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주일의 낙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남들이 누릴 소소한 주말의 일상은 버렸지만, 대신 나름대로 주말을 즐겁게 보내 만한 일을 찾았다. 일을 하기 위해 주말을 버렸는데, 그 안에서 또 일을 찾는다니 퍽 건조해 보인다만, 돈 쓰는 게 일이라고 말하면 박카스 대신 에라이를 건네실 지도.
주어진 시간은 딱 한 시간이다. 종로 타워까지 걸어가는 데만 족히 10분은 잡아먹고, 지하 상가 내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가끔은 파스타나 도리아를 10분 안에 먹어치우기도 한다), 이를 닦는 둥 마는 둥-어쨌든 헹궜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둔다- 하다 간디 앤 웨인루니(간접 광고는 하고 싶지 않으므로) 서점에서 어떤 책을 살까 거의 첩보전을 벌인다. 실상 서점에 있는 시간은 20분인데, 이 시간 동안 누구처럼 걸터앉아 책을 섭렵하는 건 나로선 정말 할 수도 없는 사치이기 때문에, 최대한 나와 맞는 책을 찾기 위해 서점의 기나긴 미로를 돌고, 또 도는 것이다.
어쨌든 최근 한 달 동안 이런 습관을 들여서 방에는 책이 보다 좀 더 쌓이게 되었고, 양서를 읽는데는 왕도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 작가는 자신의 삶을 바꾼 책이라든가, 가볍게 읽었지만 정말 재미있었고 인상 깊었던 책들을 귀띔하게 되면, 나는 저절로 그 책들을 찾고, 또 읽고, 또 읽는 이런 식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본인과 맞지 않는 서적도 있기 마련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내게 단 한 번도 실망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얘기를 하면서 그가 말한 '호밀밭의 파수꾼'과 '위대한 개츠비'는 아직 한 장도 넘기지 못한 채, 그의 책만 이번 달에 여섯 권을 샀긴 했지만..... 위대한 개츠비의 책 띠에는 '이 책을 세 번 읽으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런 문구가 적혀 있던데, 정말 그렇습니까? 하루키씨?
2008/06/2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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