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원은 그야말로 뒤숭숭했다. (참고를 더하고자 구구절절이 설명하기 귀찮아서 일절만 한다면, 나는 종암동의 초등생 대상 영어 학원에서 있는 일 없는 일 다 하고 있다.) 방문 선생님이 당일 수업을 앞두고 메일로 사정이 있어 일을 못하겠다는 통보를 한 것이다. 뒷수습 하느라 참 짜증났지만(엄마들한테 전화해서 밑 보이는 게 제일 싫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컸다.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커서 이런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 같으니' 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어딜 가든 잘 살라며 마음 속으로는 읊조리고 있다니... 나도 정말 성질이 죽은 건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모든 것에 자비로와졌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만, 내가 본 그 사람은 그래도 자유롭고, 선하고(몇 번 보고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느낌상), 함께 있으면 나 마저도 그 에너지에 도취되어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지' 라고 생각하게 해 주는, 멋진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어느 누가 되었든, 자신의 인생에서 몇 번 쯤은 이펙트를 남기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쉽게도, 이런 이들은 옛날 사람이 되고 만다. 물론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옛날 사람의 단점(?) 이겠지만, 이들을 곱씹고 미온한 웃음을 그리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다.
2008/06/2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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