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오지 못할 7일의 휴가 중 벌써 이틀이 지났다. 하루는 추적이는 비를 맞으며 쇼핑을 했고, 싸댕들과 와인을 마셨으며, 감흥없는-나 혼자만 그랬던- 클럽에 들어가 테이블에서 꾸벅꾸벅 담배연기에 졸았으며, 이틀 째는 죽마고우와 수유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3,200원에 '13일의 금요일' DVD를 사들고 커피를 마시며, 스릴러 연극을 보러 대학로를 갔었다. 낮이든 밤이든 항상 그늘진 나무요일에서 시원한 병맥을 까마시며, 문득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두 등장 인물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언제든지 내킬 때 찾아가면 너는 이미 구석진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지 않은 채, 일상적으로 맞아주는 상상에 젖어 잠시동안 행복했는데, 주인 아저씨는 내가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고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썩 보기 안좋다며 핀잔을 주지 않던가. 내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그런 얘기를 하는거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그 아저씨는 생각은 알 수 없지만, 말하는 그 사람이나, 다리 올리는 나나 오십보 백보라는 생각이 들길래 모렐렌바움 음악의 반가움은 잠시 접고, 계산을 하고 나왔다. 조용하게 재즈가 흐르는 지하 바에 들어간 우리는 영화 이야기를 하다, 문득 그 아저씨가 내 다리를 자르는 좀비 공포 영화 시놉시스까지 구상하며 배꼽이 빠져라 웃어제꼈다. 그 영화는 로드리게즈의 플래닛 테러+히치콕의 싸이코+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토비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결정적으로 롤랑 조페의 미션까지 나오면서 웃음의 물꼬를 터트렸다. 그리고 연휴 3일 째에 접어들었다. 씨디를 정리하고, 바람이 부는 창가를 이따금 바라보며 간만에 내 얘기를 하고 있다.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지만 로마의 휴일 부럽지 않은 연휴를 보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날엔 왠지 이런 음악이 잘 어울릴 것 같다.
Jimmy Smith, 'Jumpin' the blues'
[Midnight Special], 1960, Blue Note
2008/07/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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