스쳐, 세월의 영민함 속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이끌리듯, 허나 이끌리지 않는 낮은 톤의 보컬. 이들의 솔직한 앙상블은 청자의 고요 속에 달콤한 비를 내려준다.
수많은 재즈 평론가들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한 서정성만큼은 조지 제나(George Genna, 미국의 피아니스트) 트리오를 닮아있다. 젠틀 레인의 경우라면, 순수 토종들의 마음을 간파하고 거기에 세련미까지 더 했으니 국내 재즈 팬들이라면 기꺼이 이들의 음악을 환영하겠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라이너스 담요 [Labor In Vain]
라이너스의 담요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데, '귀엽거나 미치거나' 둘 중 하나에서 선택의 여지도 없이 그들은 미치도록 귀엽다는 것이다. 보컬 왕연진의 속삭임은 노래하지 않고 들려주는 것에 가깝게 편안함을 준다. 스웨덴 출신의 스티나 노덴스탬(Stina Nordenstam / 디카프리오의 출연작 '로미오와 줄리엣'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바 있다)처럼 몽상에 잠겨 있는 소녀 같다가도, 카디건스(Cardigans)의 니나 페르손(Nina Persson)처럼 장난끼가 배어나온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소리가 나오면 음표나 쉼표가 그려지고, 어떤 악기에 붙든 죽이 잘 맞아서 감각적인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라이너스의 매력이다.
자잘하게 네 곡이 들어간 이번 EP에서는, 영화 '연애의 목적' 예고편에도 삽입이 되어서 귀에 익숙할 'Walk'가 삽입되어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싱글컷트된 'Labor in Vain'는 앞으로 더 많은 따스한 사운드를 들려줄 라이너스만의 예고편이다. 살금살금 다가오는 기타 플레이와 Reprise된 또 다른 버젼의 'Labor in Vain'에서의 코러스는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느낌의 다른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부들부들한 담요처럼 귓가에 다가온다.
'우리 같이 덮고 얘기나 나눌까?'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Funky Station [Funky Station]
왜 아직도 재즈와 펑크는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어 있는걸까? 애씨드 재즈가 될 수도 있고, 펑크(funk) 락이 될 수도 있는 이 재즈와 펑크를 하나로 묶어 재지 펑키 그루비로 느낌은 간직하고 즐겨보는 거다. 그리고 당장 레코드 가게에 달려가 펑키 스테이션 씨디를 잽싸게 들고서 움직이는 거다. 이 기분 좋은 상상이 그저 상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펑키 스테이션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흑인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펑크 음악을 추구하는 국내 뮤지션들의 깔끔한 파티다.
정통 펑크를 구사하는 첫 번째 트랙은 한상원의 노련미가 단연 빼어나다. 이미 클럽 공연을 통해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젊은 Earls의 발랄하고 힘이 넘치는 진행도 좋고, 포플레이를 너무 좋아하여 'Teamplay' 라는 그들의 연주는 고급스러우며,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선글래스의 보컬과 코러스는 자칫 보컬에서 힘을 잃기 쉬운 컨템포러리 재즈를 정공법으로 찌른다.
그러나 조금만 더 물씬 넘치는 펑키함이 아쉬운 것은 나머지 대부분의 곡들은 굉장히 Smooth해서 듣기는 편하지만, 리드미컬한 연주를 기대한 팬들에게는 Funky 보다는 Jazzy에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겠다. 그래도 난 산다. 이 앨범.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정통 펑크를 구사하는 첫 번째 트랙은 한상원의 노련미가 단연 빼어나다. 이미 클럽 공연을 통해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젊은 Earls의 발랄하고 힘이 넘치는 진행도 좋고, 포플레이를 너무 좋아하여 'Teamplay' 라는 그들의 연주는 고급스러우며,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선글래스의 보컬과 코러스는 자칫 보컬에서 힘을 잃기 쉬운 컨템포러리 재즈를 정공법으로 찌른다.
그러나 조금만 더 물씬 넘치는 펑키함이 아쉬운 것은 나머지 대부분의 곡들은 굉장히 Smooth해서 듣기는 편하지만, 리드미컬한 연주를 기대한 팬들에게는 Funky 보다는 Jazzy에 가까운 느낌을 줄 수 있겠다. 그래도 난 산다. 이 앨범.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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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캣 (Noisecat) [Chiswick Reach]
어쩐지 사운드의 질감은 미국의 인디 락밴드인 'Grandaddy'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과의 차이점은 확연하다. 우선 단순한 악기 편성으로 담백하지만 결코 가벼워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무게의 음악을 하지 않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적당함은 때로는 옛 음악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가사는 전곡이 영어로 쓰여졌고, 그중에 무의미 할 수도, 각각 다르게 해석 될 수도 있는 단어들(The seven hills, Snakes, The narrow pond, A frame etc.. )을 여러 곡에 다중 배치했다. 이는 곡들 간에 연관성과 멀티적 효과, 그리고 노이즈캣이 직접 작업한 쟈켓 꼴라쥬의 이미지와 일관성을 주기 위함이다. 앨범 타이틀인 'CHISWICK REACH'는 영국에서 믹싱세션 때 사용한 오래된 스튜디오 장비인 "chiswick reach stereo valve compressor"와 노이즈캣이 한동안 지냈었고, 이번 앨범 내용에 배경이 된 런던의 한 거리 이름인 'Chiswick High Road'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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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 싱글 데이 [Every Single Day] / 앨범 소개글
밝은 싸운드의 모던락 스타일 음악을 지향해온 '에브리 싱글 데이'의 새 앨범이 12월 첫 주 발매 되었다. 이번 앨범에서 주목할 만한 특이 사항이라면, '네 멋대로 해라', '다모', '아일랜드'같은 매니아적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드라마의 사운드트랙 제작사인 '노랑잠수함(태진미디어계열사)'의 자체 제작 1호 음반이라는 것과, '본 조비'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지미 핸드릭스''밥 딜런' 등으로 유명한 스털링 사운드 사단의 수석 엔지니어 'UE Nastasi'가 마스터링을 맡았다는 것이다.
총 3장의 앨범과 미니 싱글까지 발표했던 에브리 싱글데이는, 8년의 음악 생활이 말해주듯 국내 모던락 팬들에게 있어서 친숙한 이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제목을 신인 뮤지션이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 타이틀을 달 듯 밴드명 자체를 앨범타이틀로 한 것은 그 동안 너무나 열악한 제작여건으로 인하여 사운드를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예전의 기억을 지우고, 최고의 제작팀과 함께 한 이번 앨범을 에브리싱글데이의 새로운 시작으로 알리겠다는 의미심장한 각오이다.
"사회적 큰 문제점과 이슈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안고 있는 고민과 희망 등과 같은 좀 더 진솔하고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들을 노래하고 싶다." 라고 말한 에브리 싱글 데이의 이번 앨범 역시 그들이 갖고 있는 밝고 경쾌한 사운드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으면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세션으로는 고경천(강산에, 윤도현 밴드 등), 피아, 레이니 썬, 올라이즈 밴드, 스키조 등이 참여해 팬들에게 음악적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총 3장의 앨범과 미니 싱글까지 발표했던 에브리 싱글데이는, 8년의 음악 생활이 말해주듯 국내 모던락 팬들에게 있어서 친숙한 이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제목을 신인 뮤지션이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 타이틀을 달 듯 밴드명 자체를 앨범타이틀로 한 것은 그 동안 너무나 열악한 제작여건으로 인하여 사운드를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예전의 기억을 지우고, 최고의 제작팀과 함께 한 이번 앨범을 에브리싱글데이의 새로운 시작으로 알리겠다는 의미심장한 각오이다.
"사회적 큰 문제점과 이슈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안고 있는 고민과 희망 등과 같은 좀 더 진솔하고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들을 노래하고 싶다." 라고 말한 에브리 싱글 데이의 이번 앨범 역시 그들이 갖고 있는 밝고 경쾌한 사운드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으면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세션으로는 고경천(강산에, 윤도현 밴드 등), 피아, 레이니 썬, 올라이즈 밴드, 스키조 등이 참여해 팬들에게 음악적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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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망원경 [하늘을 보며]
이 앨범을 들으면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새삼스럽게 이른 아침 맑은 하늘을 물끄러미 보고 싶어지고, 하다못해 가까운 교외라도 뜬금없이 다녀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하물며 늦은 밤이 다가오면 소리 없이 할로겐 등을 켜놓고 사색에 잠기고도 싶다. 음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감흥은 그 어떤 것보다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던지며 크게 다가온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 심상으로 때로는 인생을 돌아보고, 부끄러웠던 자아를 씻어내기도 한다. 음악에 대한 소중함과 나아가서 지친 삶에 위로가 되어준 이 인간미 넘치는 '하늘을 보며'를 살포시 소장해야겠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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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The Egoist]
굳이 말하자면 포크 싱어송라이터, 감히 말하자면 음유시인이다. 언뜻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라디오 아침 방송의 로고송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스테레오타입처럼 들리나, 정제되지 않은 평화 앞에서 마음껏 불러제끼는 그녀만의 창법은 그녀의 숨소리를 찬찬히 따라가면 알게 된다. 음악은 그녀 앞에서 하나의 소통 도구로 쓰인다. 음악은 연극 무대 앞에 서 있는 그녀의 BGM이 되고, 관객들 앞에서 '즐겁고 권태로와' 라고 반복함과 동시에 불일치의 조화는 마치 필수 불가결처럼 우리들의 아이러니한 인생을 놓고 '웃어도 웃는것 같지 않는' 삶과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는 울음' 처럼 다가온다.
기타 연주를 전혀 감싸지 못하고 겉도는 신디싸이저는 80년대의 베스트 극장 또는 드라마 게임 한 편을 보는 것만 같은 찌릿한 향수를 안겨주면서 세상은 하나의 스튜디오 세트처럼 좁아보인다. 당신의 자아는 그런 삶에 '아이 따분해 아이 지겨워' 라며 고해성사한다. 적어도 그녀의 세상으로 초대된 이라면 말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기타 연주를 전혀 감싸지 못하고 겉도는 신디싸이저는 80년대의 베스트 극장 또는 드라마 게임 한 편을 보는 것만 같은 찌릿한 향수를 안겨주면서 세상은 하나의 스튜디오 세트처럼 좁아보인다. 당신의 자아는 그런 삶에 '아이 따분해 아이 지겨워' 라며 고해성사한다. 적어도 그녀의 세상으로 초대된 이라면 말이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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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aky [Melody Maker]
'freaky'의 사전적 의미를 짚어보면, 비정상적이거나 매우 특이한 사람을 놓고 말한다. 그래서 이 밴드의 이름만 놓고 봤을 땐 비트가 강한 음악을 구사할거라 생각했으나 앨범의 재킷은 청명한 하늘에 담겨진 햇살 아래로 푸른 잎사귀가 지저귄다. 다소 언밸런스한 구성인 이들의 앨범을 꺼내어 재생시키자 이지 리스닝을 표방했다는 문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총 아홉 곡이 담겨진 이들의 데뷔작은 무난하고 듣기 쉽다. 연주 기법이나 기타 톤은 영국 모던락 밴드들에게서 많이 듣던 흔적이 묻어나는데, 모든 곡이 다 지나간 후에는, 스웨덴의 pop-rock을 해 온 Wannadies(영화 'Romeo+Juliet' 에서 'You and me song' 으로 익숙하다)와 비교된다. 경쾌하고 발랄하고 깔끔해서 기존 모던락 팬층을 두텁게 흡수할 수 있을 거라 기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숨은 뮤지션들이 하나 둘씩 나오는 요즘과 그에 익숙한 인디 록 팬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들의 음악을 인디씬으로 분류할 필요없이, 기존 음악 팬들에게서 많이 회자되고 청취된다면 록이라는 장르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일종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총 아홉 곡이 담겨진 이들의 데뷔작은 무난하고 듣기 쉽다. 연주 기법이나 기타 톤은 영국 모던락 밴드들에게서 많이 듣던 흔적이 묻어나는데, 모든 곡이 다 지나간 후에는, 스웨덴의 pop-rock을 해 온 Wannadies(영화 'Romeo+Juliet' 에서 'You and me song' 으로 익숙하다)와 비교된다. 경쾌하고 발랄하고 깔끔해서 기존 모던락 팬층을 두텁게 흡수할 수 있을 거라 기대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숨은 뮤지션들이 하나 둘씩 나오는 요즘과 그에 익숙한 인디 록 팬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들의 음악을 인디씬으로 분류할 필요없이, 기존 음악 팬들에게서 많이 회자되고 청취된다면 록이라는 장르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일종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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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롭!(Elope!) [Elope! People]
대중 음악계, 그 중에서도 한 장르 내에서 나름대로 개척자 정도의 위치를 지닌 밴드 또는 솔로 뮤지션들은 몇몇 있기 마련이다. 이 파이오니어들이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으로 나누자면, 전자는 그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줌으로써 안정된 틀을 가지고 더 새로운 음악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긍정성이나, 후자로는 같은 장르 안에서 음악을 하면서도 선배와 어쩔 수 없이 비교 당하게 되는 난감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그루브와 전자 사운드를 중시하는 밴드인 경우, 비교 대상이 대략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롭은 어느 특정인을 두고 비슷하기 보단, 이해를 돕기 위해 굳이 비유한다면 노르웨이산 스무드 애시드 재즈인 디사운드의 부드러움과 캐스커의 즐거운 일렉트로니카를 닮았다. 몇몇 곡들은 그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인트로로 쓰인 ‘Eager to Elope!', 타이틀곡인 ’Rain Shine and Fire'가 대표적이다. 가볍게 몸을 흔들어도 좋은 발랄한 비트와 자꾸만 따라 부르고 싶어지는 코러스가 매력적인 ‘Loveride', 소울사이어티를 연상시키는 허스키한 보컬의 음색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 ’Soulful'. 그러나 여기까지만 좋고 다음부터가 문제다. 이어지는 트랙들 모두가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요즘 장르들을 억척스럽게 끌고 가려다 그동안 귀에 착착 감겨왔던 멜로디들조차 겉돌게 되는 아쉬움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디사운드 내한공연의 오프닝을 맡았던 만큼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는 일롭에게 앞으로 우리가 기대하고 싶은 부분은 ‘일관성’이다. 한 우물만 잘 파면서도 나름대로의 색을 잃지 않아 승승장구하는 롤러코스터처럼, 그들 또한 점점 더 복잡해지는 현대 음악 속에서 살아남는 파이오니어가 되었으면 한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Sixteen [Fine]
도나스와 놀쥰의 아기자기한 난장
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해도 될 이야기인지는 의문이지만, 나는 그 날 맡은 앨범의 리뷰를 쓰기 전에 씨디는 플레이어에 온전히 틀어놓고 헤드폰을 목에 낀 다음, 그녀 혹은 그의 정보를 한 줄이라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서핑을 다닌다. 가까이 대지 않아도 마치 다락방에 켜 놓은 라디오의 볼륨을 줄인 것 마냥 들려오는 '식스틴'의 음악과, 그들의 웹싸이트를 통해 알게 된 도나스와 놀쥰(밴드 멤버들의 개인 게시판이고, 꾸밈없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다!)의 수다조각은 어찌나 앙상블 스러운지. 그런 일련의 작업(?)을 거치고 제대로 헤드폰을 낀 채 듣는 '식스틴'의 두 번째 앨범 'Fine'은 그들의 이름처럼 순진무구하다. 열여섯에도 고민했을 법한 자잘한 감정의 거리낌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리운 일련의 기억으로 다분한 모던락이 되었다. 하지만 듣는 이도 편하게 그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 같은 음악은 장르 구분 말고 자주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족을 좀 더 붙이자면, 'Painting my sunshine'에서 최도원씨의 목소리는 정말 Donna Lewis(그녀는 예전 빌보드에서 'I love you always forever' 라는 싱글로 오랫동안 1위에 머문적이 있다.)와 비슷하다. '한국의 랍 토마스, 윤도현. 미국에 티나 터너가 있다면 한국엔 인순이' 이런 느낌의 비교는 아니라, 포스트 도나의 음성이 장단조, 발랄우울을 막론하고 예쁜 조화를 일궈냄을 강조함이다.
안현선
joeygottheblues@yahoo.com
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해도 될 이야기인지는 의문이지만, 나는 그 날 맡은 앨범의 리뷰를 쓰기 전에 씨디는 플레이어에 온전히 틀어놓고 헤드폰을 목에 낀 다음, 그녀 혹은 그의 정보를 한 줄이라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서핑을 다닌다. 가까이 대지 않아도 마치 다락방에 켜 놓은 라디오의 볼륨을 줄인 것 마냥 들려오는 '식스틴'의 음악과, 그들의 웹싸이트를 통해 알게 된 도나스와 놀쥰(밴드 멤버들의 개인 게시판이고, 꾸밈없는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다!)의 수다조각은 어찌나 앙상블 스러운지. 그런 일련의 작업(?)을 거치고 제대로 헤드폰을 낀 채 듣는 '식스틴'의 두 번째 앨범 'Fine'은 그들의 이름처럼 순진무구하다. 열여섯에도 고민했을 법한 자잘한 감정의 거리낌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리운 일련의 기억으로 다분한 모던락이 되었다. 하지만 듣는 이도 편하게 그들과 함께 나누는 대화 같은 음악은 장르 구분 말고 자주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족을 좀 더 붙이자면, 'Painting my sunshine'에서 최도원씨의 목소리는 정말 Donna Lewis(그녀는 예전 빌보드에서 'I love you always forever' 라는 싱글로 오랫동안 1위에 머문적이 있다.)와 비슷하다. '한국의 랍 토마스, 윤도현. 미국에 티나 터너가 있다면 한국엔 인순이' 이런 느낌의 비교는 아니라, 포스트 도나의 음성이 장단조, 발랄우울을 막론하고 예쁜 조화를 일궈냄을 강조함이다.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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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코베인 [Pop To The People] |
잡담 하나. 예전에 친구와 술을 마시다 커트 코베인 이야기가 나왔다. 불꽃처럼 살다 간 그의 생을 논하기 전에 열띠게 웃어댔던 그의 이름 코베인(커트cut) 코베인. 이들이 왜 밴드 이름을 하필 ‘눈뜨고 코베인’으로 지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썰렁한 리뷰의 시작이다(우연의 일치치고는 두 번째 트랙인 ‘그 자식 사랑했네’에서 그 자식은 너바나를 사랑했다고 노래한다). 그들 스스로 ‘탱자록’이라 칭하고 있는 눈뜨고 코베인의 첫 앨범은 70년대의 대학가 사운드를 재현한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베이스 워킹, 거기에 ‘쟁’하고 퍼지는 기타의 외줄 타기는 스카(ska) 리듬까지 가세하여 볼만한 풍경을 자아낸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레트로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요즘 시대의 록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복고를 지향하는 사운드 레코딩도 소용이 없는, 치열했으나 낭만이 숨 쉬었던 과거의 대학가에 대한 환상이 잔존하기 때문이다. 듣고 좋으면 그만이겠지만, 산울림과 송골매의 LP판을 구경하고 싶어지는 마음만 더 간절한 건 왜지. 쩝.
안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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